[현장] 메르스 충격파 속 제천 서비스업계 버티기 안간힘

한 달 이상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 때문에 충북 제천지역의 외식·유통 등 서비스업계도 고객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들이를 꺼리는 소비자들의 전화, 온라인 주문이 늘면서 일부 업소들은 배달서비스 확대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매장 손님 반토막 났지만 오토바이는 신바람

제천시 청전동에 있는 A찜닭의 경우 메르스 확산 전인 5월과 비교해 이달 중 가게로 찾아오는 손님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배달주문이 평소보다 20% 정도 늘어 매출 감소분을 벌충하고 있다고 밝혔다. 홀매니저 정주연(35·여)씨는 “메르스 때문에 전체 매출이 크게 줄었지만 배달로라도 음식을 시켜먹는 손님들이 늘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제천시 신월동의 중국요리점 대학반점도 메르스 확산 전 하루 평균 30건 정도였던 배달주문이 최근 하루 5~10건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매장 판매와 배달을 겸하고 있는 외식업체들은 이에 따라 주문을 더 늘리기 위한 판촉에 적극 나서고 있다. 티바두마리치킨 청전점 관계자는 24일 “메르스 여파로 가게를 직접 찾는 손님이 절반이나 줄었기 때문에 (판촉)전단지 돌리는 지역을 더 확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락동의 P피자전문점 관계자는 “종전에 여덟 가지 소스 중 두 가지를 무료로 제공했지만 지난주부터 배달 손님들에게 네 가지 소스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 제천시 신월동에 있는 한 식당의 배달원이 배달을 다녀오자마자 다시 포장된 음식을 가지고 출발한다. ⓒ 박고은

메르스 확산 이후 고객이 눈에 띄게 줄어든 재래시장도 배달 덕분에 피해를 줄이고 있다. 제천시 풍양로의 내토전통시장은 메르스 확산 후 찾아오는 손님 수가 30%가량 줄고 식당가의 매출이 50% 이상 떨어졌지만 과일, 채소, 생선 등 식품류 배달은 종전보다 20~30% 가량 늘었다. 내토전통시장상인회 김미숙(46·여) 실장은 “시장 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배달 서비스가 없었다면 요즘 같은 때엔 대부분 상인들이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가야 했을 것”이라며 “하루빨리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어서 손님들이 다시 내토시장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제천점 등 대형마트도 매장을 찾는 고객은 크게 줄었지만 배달주문이 많이 늘었다. 국내 메르스 사망자가 처음 나온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 전국 기준 온라인 주문량이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1.8%, 이마트는 51.9%가 늘었는데 제천지역도 비슷한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천에서 자취를 하는 김소영(24·여·세명대 융합디자인학부)씨는 “식재료를 사기 위해 거의 매주 마트에서 장을 봤는데 요즘엔 메르스 때문에 사람 많은 곳에 가기 꺼려져서 온라인몰을 이용한다”며 “아무래도 야채나 과일을 시키면 신선하지 않을까봐 가공식품이나 인스턴트 식품을 주로 구입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50년 장사 인생 중 제일 어렵다’ 하소연도

반면 배달서비스를 하지 않는 업소들은 메르스 때문에 줄어든 소비자의 발길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한숨을 쉬고 있다. 의류, 포목, 커튼 등 일반 상점이 대부분이라 배달이 없는 제천중앙시장은 특히 적막감이 감돌았다. 중앙시장 내 서림커텐의 한 직원은 "1주일 동안 매출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중앙시장 1층의 동산상회에 모여 있던 할머니 중 한 명은 “사람이 정말 없다”며 “매점에 놓았던 우유를 팔지 못해 버리고 있고, 정육점은 등심 세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시장 길거리에서 채소를 파는 김용덕(75)씨는 “여기서 50년 동안 장사했지만 메르스가 퍼진 요즘이 제일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시장번영회 이정숙(50) 과장은 "평상시에 비해 (전체적으로 볼 때) 20% 정도 손님이 줄었다"고 말했다.

▲ 사람이 없어 텅 빈 중앙시장 풍경. ⓒ 전광준

고객이 찾아와야 영업이 되는 영화관도 타격이 크다. 23일 제천시 의병대로의 메가박스에서는 오후 4시 30분 상영된 ‘극비수사’를 215석 극장에서 11명이 관람했고 ‘쥬라기월드’는 205석 극장에서 5명이 관람했다. 김윤기 제천 메가박스점장은 “메르스 이후 매출이 2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제천 메가박스 앞에서 분식점 ‘빨간오뎅’을 운영하는 함인자(60)씨는 “메르스로 영화관 손님이 줄면서 분식점 매출도 3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 텅 빈 메가박스 제천점과 제천시외버스터미널. ⓒ 이수진

대중교통도 예외가 아니다. 동서울과 제천 구간 시외버스를 운전하는 기사 윤삼호(48·경기고속)씨는 “주말에는 서울 가는 차가 항상 만차였는데 메르스 이후 좌석의 3분의 1밖에 차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천버스터미널 매표소에서 일하는 최필순(50)씨는 “버스표 판매량이 50%가량 줄었다”며 “평일에는 손님이 전혀 없어도 빈차로 버스를 운행하는 경우가 많고 주말은 특히 손님이 줄어든 정도가 심하다”고 말했다.

10년 경력 개인택시 기사 한복환(60·제천)씨는 “사람들이 모여야 택시를 타는 사람이 있는데 메르스로 약속이 줄면서 택시 타는 사람도 줄어 매출이 20%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3년째 회사택시를 운전하는 한해수(60·제천)씨는 “보통 오전이나 낮 시간대에는 주로 병원가거나 시장가는 손님들을 많이 태웠는데 그분들이 사람 모이는 장소를 기피하다보니 낮 시간대 매출이 절반가량 준 것 같다”고 말했다. 5년째 회사택시를 운전하는 최광석(54·제천)씨는 “메르스로 타인과 접촉을 꺼리다 보니 택시를 타던 사람들도 자가용을 끌고 나와서 저녁 시간대에 교통체증이 심해졌다”며 손님은 줄고 길은 더 막히는 ‘이중고’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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