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감성 충만한 소울킨, 김현지를 만나다

 ▲ 미소짓는 김현지. ⓒ 이선필 김소울

"인기 프로 슈퍼스타K 탑 10에 들지 않고도 유일하게 가수로 데뷔한 참가자', 방송 내내 삐딱한 모습과 돌출 발언으로 심사위원들을 당황시키고 호소력 있는 가창으로 한 번 더 그들을 놀래켰던 김현지씨가 '소울킨(SOUL QUIN)'이란 이름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보컬 강사를 하며 키운 제자들 역시 나란히 시즌1, 2 본선에 진출해 화제가 됐던 그녀를 만났다.

약속날인 11일 오후 예상치 못했던 눈이 내렸다. 예상을 깬 건 눈뿐만이 아니었다.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기자에게 그녀는 스스럼없이 인사를 해왔다. "방송에서 비춰진 이미진 무언가 삐뚤어지고 어두워 보이는 모습이었는데"라고 말을 건네자 그녀는 "그거 제작진들이 콘셉트 잡아서 마음대로 편집한 거예요. 노래보다 자신 있는 게 사람 대하는 겁니다"라며 '쿨하게' 답했다.

지난달 13일 에브리싱(Everything)이란 미니앨범을 들고 데뷔한 김현지씨를 두고 대부분의 언론은 '슈퍼스타K 출신'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그럴 법도 한 것이 해당 프로를 통해 김씨가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앳된 소년같은 외모에 뚱한 표정의 그녀가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을 훌륭하게 소화하던 모습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하지만 사실 김현지씨는 150여 개의 가요제에 출연한 경험을 가진 나름 '잔뼈 굵은' 가수 지망생이었다. 슈퍼스타K는 본인의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한 또 하나의 도전 무대일 뿐이었다. 그녀는 방송 출연 당시의 경험을 회상하며 성장의 발판이 되었지만 상처로 남기도 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앞뒤가 다 잘리고 아버지에게 자주 맞았다는 말만 방송이 됐어요. 전 그런 뜻이 아니었거든요. 아버진 방송을 보신 후 쓰러지셨고 친척들에게도 못된 딸이란 소릴 들어야 했죠. 방송이 나간 뒤에 엠넷에서 전화가 왔어요. 항의를 하니까 공연할 기회를 만들어 줄테니 그때 해명할 수 있다. 그러니 다른 곳에서 섭외가 들어와도 나가지 말라고 했죠. 그 얘기 듣고 슈퍼스타K를 마음에서 지웠어요. 그러다 이전의 제 공연을 보고 접촉해왔던 소속사와 계약을 하게 되었죠."

25년 간 아버지와 겪은 불화... '음악' 통해 기적같이 화해

 ▲ 소울킨(Soul Quin)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현지 라이브 공연 모습. ⓒ 마이티그라운드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으면서도 그녀는 아버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곧잘 꺼내 놓는다고 한다. 유년 시절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했던 아버지. 배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물에 빠뜨리는 식으로 수영을 배우게 했고 남자 한복을 입혀놓고 두 딸을 '아들'처럼 키웠던 그 아버지와 결정적으로 화해를 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인생이 더 무의미해지기 전에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하자는 마음으로 음악을 시작했다는 김현지씨. 그렇게 결심을 하자 이상하게 마음이 평온해졌다고 한다. 스무 살부터는 산에 올라가 노래를 불렀다. 그 소리에 온 동네 사람들이 항의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그녀가 혜천대 경찰경호과를 졸업한 후 다시 실용음악과를 선택할 때까지 그녀의 아버지의 이유 없는 폭력은 계속됐다. 정기 연주회에 아버지를 초대했다. 아버지에게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생각뿐이었다.

"아빠와 그렇게 대립관계로 지냈어요. 살면서 한 번도 아빠에게 '사랑한다', '예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 아버지가 제 공연을 보시곤 '우리 딸 아빠가 너무너무 사랑한다'고 처음으로 문자를 보내신 거예요. 그때 마치 지하암반수가 흘러나오듯 눈물이 났어요. 그날 이후 아빠가 180도 달라지셔서 이젠 매일 '우리 딸 뭐하니, 우리 딸 아빠가 사랑한다'고 자주 말씀하시죠. 하루에 대여섯 번씩 전화하시고 갑자기 찾아오셔서 소주 한 잔 하러 가자고 하시기도 해요. 데이트도 자주 하죠. 그러니까 음악을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제 경험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녀는 '기적'이란 표현을 썼다. 자신이 불렀던 노래로 인해 25년 간 계속됐던 불화와 반목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기적이라는 단어가 아닌 다른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불렀던 노래가 바로 And I'm Telling You라는 곡이었다. 현지씨가 아버지에게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말을 노래로 전한 것이다. 음악을 통해 기적을 경험한 그녀는 그것이 사람들에게 충분히 희망적인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 믿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디가 오버된 시대... "숭고함 담은 음악 하고 싶다"

 ▲ 김현지의 자켓 촬영 사진.  ⓒ 마이티그라운드

김현지씨의 데뷔는 획일화된 한국 가요계에 있어 신선함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미 평론가들은 그녀의 음악성과 재능에 대해 나름의 기대를 표하고 있다. 음악평론가 노준영씨는 "김현지씨는 분명 전형적인 '디바'형 보컬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감수성을 담아내고 있다. 소울풀한 느낌이 강하긴 하지만, 다양한 음악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대중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아티스트를 원한다. 김현지는 이렇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며 그녀의 장점을 높이 샀다.

평론가들의 이러한 평에 그녀는 "황송할 따름"이라며 그 평가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할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내 보였다. 이와 함께 요즘 제작자들이 음악을 쉽게 만드는 세태는 대중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과 함께 "좋은 작품을 만들어서 대중들에게 다가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요즘은 인디가 오버(마니아 층이 아닌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분야)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음악, 하고 싶은 음악을 하잖아요.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오버에서 활동하는 아이돌 멤버들은 실력과 외모 모두 좋은 친구들이에요. 제가 의문인 것은 과연 현재 대중가요라고 하는 노래들이 그들의 재능을 다 담을 수 있는 곡인가라는 거죠. 요즘 한국 음악들로 대중들의 음악 청취 폭이 좁아진 것 같기도 해요. 아이돌 그룹의 친구들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뮤지션들이 있을 테고 하고 싶은 음악도 분명 있을 텐데 말이죠."   

아이돌도 이젠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시대다. 해외에선 케이 팝(K-POP)이라고 하면 바로 아이돌 음악을 떠올린다고 한다. 김현지씨는 그러한 틈에서 진짜 좋은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녀가 생각하는 좋은 음악이란 바로 숭고함을 담은 음악이었다. '엉덩이를 흔들어 봐'와 같은 말초적 즐거움이 아닌 가족의 사랑, 세상과 사람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것 말이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는 그 표현이 충분치 않은지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을 쉬었다. 칸트가 말했던 것처럼 그녀가 담고 싶은 숭고미 역시 '말할 수는 없고 오로지 보여 질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닐까.

"killing Me Softly 부른 로린 힐을 좋아해요. 밥 말리 아시죠? 밥 말리의 며느리에요. 존경하는 가수였던 그와 작업해서 앨범을 내고 그의 아들과 결혼했죠. 정말 멋있는 거는 한창 활동할 때 임신을 했나봐요. 계속 활동했으면 훨씬 더 유명해 졌을텐데 로린 힐은 아이의 어머니 역할에 충실했죠. 훌륭한 어머니가 되기 위해 음반활동을 접었어요. 그 분의 노래가사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진실하고 숭고한 사람들, 그들의 소중함 등이 담겨 있는데 정서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부모님의 사랑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했죠. 그 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지만 닮았으면서도 저만의 개성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사람이 없으면 음악도 없다고 생각해요."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이선필 학생은 오마이뉴스 인턴기자로 활동중입니다. 이 기사는 1월 12일 <오마이뉴스>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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