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나] 사생활 노출 고민되는 소셜 네트워크 시대

▲ 정혜승(다음 대외협력실장)
트위터 시작할 때, ‘익명’으로 숨고 싶었다. 누구 비방하거나 허위사실 유포할 생각 없어도 익명 표현의 자유 정도는 누리고 싶었다. 그러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본질이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관계망이 촘촘히 얽히는데 정체가 드러나는 것은 시간 문제. 1년여 만에 커밍아웃, 사진도 올리고 실명도 공개했다. 굳이 익명으로 남겠다고 숨기는 게 구차했다. 바야흐로 SNS 전성시대. 개인을 드러내고 '소셜 네트워크'를 만드느라 난리다.

페이스북은 최근 3개월 만에 가입자가 5억 명에서 6억 명으로 늘었다. 비록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SNS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지만 국내 포털도 소셜 플랫폼으로 탈바꿈, 다양한 서비스들을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의 미투데이는 물론 다음의 요즘(yozm)도 해외 SNS에 맞서 애쓰고 있다.

프라이버시 문제 우려되는 SNS

사실 카페가 등장하고 커뮤니티 사이트가 활성화된 10여 년 전에도 소셜 네트워크는 존재했다. 좋은 글과 정보는 온라인 친구들끼리 댓글 달고 퍼 날랐다. 당시에도 소개팅남이 폭탄이라는 둥, 엊저녁 뭐 해먹었다는 둥, 박완서 선생님 새 책이 좋다는 둥 시시콜콜 공유했다. 온라인 지인들 사이에서 검증된, 즉 ‘필터링’된 책과 화장품을 사고 영화를 봤다. SNS는 서비스 자체의 진화에다 스마트폰 덕분에 현장성과 속보성이 더해지면서 더 강력해졌을 뿐이다. 그리고 SNS가 뜰수록 새삼스럽게 각종 우려도 빠르게 번진다. 인터넷은 늘 문제를 일으키고 역기능이 걱정되는 공간인 탓인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트위터 아이디(ID) 200개를 대상으로 나흘간 조사한 결과, 인맥(86%), 사진 등 외모(84%), 위치(83%), 취미(64%), 스케줄(63%), 가족(52%) 등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또 의료(29%)나 정치성향(19%) 까지 개인정보 노출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SNS 이용시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SNS 이용자 개인정보 보호 수칙’을 마련했다. 물론 국내 SNS 서비스에서만 공지된 이 수칙(http://blog.daum.net/yozm/142)은 SNS에 정보를 올릴 때 신중하라고 신신당부한다.

정부가 고심 끝에 ‘수칙’까지 마련하게 된 정황과 문제의식은 짐작된다. 유럽연합도 가이드라인을 갖추고 있다. 다만 SNS가 가장 활발한 미국에 따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은 이 문제가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점을 반증한다.

SNS는 실상 서비스 구조 자체가 자신을 많이 드러낼수록 더 많은 관계가 가능하다. 프라이버시가 문제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대부분 결혼 여부는 물론 출신학교, 전공, 취미 등을 기꺼이 자발적으로 공개한다. 그렇게 해야 SNS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전문가들 조언도 이어진다. 프로필 사진도 그럴싸해야 더 많은 친구가 생기고 인맥 공개는 기본. 외모, 취미 등 정부가 개인정보 노출이 심각하다고 우려하지만 대개 적극적이고 의도적으로 스스로 노출한 정보다.
 
균형 감각 있는 '똑똑한 이용자'돼야

위치정보는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때 반드시 비활성화하라고 수칙에 나오는데, 위치정보 마케팅은 무조건 나쁜 것일까. 근처 식당 쿠폰이라도 뜨게 하려면 위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주변 친구 위치도 검색되어야 점심 먹자는 메시지 한 번 더 날릴 수 있다. 평소 가는 식당 마다 다음 플레이스로 찍고 다니는 내 경우, 뭘 먹고 사는지 현재 어디 있는지 드러낸다. 맛집 정보는 널리 알릴수록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거란 선량한(!) 생각을 굳이 포기해야 할까.

좋아하는 영화와 책, 공연 정보를 나누는 것은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에게 유용한 일인데, 어디까지 숨겨야 할까. 철학과 세계관, 종교에 대한 내 멘션은 그렇게 치명적일까. 어디가 아프다고 올리면, 전문가부터 비전문가까지 온갖 정보와 격려를 전해주는데, 건강정보니까 무조건 노출을 피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이런 정보를 노출하지 않고 대체 어떻게 SNS를 즐기란 말인가.

SNS는 외로운 현대인이 소통하는 나름의 방식이다. 미디어 권력의 재분배, 사회변혁의 도구로도 쓰인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급적 쓰지 말라는 식의 ‘수칙’은 따르기 정말 쉽지 않다. 더구나 법에 따라 인증하는 주민등록번호는 오히려 불법 거래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개인이 스스로 공개한 정보만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다만 프라이버시 보호가 어려운 현실은 직시해야 한다. '페이스북 이펙트'라는 책에는 "공개 동성애자 페이스북 친구를 몇 명 두면 아직 본격 커밍아웃 않은 이도 동성애자로 간주될 것인가"라는 질문이 등장한다. 별 것 아닌 정보 같아도 복잡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라는 점을 알고 쓰는 것과 모르고 쓰는 것은 다르다.

프라이버시를 어디까지 보호하라는 ‘정답’은 없다. 논란만 등장할 뿐 사회적 합의 지점도 아직 모호하다. 개인의 생각도 모두 다르다. 아예 SNS 안 쓰고 살겠다는 분도 있을 게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디지털 아이덴티티를 스스로 통제해야 한다는 '인식'과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익명을 포기한 SNS 세상에서 이런 노력까지 하자니 때로 자기검열이 불가피하고 피곤하다. 편리하고 즐거운 시대, 약간의 비용이랄까. SNS의 새로운 가치를 즐기는 동시에 균형을 잡아가는 것은 결국 ‘똑똑한 이용자’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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