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의 저작권특강] SNS 자료 보도할 때 출처표기 분명해야

▲ 김기태 세명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
요사이 유명 정치인을 비롯한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 트위터 열풍이 거센 모양입니다. 그렇다 보니 이들을 따르는 대중들도 트위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스스로 정보를 생산하고 널리 유통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기자보다 훨씬 빨리 중요한 사건을 포착해 알리는가 하면, 현장감 넘치는 동영상을 언론사에 제공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언론사에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주목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실제로 얼마 전 우리 국민들을 경악케 했던 연평도 피격사건 당시 현장의 생생한 모습이 한 일반인의 휴대폰 동영상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지요. 그렇다면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올라온 사진이나 글을 언론사가 보도용으로 이용한다면 저작권 침해일까요, 아닐까요?

<미디어오늘> 1월 12일자 김상만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을 가져다 쓰면서 저작권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AFP 통신사에 대해 저작권법 위반 판결이 내려졌고, 이를 계기로 SNS 저작권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지난해 12월 미국 법원은 소셜네트워크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아이티 지진참사 현장사진을 AFP가 무단으로 사용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한 프리랜서 사진작가 다니엘 모렐(Daniel Morel)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AFP는 ‘트위터에 올리는 사진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재사용을 허락하는 것으로 본다’는 트위터 이용약관을 근거로 저작권 위반이 아니라고 맞섰지만 패소한 것입니다. 재판부가 “트위터 이용약관에서 재사용을 허락한 것은 트위터와 그 제휴 서비스에 한정된 것이지 언론과 같은 제3자, 즉 언론매체의 재사용까지 허락한 것은 아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지요.

누구나 퍼나르는 트위터 사진도 언론이 쓸 땐 신중해야

좀 더 구체적으로 사건 경위를 살펴볼까요. 지난해 1월 12일 아이티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사진기자 모렐은 트위픽(Twitpic)에 현장사진을 올린 뒤 트위터로 포스팅합니다. ‘지진 독점 사진’이라고 설명하는 글까지 붙였는데, 사진 안에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표시는 없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몇 분 뒤 모렐의 사진은 여기저기서 복사되기 시작합니다. 

그 중에는 AFP 통신사도 있었는데, 먼저 이 회사의 사진 편집자가 모렐의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 페이지에 링크했습니다. 그러자 AFP 사진 데이터베이스(DB)인 이미지 포럼(Image Forum)에 모렐의 사진 13장이 입력되었고, 이 사진들은 외부로 판매되거나 유통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이 사진들은 다시 AFP의 북미, 영국 독점 판매 대행사인 이미지 라이선스 업체로 전송됐고, 이때부터 모렐의 사진은 AFP와 라이선스 업체의 라벨을 달고 전 세계로 판매됩니다. 유력언론사인 CBS, CNN 등이 주고객이 되었지요.

이런 정황을 파악한 모렐이 AFP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내게 됩니다. 재판과정에서 AFP는 “약관에 따라 트위터 이용자가 올린 사진 등을 광범위하게 재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미 제3자에 의해 트위터나 트위픽에 올라온 사진들이 복사되거나 인용되거나, 재인쇄되거나, 재발행되고 있다는 근거를 내놓기도 했지요.

하지만 미국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저작물의 재사용에 관한 권리를 트위터 약관이 부여하는 게 아니다”며 AFP와 제3자들은 모렐이 찍은 사진에 대해 정당한 라이선스를 취득하기 위한 절차를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원은 또 “트위터에 게시된 콘텐츠를 사용하는 데 관한 라이선스는 트위터와 그의 파트너에게 부여되고, 트위픽도 사진의 사용 라이선스를 트위픽과 제휴사로 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AFP 등은  그들이 트위터나 트위픽의 파트너이거나 제휴사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저작권법(DMCA;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에 따르면, 잘못된 저작권관리정보(CMI)를 저작권 침해를 유발하거나 허락하거나 편의를 제공하거나 숨길 목적으로 제공하거나 유포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그리고 ‘저작권관리정보는 저작물에 붙여서 전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곧 사진저작물의 경우에는 해당 사진의 내부에 저작권관리정보가 명시돼야 한다는 뜻이지요. 이번 판결에도 이 부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AFP가 사진을 활용할 때 모렐이 저작권자라는 것을 명확히 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AFP가 곧바로 항소할 뜻을 밝혔기 때문에 논쟁이 종결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판결은 미국뿐 아니라 SNS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뉴스나 시사프로그램, 심지어 오락프로그램에서도 트위터에 올라온 의견을 인용하거나 프로그램 제작에 직접 이용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이처럼 최근 SNS 환경은 언제든지 저작권 논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지만, SNS를 통해 유통되는 개인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보호 인식은 뚜렷하지 않아 걱정스럽습니다.

저작권자 연락 안 닿을 땐 출처 표기라도 확실히

만약 똑같은 사건이 국내에서 발생한다면 우리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요? 제 생각으로는 비슷한 사건을 배경으로 국내에서 법적 다툼이 벌어진다 해도 ‘저작권 침해’ 판결이 나왔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트위터의 약관은 어디까지나 운영자와 이용자 사이에 적용되는 것일 뿐 제3자에게 미치는 것이 아니므로, 언론이 창작자의 동의 없이 사진을 사용했다면 미국 법원의 판시대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이지요. AFP가 사진을 보도하면서 저작자에게 연락을 취하려고 애썼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사진에 출처와 저작자를 분명하게 표기하지 않은 점, 이를 유료로 판매한 점 등은 각각 저작인격권으로서의 ‘성명표시권’과 저작재산권 중 ‘복제권’ 및 ‘배포권’ 그리고 ‘공중송신권’ 등을 침해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작권 침해 논란에서 벗어나거나 논란거리를 최대한 줄이려면 우리 언론사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제 생각으로는 속보성을 발휘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최대한 해당 저작권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속보의 특성상 이용허락을 받기 어려운 경우라 하더라도 최소한 정확한 출처 및 저작자 표시를 적극적으로 해주어야 합니다. 아울러 저작권법상 허용되는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에 해당될 수 있도록, 해당 저작물을 그대로 내보내기보다 관련된 해설 및 논평을 적절히 덧붙임으로서 보도매체의 관여도를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기왕에 펼쳐진 소셜네크워크 환경을 좀더 인간다운 삶의 방편으로 삼기 위해서라도 저작권 보호는 기본적인 양심의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누군가 애써 올린 사진 한 점, 글 한 줄이라도 보호하고 아름답게 공유하려는 노력이 보다 인간적인 정보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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