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섭의 미디어스타] 해박한 지식 속사포 진행 각광

                            
 프로야구는 우리나라에서 축구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와 함께 국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경기다. 활력과 박진감이 넘치는 플레이에다 응원 열기, 경기 및 선수와 관련된 확률과 통계의 묘미가 좀처럼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중독성을 만들어낸다. 남성들의 전유물 혹은 독무대처럼 보이는 이 치열한 전장에 언제부터인가 혜성처럼 나타나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는 여성이 있다. 바로 스포츠전문 아나운서로서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송지선 아나운서(30).

 ▲ 송지선 아나운서 ⓒ MBC 제공
'금녀의 구역'에 도전한 스포츠전문 아나운서

송 아나운서는 처음에 ‘깜짝 스타’에 머물 것처럼 보였으나 MBC스포츠플러스의 야구전문 앵커로서 해박한 야구 지식을 다지면서 사통팔달한 언어감각, 세련된 외모가 곁들여져 프로야구 팬과 네티즌들로부터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많은 팬클럽, 이어지는 기사와 인터뷰, 수많은 홈페이지 방문자,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댓글들이 그의 인기를 방증한다. 인지도와 팬들의 열기는 웬만한 현직 지상파 스타 아나운서들을 압도한다.
 
스포츠전문 아나운서로서 송지선의 부상은 3가지 측면에서 한국 방송계에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첫째, 30년째를 맞이한 한국 프로야구사에서 ‘금녀의 구역’이나 다름없는 분야에 도전해 시청자와 지속적인 교감을 통해 두터운 팬덤과 높은 인지도를 확보한 점, 둘째, 여성 아나운서가 스포츠 프로그램 중계 및 진행자로서 주도적으로 역량을 발휘해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 셋째, 제작 예산과 인력 부족 등 케이블채널의 악조건 속에서도 고군분투하여 스타가 된 신화적 요소가 있다는 점이다.
 

 ▲ 송지선 아나운서 ⓒ MBC 제공
송지선 앵커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야구 지식과 선수 관련 정보 등은 스스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겸손해 하지만 해가 갈수록 짜임새 있게 축적되고 정리되어 하일성, 허구연, 이순철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프로야구 전문 해설가들도 놀랄 정도다. 작고 아담한 체구에서 속사포처럼 뿜어내는 말솜씨도 물 흐르듯 막힘이 없다. 방송진행 감각과 자기 연출 능력도 프로페셔널로서 손색이 없다. 구단 관계자 및 선수들과의 친화력도 돋보인다. 외모는 언론 매체나 팬들이 오래 전부터 ‘얼짱 아나운서’나 ‘야구계의 여신’으로 부를 정도이니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더욱이 그의 후배로서 ‘스타 스포츠 아나운서’의 반열에 올랐던 KBS N스포츠 김석류 씨(28)가 일본 지바 롯데 김태균 선수(29)와 결혼하면서 방송계를 떠났으니, 그는 이제 스타의 독무대를 즐기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그는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의 ‘맏언니’로서 점차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새얼굴들, 즉 MBC 스포츠플러스 김민아와 KBS N스포츠의 최희, 이지윤 등 새내기 스포츠 앵커들을 잘 이끌어 가는 모습이다.
 
송지선 아나운서는 2010년 3월27일부터 MBC 스포츠플러스에서 피겨스케이팅 선수 출신인 김민아 아나운서와 함께 <베이스볼 투나잇-야(野)>(오후 10시)를 진행하고 있다. 두 명의 여성 앵커가 하루 동안 벌어진 프로야구 경기를 분석하고 각종 정보와 화제를 전달해주는 정보토크 포맷이다. 경기 하이라이트 소개뿐만 아니라 중계 화면에 담지 못했던 다양한 분석과 얘깃거리, 수훈 선수와 화제의 인물 인터뷰와 심층 토크, 경기장 안팎의 돌발 상황 등 다양한 볼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여성 더블 앵커’ 체제는 실패하기 쉽다는 방송계의 징크스를 과감히 불식시키고 ‘여성이 만들고 여성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게 야구소식을 아주 매끄럽고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야구경기가 없는 스토브 리그나 겨울철에는 잠시 쉬면서 다른 경기 중계에 나서기도 한다.

“스포츠 앵커의 역할은 경기장과 야구 팬, 시청자들과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프로야구 중계에 저처럼 다소 칼칼한 목소리보다 굵은 남성의 목소리가 더 익숙하고 잘 어울린다고 보는 것 같아요.  ‘남성 스포츠에 웬 여자 앵커냐’ 해서 처음엔 낯설게 보신 분들도 있지만 잘 극복했다고 봅니다. 우선 활발하게 표출되는 제 성격이 프로야구의 활력과 다채로움, 극적 반전을 거듭하는 게임의 재미와 잘 맞아떨어집니다.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다 보니 즐거운 표정과 신나는 에너지가 솟아나고 그래서 시청자들이 많이 사랑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우연히 어느 식당에 갔더니 김석류와 송지선 중에 누가 더 예쁘냐고 다투는 팬들이 있어서 놀랐어요. 지방에서는 직접 족발을 건네주시는 살가운 인심도 느꼈습니다. 방송 초기 경기장에 인터뷰 하러 자주 나가면서 프로야구 선수들한테도 벅찬 관심을 받았지만 이제는 거의 동생들이라서 너무 편안합니다.”

지상파, 케이블 등 다양한 방송경험

▲ 송지선 아나운서 ⓒ MBC 제공
송지선 아나운서는 지상파, 케이블을 아우르는 다양한 방송 경험과 전문성을 높이려는 숨은 노력으로 오늘날의 인기를 확보했다. 어린 시절부터 총명했던 데다 앞에 나서서 친구들을 이끄는 일을 좋아했던 그는 학창시절 방송반 활동을 하긴 했어도 아나운서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디자이너를 꿈꾸며 가톨릭대 의류학과에 입학한 후 대학 4학년 때 아나운서를 준비하던 친구 덕분에 뒤늦게 숨은 ‘방송 적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학원에 다니며 열심히 공부해서 2005년 12월 제주MBC 공채 아나운서로 합격했다. 제주에서 뉴스, 교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7개월 동안 방송 감각을 쌓았다. 그 뒤 더 다양하고 넓은 경험을 위해 전국 방송사 시험을 봤지만 지상파만 9번 실패. 2009년 KBS 2TV <스타 골든 벨>에 출연해 고백한 것처럼 KBS 최종에서도 안타깝게 낙방했다.
 
그 뒤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가 되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준비했다. 야구광인 아버지 덕분에 야구와 다른 스포츠에 친숙해졌고 자신도 모르게 ‘스포츠광’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2007년 12월 KBS 자회사 스포츠 채널인 KBS N스포츠에 합격, 제주대 교수로 재직 중인 아버지 등 가족을 떠나 서울로 왔다. 이른바 ‘스포츠 전문아나운서 1세대’가 된 것이다. KBS N스포츠에서는 하절기에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를, 동절기에는 프로배구, 농구, 유럽축구, 테니스, 탁구, 씨름, 비치발리볼 등을 중계하면서 스포츠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 이어 김석류 아나운서와 함께 프로야구 경기 현장에 나가 수훈 선수와 승리한 감독들을 인터뷰하면서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화려한 선수들과 미녀 아나운서가 그라운드에서 인터뷰를 하는 장면은 시청률과 인기의 상승작용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자 인생의 대반전처럼 스타가 된 것. 그가 야구장에서 등장하는 화면은 길어야 3~4분. 하지만 경기 시작 3~4시간 전에 나와 원고를 다듬어 선수들을 인터뷰하고 경기 주요 상황을 꼼꼼히 챙겨야 완성도가 높은 화면이 방송된다. 매일 신경을 곤두세우며 땀방울을 흘려야 하는 이유다. 그러다가 야구전문 아나운서로서 특화할 결심을 하고 2010년 2월 MBC스포츠플러스에 둥지를 틀었다.
 

선수처럼 다음 시즌 준비하는 프로야구 앵커계의 '여전사' 

▲ 송지선 아나운서 ⓒ MBC 제공
KBS N스포츠에서 MBC스포츠플러스에 이르기까지 그는 매 경기마다 화제를 몰고 다녔다. 수려한 외모와 깜찍한 성격 때문일까? 선수들 사이에서는 경기가 끝난 후 숙소에서 주요한 이슈 거리가 되었다. 특히 KBS N스포츠 재직 시절에는 유독 인터뷰 하러 나간 두산과 다른 팀과의 경기가 두산의 승리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두산 선수들과 팬들 사이에서 ‘승리의 여신’으로 불렸다. 그 덕분에 경기에 앞서 열리는 시구 행사의 시구자로 초청되기도 했다. 각종 화보 촬영과 CF 촬영 요청도 쇄도했다. 그래서 그는 앤트리브소프트와 SK텔레콤이 운영하는 국내 최초 프로야구단 운영 시뮬레이션 게임 ‘프로야구 매니저’의 광고 모델과 게임 내 ‘부매니저’ 캐릭터로 활약하고 있다.
 
“프로야구는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죠. 누구나 같다는 것을 상징하는 둥근 공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게임 진행 상황에서 작은 인생을 배운다는 국민 스포츠잖아요. 방송 초기에는 선수를 ‘감독님’이라 부르는 실수도 하면서 많이 배웠고, 지금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팬들의 깊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더욱 멋진 방송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송지선은 프로야구 앵커라는 낯선 분야에 도전해 독보적인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사실 ‘여신’보다 ‘여전사’란 애칭이 어울릴지 모른다. 그간 어느 지상파에서 여자 아나운서가 야구 중계를 하면서 화제를 뿌리긴 했지만 중도에 그치고 말았기 때문에 그의 도전은 남다른 면이 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활달한 성격과 달리 실제로는 상당히 소심하고 내성적인 면도 있어 녹록치 않은 ‘거친 환경’을 극복하는 데 어려움도 있었다고 한다.

사실상 진행자, 조연출, 작가로서 1인 3역을 능숙하게 소화해내고 있는 것도 열정과 의지가 강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스토브 리그나 전지훈련이 이뤄지는 11월~3월, 그러니까 요즘 그는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다음 한해 농사를 준비한다. 다른 방송도 하면서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해 국내외 선수 동향과 바뀌는 규칙 등 야구 지식 쌓기와 감각 다지기에 몰입 중이다. 새봄 시즌 개막과 함께 TV 앞의 수많은 팬들의 가슴을 더욱 뜨겁게 달굴 보다 숙련된 진행 솜씨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김정섭 /성신여대 방송영상저널리즘스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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