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뉴스] 끊이지 않는 관광객, 불황도 잊은 주문진 수산시장

주문진항은 이른 새벽부터 풍어를 꿈꾸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어부들로 활기차다. 동이 틀 즈음 요란한 모터 소리를 내며 먼 바다에 나갔던 배들이 들어오면 인부들이 달라붙어 일사천리로 그물을 털고 고기를 분류한다. 이 때부터는 아낙네들의 움직임이 더 바빠진다. 복어, 대게, 청어 등 다양한 활어들을 시장에 내놓고 파는 건 대부분 아낙네들의 몫이다. 1년 내내 쉴 새 없이 바닷바람을 맞아 곱던 손이 거칠어져도, 끊임없이 주문진을 찾는 관광객들을 보며 고된 현실을 잠시 잊는다. 단비뉴스가 지난 2월 28일과 3월 1일, 강원도 강릉시에 위치한 주문진항을 찾았다.

 

▲ 주문진 수산시장 초입에 커다란 귀신고래 조형물이 있다. '귀신처럼 출몰한다'해서 귀신고래라는 이름이 붙었다.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귀신고래는 우리나라 어장에서 자주 포획되었다. 하지만 포경 남획으로 인해 1970년대 이후 자취를 감췄고, 한때 포상금이 걸리기도 했다. 울산 부근 동해안을 천연기념물 제126호 울산귀신고래회유해면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으나 이후 발견된 적은 없다. 이런 귀한 고래가 다시 주문진을 찾는 경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조형물이 설치되었다. ⓒ 이문예

 

▲ 주말이면 주문진 해안도로는 길게 늘어선 차들의 행렬로 북적인다. 한나절 내내 긴 줄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사고가 있던 지난해 4월을 기점으로 몇 달간 주문진항의 주말은 평소와 달리 한적했다. ⓒ 이문예

 

▲ 천막 아래 좌판을 깔고 냉동되지 않은 싱싱한 수산물만 판매하는 어민수산시장 입구. 이 구역은 고깃배 허가를 가진 사람과 그 배우자만이 장사할 수 있다. 주말의 경우 그 날 잡은 고기들을 거의 당일 소진하기 때문에 묵히지 않은 싱싱한 수산물들을 구매할 수 있다. ⓒ 이문예

 

▲ 아직 쌀쌀한 날씨임에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주문진항은 불황을 타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1년에 두 달, 3월과 9월에는 다른 때보다 발길이 뜸하다. 주문진 관광안내소의 관광안내담당자는 "그때가 딱 학생들 등록금을 내고 나서다. 학생들의 등록금 납부로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하니 관광하기 부담되는 게 그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이문예

 

▲ (위)성게, 멍게, 문어, 바다송어 등을 팔고 있는 한 좌판. 문어는 동해안 차례상에 반드시 올라가기 때문에 특히 명절을 앞두고 귀한 대접을 받는다. (아래)한겨울 제철을 맞은 복어를 아무렇게나 쏟아두었다. 손질을 원하는 손님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할복해 깨끗이 손질해준다. ⓒ 이문예

 

▲ 시장 한 구석에서 할복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두 아주머니. 할복하는 생선의 무게(kg)를 기준으로 일당이 정해지기 때문에 칼놀림을 많이 할수록 더 많은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다. ⓒ 이문예

 

▲ 어민수산시장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일명 '안시장'이라 불리는 또 다른 수산시장에 다다른다. 각자의 상호를 내건 좌판들이 골목골목 늘어섰다. 이곳은 어민수산시장과 달리 고깃배 허가가 없는 주민들도 장사를 할 수 있으며, 다른 지역의 항에서 들여온 수산물과 냉동 수산물도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한때 주문진의 많은 어민들을 먹여 살리던 국내산 명태는 찾아볼 수 없다. ⓒ 이문예

 

▲ (위)홍게가 제철을 맞았다. 이맘때 동해안을 찾으면 싼 값에 알차고 살이 단단한 홍게를 맛볼 수 있다. (아래)활어를 구입해 수고비 몇 천원을 지불하면 그 자리에서 회를 떠준다. 기본 상차림을 해주는 곳에 자리를 잡고 갓 잡은 회에 술 한잔 기울이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진다. ⓒ 이문예

 

▲ 관광객들이 주문진의 명물인 건오징어를 보고 있다. 수산시장에서 싱싱한 수산물을 구입했다면 시장을 빠져나와 거리 양쪽으로 빼곡하게 들어선 건어물 가게에서 다양한 건어물을 구입할 수 있다. ⓒ 이문예

 

▲ 황태는 일교차가 큰 덕장에서 얼렸다 녹였다를 수십 번 반복하며 말린 명태를 말한다. 동해안에는 예부터 명태가 많이 잡혀 노가리포, 황태, 동태의 형태로 다양하게 활용됐다. 하지만 동해안에서 국내산 명태가 사라진 요즘, 건어물 가게에는 외국산 명태를 가공한 황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동해수산연구원 박정호 박사는 "명태가 사라진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로 추측하고 있다"며 "명태 새끼인 노가리까지 잡아들이는 등 무분별한 남획과 수온 상승으로 인한 어장의 이동"을 꼽았다. ⓒ 이문예

 

▲ 주문진에 들렀다면 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등대에 올라보기를 권한다. 주문진 등대는 일제강점기인 1918년 3월 20일, 강원도에서는 첫 번째로 세워졌다. 우리나라 등대건축 초기에 해당하는 벽돌식 구조로 돼 있으며 6·25때 총탄 흔적도 남아 있다. 등대 출입구 위에는 일제의 상징인 벚꽃이 조각돼 있다. ⓒ 이문예

 

▲ 등대에서 내려다본 주문진 해안로. 등대에서 해안로 반대편으로 내려가다 보면 언덕 여기 저기 좁은 골목을 두고 다닥다닥 붙은 허름한 집들을 볼 수 있다(사진상으로 오른쪽). 6·25때 피난 온 사람들이 많은데, 아직도 많은 집들이 공동 화장실을 쓰는 낙후된 곳이다. 오른쪽 위쪽으로 배 모형의 전망대가 있는 곳 바로 옆에 서낭당이 있어 매년 음력 3월 3일과 9월 9일에는 풍어제 지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이문예

 

▲ 주문진을 빠져나오면 바로 영진해변이다. 수백 마리의 갈매기가 떼를 지어 장관을 이룬다. 하지만 예전 영진해변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고운 모래가 넓게 펼쳐져 있기로 유명한 강릉시의 수많은 해변이 영진해변의 모습을 닮았다. 인간이 바다에 구조물을 세우면서 파도의 흐름을 거스른 탓에 동해안 해변의 모래사장은 매년 해안침식으로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주문진 해변도 마찬가지다. ⓒ 이문예

 

▲ 주문진 앞바다. 바다는 인간에게 볼거리 먹을거리를 가득 안겨준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이 바다를 서서히 망가뜨리고 있다. 분명 즐거운 여행이었지만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훗날 내 아이에게도 내가 본 아름다운 주문진항을 보여줄 수 있을까. ⓒ 이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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