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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드라마가 되어가는 예능
[TV를 보니] tvN <삼시세끼> 인기의 비결
2015년 02월 27일 (금) 20:33:58 정성수 기자 un2ru2re2@naver.com

차승원이 각종 김치는 물론 짬뽕, 수제어묵, 빵까지 요리해내자 나영석 PD는 당혹스러웠을테다. 앞서 정선 편에서는 이서진과 옥택연이 힘들게 세 끼를 차려 먹는 모습 자체가 재미 포인트였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차승원에 ‘차줌마’라는 별명을 붙였다. 낚시광인 유해진에게는 그의 이름 해진(海眞)을 풀어내 ‘참바다’라고 지어주었다. 요리와 낚시를 책임지는 두 남자는 성향만 다른 게 아니라 성격도 다르다. 시도 때도 없이 해진에게 잔소리하는 불같고 꼼꼼한 성격의 차승원과 투덜대면서도 차승원 말을 꼬박꼬박 잘 듣는 착하고 유연한 유해진. 그럼에도 조화를 이루며 부부처럼 행동하는 두 남자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전혀 다른 재미에 몰입한다.

   
▲ 김치 담그는 차승원과 낚시중인 유해진. ⓒ tvN <삼시세끼>공식 누리집

나PD는 연출하지 않고 촬영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진 일들로 이야기를 풀어내길 좋아한다. 제작진은 촬영이라는 상황을 잊고 자연스럽게 행동할 환경을 제공해 출연진들이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게 만들고 편집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포착해낸다. 그 과정에서 출연진들의 새로운 캐릭터가 탄생한다. ‘꽃보다 할배’에서 4명의 할아버지들은 촬영대상이 아니라 영락없는 여행객의 모습이었다. 이순재의 ‘직진 순재’ 캐릭터(이미지)는 연출자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 평소 그의 또 다른 모습이 드러났을 뿐이다. 

삼시세끼에서도 마찬가지다. 하루 세끼를 차려먹는다는 설정 외에는 제작진이 개입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다린다. 인위적 설정이 없으니 역으로 출연진의 진솔한 캐릭터가 드러난다. 차승원은 시간 날 때마다 딸에게 전화를 걸어 ‘딸 바보’의 모습을 보여준다. 유해진은 평소 듣는 라디오를 위해 주파수를 맞추려 애쓴다. 두 남자의 평소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이미지와는 다른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시청자들은 차승원과 유해진을 배우로서가 아닌 있는 그대로 자연인으로 받아들인다.

   
▲ <우리 결혼했어요>시즌4에 출연중인 송재림-김소은 커플. ⓒ MBC화면 갈무리

설정이 많은 예능과 현장의 리얼리티가 공존하기란 쉽지 않다. 가상결혼 프로그램인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는 진정성 논란을 일으켰다. 여성출연자 중 한 명이 가상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연예인과 열애설이 난 것이다. 프로그램을 리얼상황으로 믿었다가 속았다는 사실을 안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의 폐지까지 주장하는 등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가상 부부인 출연자들은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사이다. 부부로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기 요구받지만 연애감정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 당연히 가상결혼이라는 인위적 설정과 실제 감정의 리얼리티 사이에 간극이 벌어진다. 어색하고 작위적이고 강요된 재미다. 그럼에도 제작진이 설정한 구도에 맞춰 출연자가 행동하는 것은 우결을 비롯한 기존 예능의 연출방식이었다.

반면 <삼시세끼>의 차승원-유해진 커플에 진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없다. 커플의 캐릭터와 역할은 하루 세끼를 챙겨먹어야 한다는 설정아래 출연진 스스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나영석은 관찰자의 시선으로 둘의 관계를 해석할 뿐이다. <삼시세끼>와 달리 가족역할을 미리 설정한 KBS <용감한 가족>은 출연자끼리 갈등을 겪어야 했다.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한 상황에서 설현이 계란을 깨뜨렸다. 설정된 역할에 몰입한 나머지 박명수(삼촌 역)가 설현(딸 역)의 머리를 밀쳤다. 예능에서 잔뼈가 굵은 박명수는 새 프로그램을 초반에 자리 잡게 하려고 설현을 훈계했을 것이다. 하지만 낯선 땅에서 출연자들이 힘을 모아 가족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기대한 시청자들에게는 박명수의 역할에 몰입된 과도한 훈계 장면이 오히려 불편했다. 이제 시청자는 <용감한 가족>보다는 <삼시세끼>를 편하게 받아들인다. 예전 예능은 캐릭터강한 주인공만 잡으면 성공했지만 지금은 출연진의 새로운 캐릭터를 발견해야 성공하는 시대다.

   
▲ 직접 만든 빵과 잼을 먹고 있는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 ⓒ tvN <삼시세끼> 공식 누리집

인물의 특징을 포착해내는 <삼시세끼>는 예능보다 가족드라마에 가깝다. 시청자는 차승원을 엄마로, 유해진을 아빠로, 3회부터 합류한 손호준을 아들쯤으로 역할을 매긴다. 누군가는 고기 잡아와야 하는 유해진의 모습에서 가장의 무게를 느끼고, 따뜻한 음식을 먹이고 싶어 하는 차승원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린다. 매회 높은 시청률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삼시세끼>의 힘은 시청자로 하여금 드라마를 볼 때처럼 프로그램에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데서 나온다. 시청자들은 차승원의 요리에 관심이 많지만 <삼시세끼>는 ‘먹방(먹는 방송)’, ‘쿡방(요리하는 방송)’이 아니다. <삼시세끼>는 차승원, 유해진 주연의 ‘드라마(drama)’다.


[정성수 기자]
단비뉴스 미디어팀
내 목표는 프로가 되는 것이다, 방송이든 삶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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