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집권 3년, 국민은 왜 전쟁 공포에 떨어야 하나
[제정임 칼럼]

▲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교수

군대라곤 면회밖에 다녀온 일이 없어서 무기나 전투에 관한 얘긴 함부로 안 한다. 자칫하면 불에 탄 보온병을 들고 포탄이라고 말하게 될 지도 모르니까. '밀리터리룩'이 멋져 보여도 군복 패션은 사양한다. 유니폼에 담긴 희생과 헌신은 빼고 껍데기만 훔치는 것 같으니까.

그렇지만 연평도 사태 후 연일 쏟아지는 뉴스에서는 좀처럼 눈을 뗄 수가 없다. '전투기 공격' '전면전 불사' 등 넘쳐나는 날 선 다짐들이 너무 불안해서다. 자살폭탄으로 위협하는 테러리스트 같은 북한을 대화의 여지라곤 없이 몰아붙이다 '너 죽고 나 죽자'의 파국을 맞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게다가 보통 사람의 상식으론 풀 수 없는 '안보 수수께끼'가 계속 쌓이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

안보에 강하다는 보수정권이 집권한 지 3년이다. 그러면 적어도 국방만은 물샐틈없이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천안함 침몰은 뭐고, 툭 하면 떨어지고 가라앉는 군용기와 고속정은 무엇이며, 맥없이 당한 연평도 피격은 무엇인가. 북한군이 해안포를 가동하려면 진지의 문을 열고 포를 전진 배치해야 한다는데, 그런 동향은 우리 군이 늘 감시하고 있다가 즉각 대응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포탄이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몰랐다니 뭔 얘긴가? 공격받는 즉시 응사해야 할 연평도의 자주포 6문 중 3문이 쓸 수 없는 상태였다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우리는 매해 수십조 원의 예산을 국방비로 쓰고 있다. 첨단무기와 장비 구입 등 군 현대화를 명분으로 해마다 증액한다. 그런데 침몰된 천안함의 함미는 해군 함정이 며칠을 헤매는 동안 고기잡이배의 어군탐지기가 발견했다. 연평도에서는 포탄이 날아오는 방향을 파악하는 대포병레이더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사들인 '첨단 장비'는 도대체 무엇이고, 다 어디에 있다는 것인가?

연평도가 공격을 받자 일단의 '용감한 보수파들'은 "왜 즉각 전투기로 폭격하지 않았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는 전투기 폭격은 한미연합사령부, 즉 미군의 허락을 받아야 한단다. 전시작전권이 미국에 있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곧 돌려받게 돼 있던 전시작전권을 나중에 받자고 우겨서 결국 관철한 것이 바로 그 '보수파들'이었다는 사실이다. 미군 개입 없이 우리 힘으론 이 땅을 지킬 수 없다는 이유였다. 도와달라고 형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면서 상대에겐 '한 판 붙자'고 목청을 높이는 것이 과연 용기 있는 행동인가, 비겁한 짓인가.

청와대 지하벙커의 비상대책회의에 둘러앉은 정부 수뇌부가 군 면제자 투성이란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보수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보수는 특이한 '변종'인가? 아니면 군에 못 갈 만큼 심신에 이상이 있는 사람,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일수록 이 땅에서 출세할 가능성이 높다는 역설을 보여주는 것일까?

무엇보다 분통이 터졌던 것은 연평도 주민들에 대한 대우다. 공포에 질려 섬을 탈출한 수백 명이 인천의 한 찜질방에서 2주 넘게 갑갑한 피난 생활을 하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그들이 정부 없는 국민인가? 한동안은 그 비용조차 찜질방 주인이 부담했다는 얘기에 기가 막혔다. '피난민 보호를 찜질방 주인에게 맡기는 정부'라는 비판이 하늘을 찌른 후에야 지원계획을 내놓았지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정부인가'하는 의구심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천안함이나 연평도 이전에도 수상하긴 했다. 안보를 중시한다는 정권이 성남기지의 공군 비행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반대를 무릅쓰고 롯데 재벌에 '제2롯데월드'를 허가해줄 때부터 헷갈렸다. 이 정권에겐 '경제'와 '안보' 중 경제가 우선이라는 뜻인가? 그런데 수많은 중소기업의 운명이 걸린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대북강경조처를 통해 존립을 흔드는 일을 반복한다. 그렇다면 이 정권의 '경제'에 중소기업은 들어있지 않다는 말인가?

이 정권의 안보는 도대체 어떤 안보이며, 경제는 누구를 위한 경제인가? 내 상식으론 도저히 풀 수 없는 실타래다. 누가 좀 시원하게 설명해줄 수 없을까.


*이 칼럼은 12월 9일자 국제신문 <시론>으로도 실렸습니다.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