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명 배출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언론인 캠프

불통의 한국사회를 안타까워하는 청년들의 발걸음이 '세저리'로 향했다. 15일부터 1박2일간 충북 제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열린 '제10기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언론인 캠프'에 우리 사회를 소통시키는 일에 종사하고자 하는 예비언론인 60명이 모였다.  이에 따라 ‘세저리캠프’ 수료자수는 모두 600명에 이르게 됐고, 그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것

캠프는 전∙현직 언론인으로 구성된 저널리즘스쿨 교수진의 열정과 노하우를 담은 11개 특강과 튜토리얼 등으로 이어졌다. 서울∙부산은 물론이고 제주에 이르기까지 이른 아침부터 제천을 향해 달려왔을 참가자들의 눈에는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듯했다. 첫 강의는 이봉수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장의 '무엇이 우리 가슴을 뛰게 만드나'라는 주제로 시작됐다. 바른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열망 때문인지 참가자들은 이 원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 대학언론인 캠프에서는 11개의 특강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 김선기

이 원장은 준비해온 외국 일류 신문의 혁신적 지면과 방송을 보여주며 참가자들의 호기심과 감탄을 자아냈다. 그는 "'신문의 위기'라며 신문의 미래를 걱정하지만, 신문이 사라지더라도 형태가 바뀔 뿐 저널리즘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신문의 위기’란 말은 신문을 잘 못 만들고 지면혁신에도 게으른 한국 신문의 핑계도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참가자들에게 "한국 언론을 확 바꾸는 기자∙PD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오후 5시, 이른 저녁을 먹고 소화할 틈도 없이 두 번째 강연으로 이어졌다. 제정임 교수는 ‘시사현안 백분토론’에서 ‘땅콩 회항과 재벌 개혁’, ’재벌총수의 가석방’을 주제로 토론수업을 선보였다. 본격 토론에 앞서 제 교수는 ”자신이 생각한 바를 논리정연하게 말하는 것은 좋은 기자, PD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토론수업의 날카로운 풍자, “재벌총수 1700번 면회했는데 왜 경영 어렵지?” 

평소 열띤 공방으로 유명한 제 교수의 토론수업이지만, 캠프 참가자들은 한국 재벌총수의 법 위반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과 ‘법 앞의 평등’을 요구하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참가자 전광준(27∙한동대)씨는 “기업인 사면과 가석방에 반대한다”며 “최태원 SK회장은 1년 조금 넘는 기간에 1700번가량 변호인접견과 면회를 했다는데 총수의 부재로 경영판단이 어렵다는 말은 애먼 소리”라고 꼬집었다.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옥스퍼드‧케임브리지 대학의 튜터제도를 본떠 만든 튜토리얼을 캠프 참가자들이 체험하고 있다. 실제 튜토리얼에서는 개별지도가 많다. ⓒ 김선기

KBS PD 출신인 이상요 교수는 ‘PD는 영상으로 말한다’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급변하는 미디어 생태계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2012년 <뉴욕타임스>가 진행한 ‘Snowfall’ 기사를 “신문과 방송이 융합하는 시대를 알리는 경종”이라 말했다. 그는 “젊은 언론인들이 <뉴욕타임스>의 인터렉티브 기사 같은 창의적인 생각과 뉴미디어 시대의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뱃속의 태아’나 ‘달에서 본 지구’처럼 영상은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것을 구현할 수 있다며 영상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1960년 미국 대선 때 케네디는 닉슨보다 지지율이 낮았지만, TV토론 한 방으로 역전시켰다”며 “TV에 세련된 모습으로 나온 케네디가 선거에 승리한 사례는 미디어가 대중에게 끼치는 파급효과를 잘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기자들은 정부대변인의 대변인”

첫날 마지막 수업은 <뉴스타파> 비상임 대표이기도 한 김용진 교수가 맡았다. 그는 ‘세상을 바꾸는 힘: 탐사보도’를 주제로 강연했다.

“제가 처음 취재할 때 탐사보도란 개념을 아는 사람들이 없었어요. ‘탐사’ 이러면 ‘동굴탐사말이에요’라는 얘기도 들었죠. 지금은 탐사보도가 많이 알려졌어요. 기성언론에 염증을 느낀 대중이 늘어나면서 탐사보도는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을 보도하는 공영방송의 행태를 두고 “요즘 기자들은 (정부부처)대변인의 대변인”이라고 말한 존 필저의 말을 인용하며, 보도를 받아쓰는 저널리즘은 진짜 저널리즘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진짜 저널리즘은 이면에 가려진 객관적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라 말했다. 대표적 사례로 아이다 타벨의 스탠더드 오일 비리 폭로, 레이 스태나드 베이커의 식품안전 문제 보도, 업튼 싱클레어의 비위생적인 미국 식육업계 보도 등을 들었다. 그는 이런 사례들의 공통점은 탐사보도가 사회변화를 이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참가자들에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냥 기자나 PD가 되는 게 아니라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 고민하는 언론인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참가자들이 '사귐의 시간'에 교수진‧재학생과 함께 게임 등으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 김선기

‘사귐의 시간’에도 상식 공부 시키다니… 

밤 11시가 가까워서야 첫날 강의를 다 들은 학생들은 공부에 지친 머리를 식히고 동료와 인사도 나누는 ‘사귐의 시간’을 가졌다. ‘사귐의 시간’에는 장해랑 교수의 KBS 후배 피디가 직접 담궈 캠프 참가자들에게 격려 메시지와 함께 보내온 '독한 막걸리'가 제공돼 취흥을 돋웠다. 스쿨 재학생들이 진행한 ‘노래자랑’ 등 ‘술자리게임’에서는 많은 상품이 제공됐는데, 40문제나 출제한 ‘상식퀴즈’는 상식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 꽤 있어 ‘원성’을 사기도 했다. 단체 경쟁에서는 김용진 교수의 기자3팀이 우승해 팀 전원이 귀가 차비를 상금으로 받았다.

상당수 학생은 새벽 3시까지 이어진 술자리에 동석해 토론을 벌였으나 어김없이 아침 8시부터 시작된 둘째 날 강연에 모두 참석했다. KBS PD 출신인 장해랑 교수는 ‘PD는 기획으로 말한다’ 강연에서 "글쓰기와 방송제작은 내가 세상에 말을 거는 행위"라며 "백인백색(百人百色)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세상에 대해 어떤 말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처음 PD로 들어오면 기술적인 부분, 즉 테크닉에 빠집니다. 기사를 쓰고 방송을 만드는 것, 그게 다가 아닙니다. '기레기'라는 말이 나온 이유는 '가치'와 '사람'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PD든 기자든 사람을 다루는 일입니다. 프로그램은 테크닉이 아니라 여러분의 '마음'이고 '정신'입니다. 그 모든 것이 정신의 일부분임을 잊지 마십시오."

자기소개서 쓰기 비법, “내가 왜 떨어졌는지 알겠다”

이봉수 원장은 두 번째 강의 ‘개인DB 만들기와 칼럼 쓰기’에서 자신만의 DB 만들기 노하우를 공개했다. 그는 언론인은 각자 자기 영역의 최고전문가가 되어야 하는데, 매체 모니터링과 책 읽기, 그리고 DB 만들기를 소홀히 해 평범한 언론인에 머물고 만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언론은 무슨 큰 사건 또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메가 이벤트가 있으면 전부 다 비슷한 기사를 펼치는 데 몰입한다”며, 스포츠 행사 보도가 한국 사회의 중요한 이슈를 모조리 묻어버리는 건 한국 언론의 큰 병폐”라고 지적했다.

제정임 교수의 ‘시사현안 가닥잡기’는 첫날 다룬 ‘재벌개혁’에 대한 개념정리와 심층토론으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토론을 통해 재벌개혁 문제에 대한 자신의 논거를 강화했다. 오은선(24∙이화여대)씨는 “시사현안의 핵심을 짚어주는 원 포인트 강의여서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진 이봉수 원장의 ‘자기소개서 클리닉’ 강의에서는 ‘합격하는 자소서 쓰기’의 비법과 첨삭을 거친 '명품 자소서'들이 공개됐다. 김영주(24∙서울대)씨는 “지금까지 써온 자소서와 너무 달라 느낀 점이 많았다”며 “특히 자신의 단점을 드러내는 척하면서 뽑는 쪽의 신뢰를 산 뒤 장점으로 부각시키는 문장들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문준영(24∙제주대)씨는 “기존에 갖고 있던 자소서 쓰기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캠프는 끝났지만 인연은 계속된다

1박2일 쉴 새 없이 이어진 강의는 개인별 문제를 가정교사처럼 상담해주는 ‘튜토리얼’ 시간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그러나 캠프 참가자들이 보내오는 논작∙칼럼 과제는 추후에도 첨삭을 해주는 등 세저리에서 맺은 인연은 계속될 예정이다.

▲ PD2반 튜터 이상요 교수와 튜티들이 캠프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김선기

이봉수 원장은 수료식에서 드골이 <르몽드> 창간호에서 밝힌 ‘무기력한 것, 그건 지는 것이다’는 말을 인용하며 절대 자기 자신에게 지지 말 것을 당부했다. 

“사람은 두 부류가 있다고 합니다. 암담한 현실 앞에 자포자기하는 사람과, 사회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조금씩이나마 노력하는 사람이죠. 여러분들은 후자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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