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뉴스 미디어팀 좌담회] 종편 개국 3년을 돌아본다 <상>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개국한 지 3년이 지났다. 종편이 승인 심사 때 제출한 사업 계획서는 예상대로 거의 휴지조각이 됐다. 콘텐츠 투자 이행률은 20~40%에 불과하고 장르간 의무편성비율은 지켜지지 않은 채 유사한 형식의 토크프로그램들이 검증되지 않은 사실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재방송이 전체 편성의 절반을 차지한다. 정부는 1사 1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제도를 도입한 광고직거래, 유료방송의 종편 의무 재전송, 황금채널 배정, 중간광고 등 종편 사업자에게 온갖 특혜를 주었다. 모든 명분은 콘텐츠의 다양성을 통한 방송산업의 발전이었다.

 

종편 방송 3년, 지금 종편은 어디에 어떤 얼굴로 우리 앞에 서 있는가. 일부 성공적인 보도, 예능 프로그램들을 제외하고 선정성과 편향성으로 방송 전반에 하향평준화를 가져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편으로 우리 사회가 세월호 참사를 경험하면서 언론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었지만 종편의 보도방식은 여전히 ‘기레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종편 예능과 드라마는 일부 지상파를 위협할 만큼 성과를 보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신년기획으로 방송 3년을 맞은 종편에서 문제가 있는 프로그램과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보도, 예능, 드라마, 다큐멘터리의 순서로 짚어봤다. 앞으로 종편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생각도 함께 나눴다. <단비뉴스> 미디어팀 기자들의 좌담을 2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상> 종합편성이 필요한 종편

<하> 종편의 성장, 막을 수 없다면

<보도>

중요 이슈 피하면서 보수담론 주도하는 편파적 선정성

▲ 강명연 기자

명연
[TV조선] 뉴스쇼 판 (월~금요일 밤 9시 40분)
http://tvchosun.com/news/newspan/main.html
TV조선은 개국 이후 편파적인 보도로 보수세력의 담론을 형성하는데 앞장서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검증 없는 추측성 보도, 편파보도를 남발하며 확인보도, 객관성 확보라는 최소한의 언론윤리마저 저버렸다는 건데요.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쇼 판>이 대표적입니다.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가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단식으로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 순간에도 그의 사생활을 들추며 단식의 목적이 세월호 보상금을 타기 위한 것 아니냐는 발언을 일삼았죠. 세월호 집회를 두고 앵커는 “참사를 선동의 장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꾼들이 끼어들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편향적인 패널들이 출연해 한쪽의 일방적 입장만을 대변하거나 주요뉴스를 아예 외면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지난 해 1월 21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종북이라고 주장한 정미홍 KBS 전 아나운서의 발언을 그대로 내보내기도 했죠. 최근에는 ‘땅콩 회항’사건을 12월 8일부터 3일 동안 전혀 보도하지 않았어요. 비판이 일자 11일에 16번째 리포트로 소극적인 보도를 한 게 고작입니다. TV조선의 주요 주주사인 대한항공 눈치보기였다는 지적입니다.

▲ 김봉기 기자

봉기
TV조선의 보도에는 북한 출신 탈북자가 취재원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그들을 믿을 수 없다고 단정해선 안 되지만, 교차검증이 불가능한 취재원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자주 등장하고 그들의 말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보도는 문제입니다. 확인되지 않거나 근거 없는 북한 소식도 자주 전합니다. ‘김정은이 살이 쪘다’, ‘비만이라서 건강에 문제가 있다’ 등등. 지난 9월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행방불명 됐을 때 종편은 지상파보다 훨씬 비중 있게 이 사실을 다뤘지만 별 내용이 아니었죠. 최근 지상파가 날씨, 동물 얘기, 건강 정보 같은 소식은 보도하면서 정작 국민들이 알아야 할 주요이슈를 외면한다고 비판받고 있는데, TV조선의 보도 행태도 마찬가집니다. ‘땅콩 회항’은 외면하고 흥미보도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분야가 북한 이슈라고 봅니다. 중요한 이슈를 피하려다 결과적으로 북한 소식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 조한빛 기자

한빛
[채널A] [단독] 이석기, 과거 “애국가는 국가 아니다” (12월 19일자 보도)
http://news.ichannela.com/politics/3/00/20141219/68646536/1
저는 명시적으로 거짓말을 했던 보도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이 뉴스는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이 내려진 12월 19일에 과거 이석기의 “애국가는 국가 아니다”는 발언을 문제 삼았는데요. ‘단독’까지 달며 대단한 사실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과장했지만 이 발언은 2년 전인 2012년 6월의 것이었고 이미 다른 언론들이 보도한 내용입니다. 사실을 전달해야 할 언론이 ‘단독 보도’라고 명명한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죠.

봉기
이 발언이 근거가 돼서 통진당이 해산된 것도 아닌데 왜 이런 보도를 했을까요. RO모임이 해산 결정의 중요 요인이라고 보고 이를 과장하기 위해 가십성 보도를 가져다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종편 방송사들이 ‘단독’ ‘특종’ ‘속보’를 남발하는 문제는 심각합니다. 채널A와 TV조선은 유병언 회장 아들 유대균 씨가 치킨을 시켜먹은 내용으로 말도 안 되는 속보경쟁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단독’을 붙이고 “치킨을 힘없는 목소리로 시켰다고 한다” 식의 뉴스를 내보냈습니다. 중요 이슈는 외면한 채 흥미위주의 뉴스발굴에 매달리는 걸 보면 시청율때문인지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이 내려진 당일 채널A는 '단독'까지 붙여가며 이석기의 과거 발언을 문제삼았다. 하지만 이 발언은 2013년 8월 TV조선 등 다른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 채널A <종합뉴스>(위), TV조선 <뉴스특보>(아래) 화면 갈무리

‘종북 콘서트’, 사전에 설정된 프레임 규정

▲ 박채린 기자

채린
[TV조선] 이봉규의 정치옥타곤 (토요일 낮 12시 40분)
http://tvchosun.com/sisa/octagon/main/main.html
북한 문제나 종북 논란을 자주 다루는 프로그램입니다. TV조선 보도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가진 패널의 문제를 많이 지적하지만 저는 사회자들이 더 문제라고 봅니다. 토론프로그램에서 제작진이 이슈에 대한 균형된 시각을 제공할 수 있도록 패널 수를 조정해 양적인 공정성을 맞추는 것은 기본입니다. 사회자는 중립적 입장에서 질문하고 방송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정치옥타곤>에서는 사회자부터 균형감각을 잃어버려 논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62회 ‘종북 콘서트’ 방송에서였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해변에서 노는 영상을 보여줍니다. 그냥 보면 사람들이 즐겁게 노는 영상인데 사회자는 북한에서 영상을 가져왔다는 이유로 선전용이 아니냐고 묻습니다. “남자들의 옷이 선정적이지 않냐”, “북한에서는 엉덩이 춤을 추면 잡혀간다는데 영상에서 저렇게 춤을 추는 걸 보면 분명 선전용 영상이다”라고 규정해 버려요. 패널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를 몇 번 하는데도 소용없었어요. 사회자부터 균형을 지킬 의지가 없었습니다.

아예 시작부터 프레임을 규정해버리기도 합니다. 신은미씨의 종북콘서트 논란 방송에선 도입부에서 <별에서 온 그대>의 노래를 틀어줬어요. 시사 프로그램에 왜 이 노래가 나오지, 기발한 컨셉이 있나, 하고 지켜봤는데 사회자가 오늘은 ‘북에서 온 그대’ 특집이라서 이 노래를 틀었다는 겁니다. 논쟁의 여지가 많은 사안의 프로그램을 그렇게 시작하니까 찬반 논쟁 여지는 사라지고 신은미가 곧 종북이라는 이미 결정된 프레임 안에서 방송이 진행되더라고요. 시사 프로그램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사실 확인이나 논쟁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봉기
TV조선이 ‘토크 콘서트’를 ‘종북’, ‘종북 콘서트’로 부르면서 사실상 용어가 토크콘서트의 성격을 규정해버렸어요. 처음부터 프레임을 만들어 버린거죠. 근거 없이 ‘종북’이라고 규정한 것은 사실을 확인하고 그 바탕에서 보도해야 할 언론사의 자세가 아닙니다. <정치옥타곤>의 사회자 이봉규씨는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종영)에서 막말로 물의를 빚어 17차례의 제재를 받은 인물입니다. 당시 채널A는 생방송 특성상 패널들의 우발적인 발언을 막기 어려웠다고 해명했지만 자극적인 발언으로 시청률 확보가 가능했기 때문에 계속 이봉규씨를 출연시켰다고 봅니다. TV조선이 이 사람을 사회자로 기용한 이유도 동일하겠죠. 요즘 입담 센 보수성향의 패널들은 모든 종편채널에 불려 다니며 보수담론 전파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 북한 문제나 종북 논란은 종편 채널의 단독 소재이다. <이봉규의 정치옥타곤>은 신은미 토크 콘서트 논란 특집방송 제목을 '북에서 온 그대'라고 붙였다. 사회자들은 북한 사람들이 춤을 추는 영상을 보고 선전용 영상이라고 단정했다. '옷이 선정적이다' '엉덩이 춤을 춘다'는 이유였다. 공정하고 균형된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사회자들이 오히려 '종북' 프레임을 규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 TV조선 <정치옥타곤> 화면 갈무리
▲ 박진우 기자

진우
[채널A] 이언경의 직언직설 (월~금요일 오후 2시 50분)
http://news.ichannela.com/tv/speak
이 프로그램은 지역 차별을 조장하고 특정 정치세력을 비하하는 ‘막말’의 근원지라고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매일 방송사고 수준의 발언을 쏟아내는데요. 신뢰도가 낮은 변호사, 정치평론가 등을 섭외해 생방송이라는 핑계로 여과 없이 방송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문제가 됐던 발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98년 북한의 대규모 숙청’을 주제로 다루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김일성이 고용한 간첩으로 지칭한 내용입니다.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탈북 군인의 발언이 그대로 전파를 탄 거죠. 정제된 말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일부러 활용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종편이 보수적인 이념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캐스팅도 보수적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방송이 계속 용납되고 이용되는 제도적 정치적 현실도 한심하고요.

보도 참사 가운데 빛난 JTBC, 높은 신뢰도 배경은 심층보도

명연
[JTBC] 뉴스9, 뉴스룸 (월~금 20:00 ~ 21:40 / 토~일 20:00 ~ 20:30)
http://news.jtbc.joins.com/Replay/news_replay.aspx?fcode=PR10000403
채널A와 TV조선이 검증 없는 추측성 보도와 막말로 보수 담론을 형성하는 와중에 JTBC 뉴스가 돋보였습니다. MBC 시절부터 신뢰받는 언론인 1위 자리를 지켜온 손석희 사장의 역할이 가장 컸습니다. 종편 개국 초기엔 JTBC도 다른 채널처럼 극우매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손석희 사장이 <뉴스9> 앵커로 나서면서 논조가 완전히 바뀌었어요. 정부가 불편해하는 뉴스를 피하지 않고 사안의 핵심을 파고들었습니다.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간첩조작사건, 철도파업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에서 특히 강한 모습을 보였어요. 정부 발표에 끌려 다니거나 정권 눈치만 보면서 사건을 외면한 공중파와 비교해도 분명히 달랐습니다. 작년 3월 간첩조작사건 관련 국정원 압수수색이 시작되고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 책임론이 들끓었는데요. 공중파는 이를 외면했지만 JTBC는 이틀 연속 5꼭지씩 할애하며 집중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소치 올림픽 기간 동안 지상파가 올림픽에 올인하며 주요 이슈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을 때도 JTBC는 국정원 문제, 간첩사건 등 정치사회 이슈를 전면에 배치해 보도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보도도 정부 발표에 의존해 오보를 남발하던 기성언론과 달리 JTBC는 현장에서 희생자 가족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당연히 유가족의 제보가 잇따랐고 단독보도가 줄을 이었는데요. 세월호 피로감 운운하며 세상의 관심이 줄어들 때도 실종자 가족들의 소식을 끝까지 전했습니다. 수색이 중단되고 범정부대책본부가 해체한 뒤 11월 20일 실종자 가족들이 진도체육관에서 철수할 때까지 JTBC는 언론사 중 유일하게 220일 동안 현장을 지켰습니다. 세월호 보도의 기준이 피해자라는 원칙을 끝까지 고수한거죠.

봉기
손석희가 앵커로 나선 시점부터 JTBC <뉴스9>에 대한 평가가 좋아졌지만 세월호 참사 보도 이후 JTBC 신뢰도가 한 단계 더 상승했습니다. 세월호 특별취재팀이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을, 손석희는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한 건 JTBC의 세월호 취재가 세상으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증거죠. 참사를 겪으면서 손석희 앵커가 기존 뉴스 포맷에 대한 아쉬움도 느꼈던 것 같아요. 뉴스 길이를 늘이고 집중해야 할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뉴스룸> 개편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 <단비뉴스> 미디어팀 기자들이 종편 방송 3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 조용훈

진우
하지만 앞으로 JTBC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죠. JTBC 뉴스도 개국 초기에는 다른 종편 보도와 다를 것 없었지만 손석희가 들어온 이후 한 개인에 의해 보도 방향이 바뀐 것과 다름없잖아요. 이게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 있다고 봐요.

명연
미디어 비평지에서 삼성미디어제국에 대한 기사를 보고 공감했는데요. JTBC라는 방송국이 신뢰를 얻고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손석희를 이용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JTBC가 예능이나 드라마에도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만, 방송에서 보도가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은 손석희를 기용한 것이니까요. 중앙일보 논조와는 분명히 다르지만 상쇄할만한 이득이 있기 때문에 손석희가 만드는 뉴스를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닐까요?

▲ 남건우 기자

건우
이용일 수도 있지만 변화한 모습의 의미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뉴스 소비자들은 뉴스 변화를 바로 알아차립니다. 손석희라는 인물 때문에 JTBC 보도의 신뢰도가 높아진 만큼 손석희가 없어지면 당연히 신뢰도가 떨어지겠죠. 이런 변화는 새로운 미디어 지형에서 생긴 현상입니다. 한국 언론뿐만 아니라 세계 언론을 봐도 기자 개인이 언론을 주도하는 흐름이 있어요. 주진우 기자를 시사인의 주진우로 보기도 하지만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버린 것처럼 앞으로 기자를 따라서 뉴스를 보는 경향이 더욱 커질 겁니다.

봉기
손석희가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면 JTBC가 망가질 수 있다는 시각도 동의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다른 종편이 바뀔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TV조선, 채널A, MBN의 경영진이나 오너들이 JTBC 성공사례를 보고 손석희 같은 언론인을 기용해 좋은 뉴스를 만드는 희망요. 손석희가 JTBC 보도본부 사장으로 갈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어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비현실적인가요?

한 경위 단독 인터뷰, 정윤회 수사 전환점 되지 못해 아쉬워

한빛
[JTBC] [단독] 한 경위 "청와대 민정수석실 회유 있었다"…폭로 (12월 15일자 보도)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0681592
JTBC에 칭찬 일색인 것 같아서 아쉬웠던 보도를 뽑아봤습니다. 한 경위를 단독으로 인터뷰 했다고 보도했지만 정작 리포트에는 청와대 회유가 있었다는 한 경위 목소리가 없었습니다. JTBC는 한 경위가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며 녹취 파일은 있지만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세웠는데요. 결국 리포트 자체로만 보면 부실한 리포트가 되어 아쉬웠습니다.

건우
자살한 최 모 경위가 폭로를 했고 진실규명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에서 이 보도가 나왔죠. 하지만 보도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아 모멘텀이 급격히 식어버렸어요. 처음부터 검찰 수사는 진실규명보다 정보 유출 경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사실상 이제 정윤회 수사는 종결된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회유가 있었다는 발언을 했던 한 경위는 스스로 발언을 부인했고요. 이게 다 검증할 수 없으니까 한 경위 말만 쫓은 건데, 한 경위 말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서 수사가 유야무야 종결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부분에서 아쉬운 보도였습니다. JTBC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돼요.

▲ JTBC의 한 경위 단독 인터뷰는 정윤회 사건 수사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증거였다. 하지만 정작 리포트에는 청와대 회유가 있었다는 한 경위 목소리가 없었다. 보도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아 수사는 정보 유출 경위에 초점을 맞춘 채 사실상 종결됐다. ⓒ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실수 있었지만, 잊지 말아야 할 세월호 참사

한빛
[JTBC] [앵커브리핑] 세월호 참사 6개월…끝나지 않은 기다림 (10월 16일자 보도)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0608322
보면서 소름이 돋았던 뉴스입니다. ‘이제는 세월호를 잊어버리고 싶으시다면 지금부터 2분 동안은 고개를 돌리셔도 됩니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문구로 시작하는 영상 리포트인데요. 세월호 참사의 순간과 사건 해결 과정을 보여주면서 진실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환기시켜 줍니다. 세월호 피로도 얘기가 나오고 ‘세월도 피로도’ 얘기도 피로해질 무렵에, 세월호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봉기
뉴스가치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안 좋은 소식을 들으면 불편할 수밖에 없는데 그만 불편하자는 목소리가 들릴 즈음이었죠. 세월호 피로감을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보도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사건임을 되새기게 했어요.

▲ 세월호 참사가 잊혀져가던 지난 10월, JTBC <뉴스룸>은 끝나지 않은 참사를 환기시켜주었다. ⓒ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진우
세월호 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잊지 말아야 할 사건’이라는 사실을 언론이 끊임없이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JTBC가 가장 잘 한 부분이었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언론들처럼 다른 이슈에 집중하기 쉬운데도 끝까지 제 역할을 충실히 해냈습니다.

건우
재난보도라는 측면에선 JTBC가 언론이 지향할 모습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참사 초반에는 생존 학생에게 친구가 죽었냐고 묻는 인터뷰도 있었습니다. 재난보도 매뉴얼을 충실히 지켰다고 보기도 어려워요. 시행착오도 있었기 때문에 지나치게 JTBC 보도를 미화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채린
지상파와 비교해서도 JTBC가 잘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JTBC 뉴스에는 적극적이고 심층적인 보도가 많았습니다. 메인 앵커가 팽목항에서 직접 진행하는 화면은 상당히 파격적이었어요. 세월호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사안에서도 핵심을 파고드는 긴 리포트나 심층인터뷰는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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