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절반 이상 진행된 4대강공사, 420년 집성촌도 사라질 위기

 

▲ 체험단이 회룡포의 '뿅뿅다리'를 건너고 있다  ⓒ 김인아

 

“이 사업이 잘못된 것을 알기 때문에 수업도 빠지고 참가하게 됐어요.”

지난 20일 오후, 교실에서 한창 공부해야 할 시간에 경북 예천군의 삼강주막에 앉아있던 장유진(중3·서울 광장동)양이 말했다. 장양은 학교에 체험보고서를 내기로 하고 어머니와 이모, 동생(중1)과 함께 집을 나섰다. ‘낙동강 333 프로젝트’에 참가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각계인사 33명이 333대의 버스에 참가자 33명씩을 태우고 강을 현장 답사하는 행사로 지난 9월 시작됐다. ‘운하반대교수모임’의 이원영(수원대 도시부동산개발학과)교수 등이 4대강 공사 이전의 아름다운 강 모습을 기억에 담자며 제안했다.
 
이날은 수업의 일환으로 참석한 20명의 서울시립대 학생과 성공회대 대학원생, 신문 광고를 보고 신청한 외국인과 주부, 강사 등 60여 명이 함께 했다. 아침 일찍 서울 교대역에 모여 2대의 전세 버스에 나눠 타고 출발, 경기도 여주의 남한강교와 예천의 삼강주막, 내성천이 마을을 휘감고 있는 회룡포, 낙동강 1300리 중 가장 절경인 경천대를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이원영, 홍종호(서울대·경제학과)교수가 4대강 사업에 대한 해설을 맡았다.

단양 쑥부쟁이 훼손, 돌아온 철새는 어리둥절

첫 기착지인 남한강교 일대는 원래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태습지로, 희귀종인 단양쑥부쟁이가 넓게 서식하던 곳이다. 공사는 한창 진행 중이었고, 쑥부쟁이를 위해 보호펜스를 쳐 놓은 약 300평정도 외에는 흙바닥이 모두 갈아엎어져 있었다. 보호펜스 밖으로는 쑥부쟁이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이원영 교수는 “여기는 바위늪구비 등 희귀종 동식물이 서식하던 곳”이라며 “공사로 모든 게 달라져버리니 지난해 왔던 곳을 다시 찾은 철새들이 어리둥절 헤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숲으로 울창했던 남한강일대는 이제 맨 땅에 트럭이 지나간 바퀴 자국만 선명했다. 

 

 ▲ 남한강 일대 공사 전(좌)과 후(우) ⓒ 박용훈

 

두 번째로 찾은 곳은 ‘우리나라의 마지막 주막’으로 잘 알려진 삼강주막. 예전에 삼강나루를 왕래하는 보부상과 과객, 사공들에게 숙식을 제공했던 곳이다. 지난 2007년 예천군이 복원, 운영하고 있다. 답사팀은 이 곳에서 칼국수와 막걸리로 배를 채우면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이를 막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나누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TV프로그램 ‘1박2일’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예천군 용궁면의 회룡포였다.

 

 ▲ 경상북도 예천군 회룡포 마을 ⓒ 전은선

 

회룡포는 낙동강의 한 줄기인 내성천이 360도로 마을을 휘감으면서, 강물이 실어다 놓은 모래밭이 드넓게 펼쳐진 곳이다. 구멍 뚫린 공사용 철판을 지날 때 마다 '뿅뿅' 소리가 난다고 해서 ‘뿅뿅 다리’라고 이름 붙여진 곳을 지나다 보니 맑은 물 속에 물고기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내성천 상류로 올라가 강물에 발을 담가보았다. 민물에 사는 조개인 재첩이 눈에 띄었다. 주부 김선주(서울 광장동)씨는 “발에 모래가 닿으니 모래가 살아서 물을 정화하는 느낌”이라며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이런 것을 체험할 수 없게 된다니 슬프고, 꼭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모래를 지켜주기 어려울 것이다. 내성천 상류지역인 영주시 평은면에 영주댐이 건설되고 있기 때문이다. 댐이 생기면 흐르던 모래의 60%가 댐에 막히게 된다. 박용훈(50․서울 신당동)씨는 “내성천 인근에 420년 된 집성촌이 있는데 영주댐이 생기면 마을이 수몰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국에서 마을의 논과 밭 소유주를 확인하며 보상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 영국은 운하를 없애는데, 이 사업은 미친 짓”

4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다는 벤 젝슨(잡지 기자)씨는 “이 사업은 정말 미친 짓 같다”며 “독일이나 영국의 경우 운하를 없애고 있는 추세인데, 선진국의 실패한 사례를 뒤따르다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 지율스님 ⓒ 김인아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경북 상주의 경천대. 상주보를 만들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구불구불 자연스럽게 굽었던 하천이 직강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경천대에서 만난 지율스님은 “상주에는 범람 지역이 많은데, 이번 사업으로 물과 모래, 숲과 들이 없어지게 된다”며 “강바닥을 깊이 파면서 암반을 폭파한 뒤 거친 돌을 논에다 갖다 퍼부으면 다른 생명체가 살 수 없고 농사도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원영 교수는 “제방을 쌓게 되면 지하수가 고갈되고, 낙동강이 마르게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내성천을 찾은 미국환경학계의 석학 랜디 헤스턴 교수는 “이렇게 아름다운 모래강은 미국에서 평생 한 곳에서만 본 적이 있을 뿐”이라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낙동강 공정률 50%, 영산강, 금강은 70%에 이른 4대강 사업은 자연스런 강의 아름다움을 이미 상당부분 파괴해 버렸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공사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야당과 시민단체 등에 “이미 너무 많이 진행돼 그만 둘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 경천대에서 바라본 낙동강 공사 현장  ⓒ 김인아

 

홍종호 교수는 “홍수예방과 용수공급 등의 기대효과와 생태하천 파괴 등의 손실을 비교하는 비용편익 분석을 해봤을 때, 낙동강과 한강의 경우 100원을 투자해 겨우 24원 정도를 얻는 사업”이라며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사업이 너무 많이 진행돼 그만둘 수 없다고 말하지만 앞으로 발생할 엄청난 유지관리비 등을 감안하면 지금이라도 중단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금빛 모래가 살아 숨쉬는 낙동강. 강바닥의 모래를 파내고 보를 만든 후에는 이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자연의 선물을 멋대로 파괴해 버린 우리를, 다음 세대에게 뭐라고 변명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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