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감염병이 온다] ③ 국내 대책과 과제

점점 확산되는 기후변화 질병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인식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 질병관리본부와 국립보건연구원의 경우 2010년부터 매개체전염병 종합감시체계 ‘벡터넷(vector-net)’ 구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력과 예산 문제에 가로막혀 진행이 매우 더딘 상황이다. 이 시스템은 영호남 등 전국 주요지역의 거점센터에서 진드기 매개 질병과 말라리아, 일본뇌염, 뎅기열 등의 발생 경로, 방제 위치 및 환자 정보를 실시간 관리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말라리아나 일본뇌염 등의 질병 감시만 일부 보건소에서 이뤄지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예산·인력 확보 못해 대응책 마련 지지부진

국립보건연구원 질병매개곤충과 이욱교 보건연구사는 "중앙에서 종합적으로 감시하는 시스템이 아직 완성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매년 (요청한) 예산이나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이유가 크다"고 말했다. 같은 부서의 노종열 보건연구사는 "2005년부터 지역별로 인력을 투입해 진드기 채집 등의 역학 조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런 일련의 과정이 벡터넷과 합쳐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 충북 청주시 오송동의 질병관리본부 청사. ⓒ 송두리

경기개발연구원 고재경 박사는 "기후변화와 연계된 질병은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에 근거해 지역 맞춤형 정보를 얻어야 대책 수립이 가능한데 관련 전문가의 수와 투자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예방의학교실 최보율 교수는 "(정부가) 경제와 인프라 분야에만 치중한 까닭에 (의료보건 등) 복지분야 예산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며 "감시 시스템 구축뿐만 아니라 곤충매개질환 전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복지 분야에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연구 환경이 좋아지고 많은 연구자들이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곤충매개감염병이 집중 발생하고 고령 인구가 많은 농촌지역에 의료시설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충남 예산군 보건소 이영호 담당자는 “감염병 증세가 악화된 어르신들은 입원 치료를 해야 하는데 보건소에서는 어렵다”며 “공공의료원을 늘릴 수 없다면 큰 종합병원이라도 (가까운 지역에) 더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 이원철 역학조사관은 “(진드기 매개 등 새로운 감염병 환자가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염병 전체 환자가 줄고 있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보건소에서 감염병 담당 인력을 감축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공공의료 인력을 줄이는 문제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일”이라고 우려했다. 

▲ 질병관리본부 이원철 역학조사관이 기후변화 감염병 실태와 공공의료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송두리

의료진 및 지역주민 대상 교육과 홍보도 시급 

기후변화로 확산되는 신종 감염병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지만 의료진 교육은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해 12월 쯔쯔가무시증 환자로 판명된 유모(51·전남 장흥군)씨의 경우 진드기에 물린 후 비교적 초기에 병원을 찾았지만 이비인후과에서 감기몸살이라고 진단하는 바람에 치료가 늦어져 심각한 상태에 이를 뻔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최희경 교수는 “의료진이 관련 교육을 따로 받거나 하진 않기 때문에 (진드기 매개 감염병을 치료한) 경험이 없다면 정확한 진단이 늦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예방의학과 천병철 교수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기후변화와 질병을 관련짓는 의료진이 많지는 않다”며 의사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질병 변화에 대해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질병이 발생했던 지역은 특히 예방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중요한데, 군청이나 보건소가 환자 발생 사실 등을 감추려 하는 것도  문제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사망자가 발생했던 전남의 한 군청 관계자는 "(진드기 때문에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며"(사망자가 발생한 곳은) 다른 지역도 있는 데 왜 하필 우리 지역에 오려고 하느냐"며 <단비뉴스>의 취재를 거부하기도 했다. 경기개발연구원 고재경 박사는 "담당공무원이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정보를 감추려고만 하면 이는 나중에 정부 불신이라는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며 정보 공개의 투명성이 대응책 마련에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했다. 

▲ 전국 보건소에 비치된 쯔쯔가무시증 예방 홍보자료.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더욱 적극적인 교육과 홍보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질병관리본부

한편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감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농민 등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교육과 홍보를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북 고령군 보건소의 경우 진드기 매개 감염병 예방을 위한 주민 교육을 적극적으로 펼친 결과 2006년 96명이었던 쯔쯔가무시증 환자 수가 2013년 50여 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충남도청 복지보건과 유현균 주무관은 “충남은 국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지역에도 도비를 투자해서 예방 사업을 벌인다”며 “지자체가 나서서 질병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대학교 수의대 손원근 교수도 “주민들이 관련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아프리카발 에볼라의 확산이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가운데, 감염 경로는 다르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신종 질병도 세계 보건위생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감염병의 증가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보고되고 있으며, 앞으로 점점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낯선 질병들은 아직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치사율이 높지만 국가적 인식과 대응은 부실한 실정이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청년기자들이 그 실태를 취재하고 대응책을 모색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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