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감염병이 온다] ② 해외 동향과 대응

기후변화에 따른 감염병의 확산은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인 현상이다. 특히 세계화로 사람과 동물의 장거리 이동이 빈번해지면서 한 지역에서만 발생하던 감염병이 국경과 대륙을 넘어 더욱 쉽게 전파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아주대 의대 장재연 교수가 지난 6월 서울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기후변화연구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기후변화와 감염병 국제연구동향’에 따르면, 아열대성 감염병인 뎅기열이 2010년 프랑스와 크로아티아에서 발견됐고 2012년 초에는 그리스에서 사망자가 보고됐다. 포르투갈의 말데이라에서는 지난해 초까지 2000명이 넘는 뎅기열 환자가 발생했다.

주로 남태평양, 아프리카 등 아열대와 열대 지방 모기가 옮기는 바이러스로 발병하는 '뎅기열'은 고열, 두통, 근육통을 동반하고 코피나 잇몸 출혈 등의 증상을 보인다. 치사율은 1% 미만이지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입,코,귀 등에서 피가 나고 치사율이 20%에 이르는 뎅기출혈열로 발전할 수 있다.

▲ 뎅기열을 전파하는 대표적 매개곤충인 흰줄숲모기. ⓒ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아열대 모기가 옮기는 감염병에 유럽 긴장

장 교수는 “유럽은 우리나라에 비해 감시체계가 잘 구축돼 있고 예방에 있어서도 적극적임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매개체 감염병이 발생하거나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기후변화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더 빠른 속도로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월 발표한 ‘매개체 감염병 국제동향’에서 전세계 인구의 40%가 뎅기열 위험에 노출돼 있고, 매년 130만 건이 넘는 신종 리슈마니아증(겨모기 매개 감염병)이 발생한다고 보고했다. WHO는 “기후변화가 이미 전세계적으로 매개체 감염병을 악화시키는 데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뎅기열 같은 아열대성 모기 감염병은 아직 우리나라에 본격 상륙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천병철 교수는 “이전에 없던 질병이 우리나라에서 새로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기후변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뎅기열이나 라임병 같은 감염병 발생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제주도는 전국에서 가장 따뜻해 아열대 감염병이 일찍 발생할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해 7월 제주의대 이근화 연구팀이 발표한 ‘기후변화 세계화가 모기 매개체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제주공항 및 제주항 등에서 뎅기열 매개 모기인 흰줄숲모기가 서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다행히 이번 연구에서 뎅기열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국내에 모기가 토착화한다면 언젠가는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일본뇌염 매개모기인 작은 빨간집모기도 부산 등 남쪽지역에서 주로 발견됐지만 기후온난화에 따라 서식지가 북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 2012년 기준 1월부터 7월까지 뎅기열 발병 위험 지역이 붉은 색으로 표시돼있다. 아열대 및 열대 기후에서 살던 뎅기열 매개 모기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됐다. ⓒ 세계보건기구(WHO)

아프리카발 인수공통질병 미국 강타

미국에서는 인간과 동물 사이에 상호 전파되는 병원체로 인한 질병(인수공통질병)인 '서나일열병'이 전국적으로 발병해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견된 후 지구온난화 추세와 함께 유럽, 중동 등으로 확산된 것으로 알려진 서나일열병은 모기 매개 바이러스 감염증이다. 39도 이상의 고열과 두통, 근육통, 상반신 발진 등을 동반하며 심하면 의식장애나 뇌염도 일으킨다. 미국 내에서 지난 2012년 4600명 이상이 감염됐고 이 중 183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서나일열병이 가장 심각했던 지난 2003년에는 환자수가 9862명이었고 이 가운데 264명이 목숨을 잃었다.

제주도청과 제주축협의 지원을 받아 곤충매개 가축질병을 연구하고 있는 제주대 수의학과 손원근 교수는 “서나일열 바이러스 등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사례가 없지만 철새를 통해서도 전파되고, 비행기에서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를 검출했다는 보고도 있어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점점 사람들의 여행 범위가 넓어지고 다른 나라와의 왕래가 잦아짐에 따라 아직 국내에 없는 병들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외에도 진드기가 매개하는 뇌염과 라임병 등이 지구온난화 추세와 함께 가축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은 질병으로 꼽힌다. 손 교수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가축에게도 대사성 질환과 전염성 질환이 증가할 수 있다”며 “특히 진드기, 모기 등의 곤충류와 거미류 같은 절족동물 수가 늘면서 절족동물이 매개하는 가축 질병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서아프리카발 에볼라의 확산이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가운데, 감염 경로는 다르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신종 질병도 세계 보건위생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감염병의 증가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보고되고 있으며, 앞으로 점점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낯선 질병들은 아직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치사율이 높지만 국가적 인식과 대응은 부실한 실정이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청년기자들이 그 실태를 취재하고 대응책을 모색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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