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인력 부족하고 접근성 낮아 비수도권 구직자 소외

“(집)근처 고용센터까지 가려면 2시간 가까이 걸립니다. 지방 사람은 서울 사람에 비해 취업 정보도 제대로 얻지 못하고 정부의 취업지원프로그램 역시 이용하기 어려워 답답합니다.”

충남 아산시에 사는 정희석(28)씨는 대학졸업 후 2년간 대기업,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약 100군데 넘게 지원했으나 번번이 낙방했다. 한동안 직업훈련을 받지도, 구직 활동을 하지도 않는 이른바 니트족(NEET: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ning)이 됐던 그에게 솔깃한 소식이 들렸다. 서울에 사는 친구가 고용노동부의 구직지원프로그램인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 입사에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정씨도 당장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알아보니 그가 이용할 수 있는 고용센터가 집에서 2시간 거리인데다 지원인력 등 여건도 서울만큼 갖춰져 있지 않아 의욕이 꺾이고 말았다.

직업훈련, 취업알선 등 혜택 크지만 수도권에 집중

▲ 취업성공패키지 안내문. ⓒ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지난 2009년부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된 취업성공패키지는 점차 범위를 청년층과 중장년층까지로 확대, 지난해엔 11만 8천여 명이 참여했다. 구직자가 거주지 관할 고용센터에 참여를 신청하면 1단계로 한달간 개별 및 집단상담을 받고 2단계로 각자의 의지와 역량에 맞는 직업훈련을 이수하게 된다. 간호조무사, 컴퓨터, 바리스타 등의 다양한 직업훈련비용은 전액 혹은 일부를 정부에서 지원한다. 훈련을 마치면 3단계로 구직자에게 취업상담 및 알선, 동행면접 서비스 등이 제공된다. 단계마다 성실히 이수한 사람에게는 생활비와 참여수당 등이 지급되고 이들을 고용한 기업은 1인당 최대 860만원의 고용촉진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혜택이 적지 않은 프로그램이지만 비수도권 거주자가 이용하긴 쉽지 않다. <단비뉴스>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2014년 전국 취업성공패키지 자료에 따르면 우선 담당인력이 서울과 경기도에 몰려있다. 취업성공패키지 상담자 수는 경기지역이 221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이 218명, 나머지 시도는 각각 30~70 여명 선에 머물렀다. 이를 지역별 인구수로 나눠보니 상담자 1인당 인구수가 전라남도, 제주 등 일부 지역은  최대 7만 8천여 명으로 서울(4만 4천여 명)의 2배 가까이 됐다.

▲ 전국 고용센터 내 취업성공패키지 상담자 현황 및 담당자 1인당 인구수. ⓒ 이영웅(산출방법 : 민간위탁 담당자 포함, 타업무 겸임 0.5명으로 계상, 출처 : 고용노동부 제출자료, 2010년 통계청 지역별 인구수 재구성)

취업성공패키지를 담당하는 고용센터 역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전국 84곳의 고용센터 중 27곳(33.3%)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배치되고, 충북에는 4곳(4.8%), 전남은 3곳(3.6%), 광주, 세종, 대전, 울산은 모두 1곳(1.2%) 씩에 불과했다. 고용센터는 구직자에게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고 사업주에게는 고용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허브(중심)인데, 지방에는 센터의 수가 적어 관련서비스 역시 소홀한 게 현실이다.

▲ 전국 고용센터 현황 (빨간 점이 고용센터 위치). ⓒ 이영웅

물론 인구 및 기업들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지방 구직자의 입장에서 보면 시도를 관할하는 고용센터의 수가 적은 데다 교통접근성도 매우 낮아 현실적으로 이용하는 데 불편이 더 크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서울 도화동에 있는 서부고용센터의 경우 반경 1킬로미터(km) 내에 116개의 버스정류장과 1개의 지하철역이 있지만 인구 10만 명이 넘는 전라북도 정읍시의 경우 버스정류장 20개에 불과했다. 특히 정읍고용센터 1km 반경 버스정류장을 통과하는 모든 버스를 조사해보니, 총 25대의 버스 중 88%인 22대의 배차간격이 하루 1회였다. 가장 자주 다니는 버스가 하루 10회에 그쳤다.

이런 이유에서 일부 지방고용센터는 출장상담서비스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인력난 등의 이유로 지속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충북 제천고용센터의 경우 지난해 단양에 사는 취업성공패키지 참여자 30명의 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차로 1시간 반 거리를 담당자가 출장 나간 일이 있지만, 올해는 육아휴직 등의 이유로 상담원 인력이 부족해져 이를 포기했다.

▲ 서울서부고용센터(좌)와 전북정읍고용센터(우) 반경 1km 내 버스정류장 비교 (빨간점이 정류장). ⓒ 이영웅

지방고용센터 담당인력 부족, 업무의 질 저하

구직자만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다. 지방고용센터의 취업성공패키지 담당자 역시 과로를 호소하고 있다. 원래 취업성공패키지 담당자는 다른 업무와 겸임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지만 지방에선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일반구직자 상담과 취업알선 업무를 겸하는 경우가 많다. 제천고용센터 취업성공패키지 박경선 팀장은 “담당 인력이 적어 일반구직자 상담 등의 업무를 겸하게 된다”며, “취업성공패키지 1인당 관리인원이 서울은 대략 150명 정도이나 제천은 약 250명을 넘는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지방은 관리인원이 많고, 그에 수반되는 행정처리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해 취업알선에 소홀한 경우가 있다”며, “취업성공패키지의 몰입도가 다소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한 지방의 취업성공패키지 참여자는 “분야를 떠나서 하루빨리 취업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아직 한 번도 취업알선을 받지 못했다”며 “고용센터 대부분 상담사분이 행정업무에 집중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청년구직자들은 일자리를 못 구해 한숨을 쉬지만, 한편으로는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지방의 중소기업도 많다. 2014년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전국 중소기업 수는 약 160만 개이며 그중 절반인 약 80만 개가 비수도권 기업이다. 고용노동부는 2013년 하반기 기준으로 중소기업에서 부족한 일손이 약 27만 명에 달한다고 집계했는데, 단순 계산하면 지방중소기업의 일자리 약 13만 개가 비어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9월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실업자 35만 8천여 명 중 약 3분의 1은 지방 중소기업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런 인력 ‘미스매치(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을 중심으로 취업성공패키지를 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용센터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의 취업성공패키지 담당 인력을 확충하고, 주민센터나 대학청년고용센터 등 관련 기관과의 연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댓글 달고 책 받자!
단비뉴스가 댓글 이벤트를 엽니다. 1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기사를 읽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독자 중 매주 두 분에게 경품을 드립니다. 1등에게는 화제의 책 <벼랑에 선 사람들>, <황혼길 서러워라>, <동네북 경제를 넘어> 중 1권을, 2등에게는 커피 기프티콘을 드립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