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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모창이 그래요”
[TV를 보니] 이승환 편으로 본 ‘히든싱어’의 미래
2014년 10월 31일 (금) 20:23:51 김재희 기자 allthatk@gmail.com

이승환은 역시 ‘환타스틱(hwantastic)’했다. 지난 25일 방송된 제이티비씨(JTBC) <히든싱어3> 이승환 편은 전국기준 시청률 5.2%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방송 후에는 ‘한 번도 1위 한 적 없는’ 그의 노래가 음원 사이트 상위에 랭크됐다. 본방 후 2일이 지난 월요일 새벽까지도 이승환과 <히든싱어>는 각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달리며 저력을 뽐냈다. JTBC 유튜브 공식계정에 4개로 나눠 게시된 <히든싱어> 이승환 편 클립은 31일 오후 2시 기준, 총 76만여 회가 재생됐다. 업로드 된 지 5일 만의 일이다. 그 중 마지막 4라운드는 46만여 회로 10만 회가량 재생된 다른 라운드보다 4배 정도 더 재생됐다.

예상을 빗나간 모창자의 우승

‘공연의 신’ 이승환이 <히든싱어>에 출연해 모창능력자들과 대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사람들은 당연히 그의 승리를 점쳤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천일동안’으로 대표되는 과도한 꺾기 창법이 웃음 소재로 자주 등장했지만 라이브로 증명된 폭발적인 가창력, 눈물을 떨어뜨릴 만큼 섬세한 감정처리는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천 번 이상 공연으로 이승환과 호흡을 맞춘 그의 밴드와 라이브 무대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원조 가수가 손쉽게 우승할 거라 생각했다.

   
▲ '가요계의 장인' 이승환은 <히든싱어> 녹화 후에 모창능력자들과의 인증샷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 이승환 페이스북

예상은 빗나갔다. ‘천일동안’,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물어본다’,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등 이 날 불렀던 대표곡이 도리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따라 불렀다는 뜻이다. 가장 이승환 같지 않은 사람을 뽑는 첫 라운드부터 이승환은 출연 가수 사상 최다 득표를 받으며 탈락할 위기를 맞이했다. 라운드마다 모창능력자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비해 모창능력자들은 25년에 걸친 이승환 데뷔부터 현재까지의 목소리를 세심하게 재현해냈다. 제일 이승환과 가까운 목소리를 뽑는 최종 라운드에서 ‘발전소 이승환’ 김영관이 37표를 득표해 36표를 받은 원조 이승환을 제치고 우승했다. 시즌2 신승훈 편 이후 두 번째로 모창능력자가 우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승환은 11일에 있었던 본인의 공연 '차카게살자'에서 “<히든싱어>가 아니라 ‘힘든싱어’였다”고 할 정도였다.

우려를 성공으로 이끈 비결, 소통과 공감

가수가 모창 가수와 대결하는 프로그램은 많은 시청자가 기대했지만, 쉽게 실현되지 않았던 포맷이었다. 모창이 개그요소로 소비되는 탓이었다. 하지만 불가능할 것 같았던 시도는 기어이 실현됐고, 사람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히든싱어>는 모창을 개그의 소재에서 ‘가수에 대한 경외의 표현’으로 인식을 돌려놨다.

<히든싱어>는 "모창 가수는 원조에 가려 빛을 못 받는 단순한 ‘따라쟁이’다"는 기존 통념도 깬다. 가수와 모창자는 음악으로 소통하고, 시청자는 그 소통에 공감한다. 자신보다 뛰어난 모창능력자를 기성 가수가 솔직하게 인정하고 (김경호 편), 오랜 기간 곁을 지켜준 팬들의 사랑과 성원을 재확인 하며(윤종신 편), 어려운 환경을 딛고 가수 데뷔 기회를 얻은 모창능력자가 탄생하는 (왕중왕 휘성편)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다.

   
▲ <히든싱어> 제작진이 밝힌 기획 의도. ⓒ JTBC <히든싱어> 공식 홈페이지

<히든싱어>는 단순히 모창자와 가수의 대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음악’이라는 키워드 아래 가수와 팬은 공감대를 재형성한다. 신승훈은 모창 가수로 음악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참가자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작년 10월에 방송된 신승훈 편에서 원조를 꺾은 첫 우승자가 탄생했다. 신승훈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도 모창으로 음악을 시작했기 때문에 같은 길을 가는 친구들을 보며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며 출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가수와 대표곡, 그리고 팬들 사이에서 뽑아낸 이야기는 <히든싱어>의 주요 소재다.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잘 이끌어내는 것은 제작진의 역량이다. "매 회를 특집처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는 제작진의 노력이 거짓이 아닌 셈이다.

기존 프로그램과 다르게 시즌제를 채택한 <히든싱어>는 가수를 물색하고 한편에서는 모창 가수를 모집해 트레이닝 시킬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매 시즌을 마무리하며 왕중왕전을 마련해 우승한 모창 가수에게 공연 기회를 준다. 충분한 준비기간을 가지면서 동시에 기존 장기 프로젝트의 단점인 식상함을 영리하게 해소했다.

<히든싱어>는 JTBC의 대표 예능이 됐다. 시즌3까지 오면서 박정현, 김경호, 이문세, 김건모, 신승훈 등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등장했다. 이 프로그램의 섭외 리스트는 한국 대표가수 반열에 들었다는 증거로 쓰이기도 했다.

이승환의 교훈, 라이브 무대로 승부하라

프로그램의 명성은 음악 전문 프로그램에서도 모시기 어려운 이승환을 출연하게 했다. 이승환 편 내내 제작진이 그를 향해 ‘고집불통’이라고 부를 만큼, 그는 제작진의 출연 요청을 오랫동안 외면해왔다. 이승환은 지난해 12월에 있던 그의 공연에서 <히든싱어> 포맷을 따온 ‘은둔싱어’를 선보였다. 이때 <히든싱어>로부터 끊임없는 섭외 요청이 있었음도 밝혀졌다.

음악에는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는 그는 <히든싱어>에서도 '라이브' 원칙을 지켰다. 프로그램 최초로 반주가 아닌 스트링 팀까지 동원된 밴드 라이브를 구현해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살아있는 소리를 뽑아냈다. 웅장하고 현장감 넘치는 사운드는 음악이 주는 감동을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했다.

그럼에도 라이브 무대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무대에 대한 좀 더 세심한 고민이 필요했다. 이승환 밴드를 위해 관객석을 할애하며 설치한 무대는 녹화장인 호암아트홀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이승환이 꽃가루나 대형 인형 등 공연에서 쌓았던 노하우를 그대로 <히든싱어>에 도입했지만 비좁아 보인 무대 탓에 부족하게 느껴졌다. 무대는 <히든싱어>가 앞으로 다양한 뮤지션을 초대하려면 꼭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 <히든싱어>는 라이브로 무대를 진행해 현장감과 감동을 줬던 MBC <나는 가수다>(위)와 KBS <불후의 명곡>(아래)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 MBC <나는 가수다>, KBS <불후의 명곡> 공식 홈페이지

이승환 편의 성공으로 <히든싱어>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보했다. 시청자들은 라이브 사운드를 주요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파워풀한 밴드 라이브를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다면 <히든싱어>는 ‘보는 재미’를 확고히 하는 동시에 ‘듣는 재미’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고품격 라이브 무대인 문화방송(MBC) <나는 가수다>나 한국방송(KBS) <불후의 명곡>의 감동과 전율을 떠올려 보라. 

<히든싱어>의 도전은 지금부터다. <히든싱어>가 최고의 자리에서 오래 머물기 위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기와 가창력을 모두 겸비한 가수를 섭외한다는 원칙이다. <히든싱어>가 토요일 밤의 진짜 강자가 되느냐, 숨은 채로 머무르느냐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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