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니] 예능 프로그램마다 다른 '웃음의 빛깔'

‘초록은 동색(同色)’이라는 말이 있다. 처지나 부류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한 패가 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어떤 것들이 명칭만 다를 뿐 관통하는 중심축이 한 가지일 때 쓰이기도 한다. 풀색과 녹색은 이름만 다를 뿐 한 빛을 띠고 있으니 근본은 같다는 것이다.

TV 속에서 연신 흘러나오는 갖가지 방송 프로그램들이 꼭 그렇다. 제작하는 방송사나 타이틀만 다를 뿐, 방송이라는 에이브이(AV) 매체를 타고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유쾌한 재미와 눈물 쏙 빼는 감동까지 선사한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가령,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슈퍼스타K6>와 <우리 결혼했어요>, <런닝맨>의 경우 제작 주체와 타이틀만 다를 뿐 시청자에게 웃음을 전달하려는 소구점은 같다. 사람들에게 무엇이든 안겨줘야 하는 ‘태생적 근본(根本)’이 같은 것이다.

제작포맷이 프로그램 '알맹이' 바꾼다 

우리가 보는 천태만상의 프로그램들은 ‘포맷(Format)’이라는 복합적이고 독창적인 제작 체제 또는 구성 내용을 가지고 있다. TV 프로그램 포맷은 소재, 구성, 출연진, 세트, 진행방식, 연출기법, 제작형태 등을 하나로 묶은 제작시스템을 일컫는다. 포맷의 다양성이 존재함으로써 방송 프로그램은 동일한 장르이면서도 내용, 형식, 기능이 다르게 나타난다. 한국방송(KBS)의 <다큐멘터리 3일>과 <역사스페셜>이 장르는 같지만, 각각의 판이한 제작포맷을 통해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알맹이’가 엄연히 다른 것처럼 말이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들의 제작포맷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웃음의 빛깔’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또 그것을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지 알 수 있다.

엠넷(M.net)의 <슈퍼스타K6>는 필부필부들이 참여하는 오디션 포맷 프로그램이다. <슈퍼스타K6>는 평범한 사람들의 꿈에 대한 열망, 도전과 좌절, 희망과 절망을 드라마처럼 극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들을 곳곳에 포진시키고 있다. 시청자들은 자신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출연자들의 도전과 열정을 보면서, 꺼져있던 ‘자신의 꿈’을 되새기고, 인생에서 꿈에 대한 도전과 열정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공감한다.

▲ <슈퍼스타K>는 시즌 여섯 번째를 맞이한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 M.net <슈퍼스타K6> 화면 갈무리

대표적인 데이팅 프로그램인 문화방송(MBC) <우리 결혼했어요>는 연예인 남녀 간의 가상 결혼생활을 통해 리얼리티와 픽션을 넘나드는 연애를 보여준다. 결혼이라는 인생의 포인트를 아직 경험하지 못한 시청자들은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선험적 경험을 하게 된다. 이로써 시청자로 하여금 결혼이라는 ‘인륜지대사’의 객관적인 통념 또는 세대 차이를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에스비에스(SBS)의 간판 예능프로그램인 <런닝맨>에서는 예측 불허의 상황이 전개된다. ‘비구조의 구조화’ 방식 버라이어티 포맷으로, 출연진들의 자율성이 높게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소가 긴박감 넘치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시청자들의 재미를 이끈다. 이 포맷은 매회 국내 곳곳에 산재해 있는 ‘랜드마크’를 세트장으로 활용해 새로운 명소를 방문하는 쏠쏠한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 <런닝맨>은 국내 최고 MC인 유재석을 필두로 매회 톱스타들이 게스트로 대거 출연해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은다. ⓒ SBS <런닝맨> 화면 갈무리

포맷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은 무지개 빛깔의 색동옷을 입게 된다. 제작자는 포맷의 변화를 통해 프로그램의 발전을 추구함으로써 시시각각 달라지는 시청자의 희구를 채울 수 있다. 시청자는 포맷을 분석하면서 제작자가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어 하고, 그 메시지를 어떻게 표현하고자 하는지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초록이라는 한 빛을 가진 프로그램들이 저마다 그 색깔을 어떻게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지 파악함으로써 해당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기획의도와 사회적 영향력까지 캐치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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