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1기 제천시민기자학교 개강

“여기서 그만할까요? 바쁘신 분들은 나가셔도 좋은데……”

쉬는 시간 없이 3시간이나 연속 강의를 하던 강사가 중간에 마무리할 뜻으로 수강생들의 의중을 몇 차례 떠봤으나 자리를 뜨는 이는 거의 없었다. 14일 오후 7시 제천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제1기 제천시민기자학교 강의실 풍경이었다. 강연은 원래 9시에 끝날 예정이었으나 10시에 끝났고 수강생 수도 주최측이 애초 예상했던 20여명을 훌쩍 넘은 40여명이 등록해 바른 언론에 대한 제천시민들의 열망을 드러냈다.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이봉수원장이 청중들에게 해외 신문을 소개하고 있다. ⓒ 계희수

세명대학교 이봉수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은 준비해온 80여 개의 슬라이드와 영상, 그리고 외국 신문들을 보여주며 ‘미디어와 사회: 잘못된 만남과 새로운 만남’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원장은 “언론과 민주주의는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며 “신문은 사회를 읽어내고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단서를 제공하지만 지금 한국언론은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강생들에게 “사람은 두 부류, 곧 자기 처지나 시대상황이 암울할 때 포기하는 사람과 조금이라도 내가 할 일이 뭔가를 찾아 하는 사람이 있다”고 전제한 뒤 지방에 살고 있을지라도 신문과 방송을 비판적으로 읽고 보면서 자기 목소리를 내줄 것을 당부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지역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진 등의 재능기부로 이뤄진 제천시민기자학교는 11월 12일까지 5주간 매주 화요일 오후 7시에 열린다. 이봉수 원장에 이어 정연우 교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지역언론의 역할’을 비판적 관점에서 제시할 예정이며, 장해랑 교수는 PD저널리즘의 역사와 오늘을 조명한다. 또한 제정임 교수는 ‘미디어 환경 변화와 시민기자의 역할 그리고 기사문장실습’을 강연하며, 이상요 교수는 ‘1인 미디어를 활용한 지역독립언론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 수강생이 많아 세미나실에서 대형 강의실로 옮겨 진행된 시민기자학교에서 청중들이 첫 번째 강연을 듣고 있다. ⓒ 계희수

제천지역 몇몇 언론인들도 한국 언론계 유명 교수진의 강연을 들으려고 시민기자학교에 왔다. 제천에서 1인 미디어를 3년째 운영중인 최정웅(43)씨는 유튜브 구독자 수가 371명에 이르는 ‘기성언론인’이다. 그는 “이미 미디어 활동을 하고 있지만 유능한 언론인의 시각은 어떤지 궁금했다”며 “시민의 알 권리와 지역 민주주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또 “제천시민기자학교가 지역 언론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이어질 강연에도 기대감을 내비쳤다.

“정작 내가 사는 곳의 이야기를 모르고 살아왔다”

이 날 강연을 들은 김인덕 한살림 충주·제천이사장(55∙여)은 “중앙 언론에서는 제천 같은 소도시의 이슈를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다”며 “내가 살지도 않는 도시의 이야기를 속속들이 알면서도 정작 내가 사는 곳의 이야기를 모른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때 언론의 비정상적 보도 행태를 지켜본 것도 언론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제천여고 국어교사 이병재(62)씨는 “지역에는 비판 정신을 갖춘 신문이 드물다”며 “지역 신문이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로서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이씨는 “기사작성 실습시간에 지역 인재가 외부로 유출되는 문제에 대해 다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제천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여관수(45)씨는 “제천에는 시민 참여의 장을 접할 기회가 드물다”며 “언론시민학교가 1기에서 끝나지 말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 날 사회를 맡은 제천참여연대 장진영 교육위원장은 “수강생들의 열의에 놀랐다”며 “앞으로 언론시민학교를 통해 지역 독립 언론의 기수로 성장할 시민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석태 상임대표는 “지역 시민사회가 언론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기 위해 언론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 이석태 제천참여연대 상임대표가 강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왼쪽). 1인 미디어를 운영중인 최정웅씨가 "제천 시민기자학교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오른쪽). ⓒ 계희수

시민기자학교 이어 시민아카데미도 열린다

제천참여연대는 시민기자학교 말고도 시민아카데미를 통해 제천지역 학계∙문화계 인사들의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11월 15일부터 12월 2일까지 매주 화요일에 열리며 참가비는 무료로 인문학에 관심있는 시민 모두에게 열려있다.

세명대 권순긍 교수가 '박달재 전설의 허구성과 학고 김이만’, 구완회 교수가 '제천의병이 걷던 길'을 주제로 길 위의 인문학 기행 강연을 풀어갈 예정이다. 이어 전 세명대 이석태 교수가 ‘알기 쉬운 현대과학과 우주 이야기’, 경상대 김영수 교수가 '아프리카에서 진보의 희망 찾기' 강연을 진행한다. 또한 판화가 이철수씨는 '나만의 세상읽기, 개가 짖어도 법문이다'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제천시민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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