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인포그래픽 전문 ‘비주얼다이브’ 은종진 대표

정보(information)를 시각작품(graphic)으로 표현한 ‘인포그래픽’은 직관적이며 통렬하다. 그리고 친절하다. 방대한 자료와 수치를 일정한 흐름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인상적으로 정리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보를 다루는 언론계에서는 디지털 기술과 접목한 인포그래픽에 일찌감치 주목했고, 많은 투자를 해왔다. 워싱턴 주 캐스케이드 산맥의 눈사태를 다룬 미국 <뉴욕타임스>의 퓰리처상 수상작 ‘스노우폴(Snowfall)'은 인포그래픽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보도물이었다. 영국의 <가디언>도 인포그래픽을 활용한 선구적 보도로 명성을 쌓아왔다. 하지만 국내 언론계는 이 분야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국내 언론의 경우) 시각언어의 표면적인 부분만 활용하고 있고, 기획과 시스템이 부족합니다. 아직 단순한 정보전달에 그치는 수준이죠.”

지난해 7월 인포그래픽 전문언론사 <비주얼다이브>를 창업한 은종진(41) 대표의 말이다. 지난 6월 5일 서울 가산동 사옥에서 만난 은 대표는 인포그래픽과 데이터저널리즘(방대한 데이터를 분석, 보도하는 것)을 본격 결합한 매체로 <비주얼다이브>를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회사는 현재 정부 부처와 연구기관 등에서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다양한 인포그래픽을 만들어 온라인사이트를 통해 보도한다. 예를 들어 산업통상자원부 공개자료를 토대로 41개의 공공기관 청년채용률을 한 눈에 보여주는 인포그래픽을 제작, 인터넷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올리는 식이다.

▲ 비주얼다이브 은종진 대표. ⓒ 조용훈

아무도 나서지 않기에 도전

은 대표는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후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다 10년 전 같은 업종의 ‘가우리커뮤니케이션’을 차려 독립했다. 기업의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지원하는 회사다. 은 대표는 기업과 정부의 광고대행 업무를 하다가 인포그래픽을 접하게 됐고, 시장 잠재력이 매우 큰 분야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2년여의 기획을 거쳐 계열사로 <비주얼다이브>를 만들게 됐다는 설명이다.

“인포그래픽이 빅데이터 시대에 중요한 콘텐트가 될 것이라 생각했고 외국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죠. 인포그래픽에 중점을 둔 언론사를 아무도 시작하지 않았다면 내가 먼저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죠.”

국내에는 인포그래픽을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언론사와 단순 제작업체가 몇 곳 있을 뿐이고 자체 제작한 인포그래픽 뉴스를 전면에 내세운 미디어는 세계적으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은 대표의 도전정신을 자극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자가 늘어 손쉽게 인포그래픽을 유통할 길도 마련됐다는 점이 자신감을 더해주었다. 현재 <비주얼다이브> 페이스북 페이지 팔로워 수는 11만명으로, 경향신문(19만명)에 이어 언론분야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등 기존 전통매체 보다 높은 수치다.

▲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인포그래픽을 제작하고 있다. ⓒ 조용훈

방문독자는 20~30대 젊은 층이 많다. 은 대표는 이 연령대가 가장 공감할 수 있고 시의성 있는 정보를 생산해야 독자 반응이 좋더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소치올림픽 기간에 제작한 인포그래픽은 각 종목에 대한 자세한 설명부터 김연아, 안현수 등 유명선수와 관련된 기사를 다양하게 제공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창간 1년이 지난 현재 누적매출은 4억원 정도다. 매출 대부분이 직접 제작한 인포그래픽 라이센스 판매와 기업 및 정부의 제작의뢰를 통해 발생하고 있고, 시장 내 영향력이 커지는 추세라고 은 대표는 설명했다. 시작단계부터 광고수익이 아닌 컨텐츠 제작에 집중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현재 직원 24명이 디지털뉴스팀, 제작기획팀, 디자인팀 등으로 나뉘어 한달에 120개 정도의 인포그래픽을 제작한다. <비주얼다이브>는 지난 19일 세계적 프레젠테이션 소프트웨어업체 프레지(Prezi)와 향후 인포그래픽을 중심으로 디지털 시각화 컨텐츠 제작을 함께하기로 제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 기후변화에 따른 역대 동계올림픽 주요도시 개최 가능성. ⓒ 비주얼다이브

미디어와 독립제작자들의 생태계 만들고파

은 대표는 미국의 애플사가 성공적으로 구축한 콘텐츠유통 생태계처럼, 인포그래픽을 활용한 비주얼(시각적)뉴스의 유통 플랫폼 위에 제작대행사와 프리랜서가 활동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비주얼다이브>가 인포그래픽 제작과 유통의 통로가 되는 것이다. 이 회사는 현재 <에스비에스(SBS)>, <중앙일보>, <지디넷코리아> 등 기성언론사의 인포그래픽 제작을 무료 지원하고 있는데, 이는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의 하나라고 한다. 국내에서 경험을 쌓은 뒤 글로벌 서비스를 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은 대표는 또 올 하반기 중 ‘비주얼다이브 프레스(VisualDive Press) 2.0’ 이란 제작편집도구를 도입해서 뉴스사이트 방문자들이 직접 인포그래픽을 만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소프트웨어는 자체적으로 개발해 세계 최초로 도입하는 것으로, 하루 평균 1만 명 가까운 방문자들에게 인포그래픽 생산자가 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지금도 독립적인 인포그래픽 제작자가 그래픽뉴스를 만들고 <비주얼다이브>에 등록하면 판매수익의 일부를 가져갈 수 있다. 하반기에 프로그램이 도입되면 외부에서 더 많은 제작 참여가 이뤄질 것이라고 은 대표는 기대했다.

은 대표는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한 국내에서도 영국의 <가디언>처럼 인포그래픽을 빼어나게 활용하는 언론사가 나올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를 위해 <비주얼다이브>가 기성언론사들을 대상으로 인포그래픽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기술적인 차원 등에서)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비주얼다이브> 자체적으로도 ‘시대의 흐름을 읽는 안목이 있는 미디어’로 발전하기 위해 인포그래픽과 데이터저널리즘에 맞게 고도화된 사이트를 개발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 동반자살한 28사단 관심병사의 기록. ⓒ 비주얼다이브

<정보는 아름답다>를 쓴 데이비드 맥캔들리스는 “의미 있는 정보는 아름답지만 목적 없는 이미지는 쓰레기”라고 말했다. 건조한 사실, 이론, 통계를 나열하는 대신 그것들 사이의 관계를 함축적으로 드러내도록 ‘디자인된 정보’가 아름답고 가치 있음을 강조한 말이다. 국내에서 ‘시각화된 정보’의 선구자를 자임하는 은 대표는 인포그래픽을 어떻게 정의할까.

“모든 지식과 정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크리에이티브(창의적활동) 위의 크리에이티브죠.”

성공적인 인포그래픽의 관건은 아름다운 디자인에 앞서 ‘정보의 핵심을 찾아내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일’이라고 강조하는 그가 본격 데이터저널리즘시대의 개막에 어떤 역할을 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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