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스타K2> 열풍, 이유가 있었네
[지난주 TV를 보니: 10.18~24]

<슈퍼스타K2> 케이블 TV 사상 최고 시청률

엠넷(MNet)과 케이엠(KM) 채널을 통한 시청률 합계 18.1%(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지난 22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엠넷(Mnet)의 <슈퍼스타K2>는 케이블TV 사상 최고 시청률을 다시 한 번 경신했다. 동 시간대의 지상파 프로그램들을 여유 있게 따돌리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휘어잡은 것이다. 같은 시간 KBS 1TV <뉴스라인>은 6.8%, KBS 2TV <청춘불패>는 6.0%, SBS의 <스타부부쇼 자기야>는 7.7%, <김혜수의 W>는 4.0%에 그쳤다. 최종 승자인 허각의 ‘인간 승리’가 거의 모든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등 <슈퍼스타K2>의 성과는 방송계의 지각을 뒤흔들었다. 광고와 문자 투표 수입 등 매출도 60억 원대로 제작비 40억 원을 거뜬히 회수, 경제적인 의미에서도 케이블의 가능성을 과시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나타날 부수적 경제 효과를 계산하면 실질 수익 규모는 이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다.
 
이런 결과에 대해 ‘케이블이 만들어 낸 일회성 이변에 불과하다’고 치부할 수 있을까? 총 상금 2억 원 등 제작사(CJ E&M)의 파격적 투자가 만들어낸 한 일종의 ‘깜짝 효과’라고 무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130만 여명의 예선 참가자를 끌어들이는 등 과거 지상파가 시도한 오디션 포맷 프로그램들을 무색하게 만든 이번 성공에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 <슈퍼스타K2> 톱6에 오른 경쟁자들. 왼쪽부터 존박, 허각, 장재인, 김지수, 강승윤, 김은비 ⓒ캡처 사진
차별화된 기획력으로 흥행 성공

<슈퍼스타K2>는 우선 기획력이 돋보인 프로그램이었다. 한국에서는 드물게 3년 동안이나 공들여 기획했다고 한다. 지상파 방송 등이 시도했던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실패 요소를 분석해서 차별화된 기획을 시도했다.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라이벌 경쟁, 서바이벌 경쟁 등 다양한 대결 구도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실제 상황을 전제한 ‘리얼리티 쇼’의 흥행 요소를 더했다. 참가자들의 개인적 특성을 바탕으로 그들의 캐릭터를 극명하게 부각시켰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리더의 자리에서 팀원들에게 등을 돌렸던 김그림은 누리꾼들의 집중적인 비난을 샀다. 김그림과 함께 TOP11에 올랐던 김지수나 김보경은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모습이 부각돼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줬다. 개인사, 가족사 등 역경과 고난의 ‘이야기’를 풀어낸 그들의 노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드리기에 충분했다. 스타 오디션 포맷에 ‘스토리’를 담아 말 그대로 ‘입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다.

물론 스타 오디션 포맷의 흥행은 이미 해외에서 검증됐다. 2001년 영국에서 제작한 <팝 아이돌, Pop Idol>은 포맷 수출을 통해 호주에서 <오스트레일리안 아이돌, Australian Idol>, 독일에서는 <독일의 슈퍼스타를 찾습니다, Deutschland sucht den Superstar, 약칭 DSDS>, 미국에서는 그 유명한 <아메리칸 아이돌, American Idol> 시리즈로 재탄생했다. 그러나 외국에서 흥행한 포맷이 한국에서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효과적인 현지화가 이뤄져야 한다. <슈퍼스타K2>는 심층적인 기획 과정을 통해 세계적인 포맷을 한국 현실에 적합하게 이식한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제작진이 시청자들의 음악에 대한 갈증을 정확히 짚은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시청자들 중엔 아이돌 중심의 대중가요 흐름에 싫증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슈퍼스타K2>제작진은 획일화한 대중음악 시장에 문제가 있다는 의식을 드러냈다. 아직 기획사 시스템에 의해 다듬어지지 않은, 고유의 음악적 재능을 가진 이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그러면서도 전체 점수 중 시청자 투표 비중을 60%로 배정, 대중음악의 주체인 ‘대중’의 선택을 존중했다.

시청자들의 생활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편성에 반영한 점도 성공의 또 다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방송계에서는 주말 전야인 금요일 밤은 시청률이 낮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지상파에서도 공격적인 편성이 없었다. MBC가 금요일 밤에 <MBC스페셜>과 <W> 등을 배치하면서 이른바 ‘공익 존’을 만든 것도 그 때문이었다고 한다. 어차피 예능이나 드라마를 편성해도 시청률이 낮다는 판단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슈퍼스타K2>는 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를 역이용하는 과감한 편성전략을 폈다. ‘금요일 밤 11시에 누가 TV를 보겠느냐’는 고정관념에 도전한 것이다.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전체 시청자 층을 대상으로 할 수 있어 금요일 밤이 오히려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결과적으로 이런 전략이 통했습니다.” 엠넷(Mnet) 최재연 편성기획팀장의 말에서 지상파에 도전하는 케이블 채널의 치밀함을 살필 수 있다. 
 
지상파의 아성을 흔드는 케이블 움직임 심상치 않아

시야를 좀 더 넓혀보면 <수퍼스타K2>외에도 케이블TV 프로그램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케이블은 더 이상 ‘시청률 1%’를 성공의 잣대로 삼지 않는다. 티비엔(tvN)의 <러브스위치>는 3개월 전 2.72%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이후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채널의 <화성인 바이러스>, <재밌는 TV 롤러코스터> 역시 3%대의 시청률을 보이며 고정 팬을 늘려가고 있다. 

▲ <화성인 바이러스>의 한 장면 ⓒ캡처 사진
공중파에 비해 예산 등 제작 여건이 열악하고 채널 접근성이 떨어지는 케이블 프로가 이처럼 선전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유명 스타가 출연하지 않는 일반인 위주의 프로그램이라도 ‘기획력’과 ‘창의적 포맷’, ‘편성의 정밀함’을 갖춘다면 얼마든지 시청자를 흡인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겠다. <러브스위치>는 30명의 일반 여성들이 등장해 남자 한 명의 매력을 평가하고 선택하는 게임이다. <화성인 바이러스>는 SBS의 <세상에 이런 일이>의 스튜디오 판이라 할 수 있다. 진기한 사연이나 묘기를 지닌 일반인을 직접 스튜디오에 데려다가 놓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다. 

케이블이기에 더 유리한 부분도 있다. 소재 선정이나 포맷 구성에서 공중파 보다 좀 더 유연할 수 있다는 것이다. Mnet의 <UV신드롬>은 기존 리얼리티와 상반되는 설정을 보여준다. 스타들을 실제 상황에 처하게 하고 그들의 실제 역할에 주목하는 게 아니라 개그맨 유세윤과 뮤지션 뮤지로 구성된 듀오에게 가상의 역할을 부여하고 실제상황에 투입한다. 기존 포맷을 뒤집는 방식이다. 또한 큐티비(QTV)의 <순위 정하는 여자>는 기존의 집단 토크 포맷을 차용했으나 ‘돈 밝힘’이나 ‘성적 매력’ 등 보다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주제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한다.

케이블의 영향력이 점점 커짐에 따라 편성전략 역시 소구대상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상파의 황금시간대를 피해 역습을 가한다. 평일 저녁 시간대가 아닌 평일 심야 혹은 금요일 심야 시간에 주력 프로를 배치하는 것이 최근 케이블 편성의 대세라고 할 수 있다. 지상파 인기 프로가 끝난 후 시청자들이 케이블로 대거 이동한다는 점을 노리는 것이다. tvN의 경우는 평일 밤 12시를 황금시간으로 잡는다. 지상파의 인기 오락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11시나 12시에 끝나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2>는 그동안 지상파에 맥없이 눌려온 케이블의 약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가늠할 좋은 잣대가 되었다. 여러 측면에서 지상파의 아성이 흔들리는 요즘이다. MBC가  스타오디션 포맷을 빌려온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을 11월 5일 방영한다고 한다. <슈퍼스타K2>가 미국에서 참가자를 모집한 것처럼,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은 일본과 중국에서도 참가자를 모집하는 등 국외 참가자 범위를 더 확장한다고 한다. 케이블의 위협적 존재감이 지상파 방송사의 발등에 불을 떨어뜨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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