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 활성화 ‘성과’, 부족한 진료서비스 ‘아쉬움’
[2010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 결산 좌담]

▲ 2010 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 취재를 한 지역취재팀이 좌담을 하고 있다. ⓒ 김영아

몸과 마음을 넉넉하게 채워 준 알찬 '한방' 콘텐츠

▲ 구세라 기자
구세라(단비뉴스 지역취재팀장) : 단비뉴스는 지난달 16일부터 한 달간 <2010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 현장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전시와 체험 행사에 지역취재팀 기자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독자들에게 ‘ 한방의 가치’를 전해드리고자 했는데요, 오늘(16일) 폐막일을 맞아 이번 행사의 성과와 과제를 결산해볼까 합니다. 엑스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당초 목표 관람객 수가 105만 명이었는데, 지난 10일 120만 번째 손님을 맞았고, 최종 관람객 수는 136만 218명으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외국인 관람객도 4만 명이 넘게 왔고요. 흥행 면에서 상당히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먼저 이번 엑스포의 성과가 무엇인지 얘기해 볼까요?

김인아(지역취재팀 기자) : 우리가 ‘한방바이오엑스포’라는 명칭을 들었을 때 기대했던 행사들이 기본적으로 다 들어있었습니다. 콘텐츠가 다양했다는 것이죠. 침술과 뜸을 포함해서 한의약으로 질병을 다스리는 법들을 다양하게 배우고 체험해볼 수 있어 관람객들이 눈요기에 그치지 않고 몸이 건강해져서 돌아갈 수 있는 행사였어요. 지역행사들이 우후죽순 남발되는 감이 있는데, 이번 행사는 제천 지역의 특성과 아주 잘 맞는 기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천은 옛날부터 기후가 서늘하고 풍토가 좋고, 황기를 비롯한 한약재들이 많이 재배되는 곳이어서 한방바이오엑스포와 아주 어울리는 곳이라고 할 수 있죠.

윤성혜(지역취재팀 기자) : 맞습니다. 그래선지 제천 시민들의 참여도도 높았습니다. 하루 평균 400~500명이 봉사활동에 참여해, 지난 31일간 총 1만5천500여명이 함께 했습니다. 특히 80세 최고령 자원봉사자가 일어통역을 맡아 하시는 모습이 감명 깊었습니다. 엑스포를 계기로 제천 시민들의 시민의식이 더 높아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지영(지역취재팀 기자) : 저는 이번 행사를 성공으로 이끈 요인 중 하나가 ‘지리적 접근성’이라고 봅니다. 우선 행사 장소가 고속도로 톨게이트와 가깝고, 교통표지판 등이 잘 갖춰져 관광객들이 쉽게 행사장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제천역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엑스포 행사장까지 운행되는 셔틀버스도 타 지역의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또 주차장을 포함해 53만2천㎡에 이르는 넓은 행사장도 대규모 단체관광객들을 넉넉하게 수용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구세라 : 엑스포 조직위측은 이번 엑스포로 제천 지역에서 2천여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었고, 1500억 원의 흑자를 냈다고 결산했는데요, 이런 성공에는 한방관련 프로그램들이 상당히 알차게 구성됐던 것이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요?

▲ 김인아 기자
김인아 : 저는 특히 인상 깊었던 것으로 미래한방관에서 체험해 본 각종 진료기기들을 들고 싶습니다. 한방진료는 사실 한의사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측면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 것 같더라고요. 한의학메디컬센터에서 간단한 검사로 자신의 체질과 건강상태를 알아볼 수 있었어요. 평소에 자신이 태음인인지 소양인인지 궁금했던 관람객들이 간편하게 진단을 받고, 조심할 음식과 가까이할 음식 등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만족스러워 하더군요. 음성진단기를 통해 목소리로 체질을 진단할 수 있었던 것도 신기했고요.

▲ 윤성혜 기자
윤성혜 : 저는 전국 11개 한의과대학 대학생들이 일반인들에게 한의학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장이 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어요. 한방 재료로 차와 환약을 함께 만들며 일반인들에게 다가갔는데요, 관람객들의 호응도 아주 좋았습니다.

구세라 : 저는 ‘약초 탐구관’에서 동의보감에 나오는 257가지의 진귀한 약재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약초 사진과 함께 실물 약초를 담은 ‘액침’이 잘 전시되어 있었고요, 실제 약초를 접시에 담아 놓은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해외의 희귀 약재들도 볼 수 있었고요. 하루 평균 4만 5천여 명이 다녀갔다고 하니 정말 우리 한의학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모유 수유실’이나 ‘어린이 한방 놀이터’를 마련한 세심함도 칭찬해주고 싶어요. 하지만 이번 한방엑스포가 꼭 박수칠 만한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죠. 아쉬운 점들도 꽤 있었죠?

136만 관객 끌어안는 충분한 서비스 아쉬워

김인아 : 한방의료체험관에서 접수를 받던 아주머니 봉사자가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여기 와서 체험 안하면 관람료 아깝다.” 그런데 관람객 수에 비해 체험 행사의 수용 가능 인원이 턱없이 적었어요. 한방의료체험관은 한의사 1명과 침뜸 치료사 4명 등 5명 정도가 상시 대기했는데요, 낮 12시 전에 예약자 300명이 찰 정도를 인기를 끄는 바람에 원하던 진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관람객들이 많았어요. 어떤 50대 여성 한 분은 “감기 기운이 있어 쌍화탕이나 마시려고 기다리다가 오히려 병이 더 악화되는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를 하시더라고요. 관람객들의 수요를 잘 예측해서 좀 더 많은 한의사들을 배치하지 않은 부분은 아쉬웠습니다.

윤성혜 : 네, 저도 진료를 받고 그 효과를 기사로 써보고 싶었지만 실패했지요. 저는 또 전시 프로그램들이 행사 규모에 비해 빈약했던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13개의 전시 체험관이 있었지만 업체 홍보, 한방 관련 식품 판매 등 상업적인 면이 많았습니다. 또 체험행사의 경우 시간과 인원이 제한돼 참여하지 못하고 구경만 한 사람들이 많았지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제천까지 왔는데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가고 싶지 않았을까요.

김지영 : 셔틀버스 수가 부족해서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간에는 불편하게 끼어 타거나 15분을 기다려 다음 버스를 타야하는 경우도 꽤 있었습니다. 간혹 단체관광객이 셔틀버스를 이용할 때면 일반 관광객들이 몇 대의 차를 놓치는 경우도 있었어요. 식수대 시설이 부족했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윤성혜 : 전 안내소도 좀 더 여러 곳에 마련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김지영 : 행사장 안의 시설에 비해 행사장 밖에는 미처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곳도 있었습니다. 마사토를 깔아놓은 주차장 바닥이 잘 다듬어지지 않아 심하게 파이거나 솟아오른 곳이 많았습니다. 차체가 낮은 자동차는 밑 부분이 긁힐 정도로 고저 기복이 심한 곳도 있었고요.

구세라 : 여러 번 취재를 가면서 모두 저도 느꼈던 부분들이네요. 시설뿐 아니라 엑스포 관람객을 겨냥해 시장에서 열렸던 행사에도 아쉬웠던 부분들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시장통 북새통’ 프로그램 취재를 나갔던 김화영 기자는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만든 이 프로그램의 기획이 치밀하지 못해 기대보다 참여 인원이 적었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행사장에 나온 60대 노인들에게는 포크송을 부르는 가수가 낯설고 호응하기 어려웠다는 것이죠. 다음에 또 이런 행사를 한다면 시장 상인들과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조금 더 정교한 기획이 있어야 할 것이란 지적입니다. 그럼 앞으로 지역에서 이런 큰 행사가 또 열릴 때 어떤 점을 개선하면 좋을까요?

'한방'은 좀더 살리고, '통합 시스템' 도입하는 세심함 갖춰야

▲ 김지영 기자
김지영 : 교통시설 등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를 개선해야 합니다. 아무리 프로그램이 알차도 오가면서 불편함을 느낀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죠.

윤성혜 : 한의사 등 진료 인력이 제한돼 무료 진료를 기대하고 온 관람객들의 70%가 그냥 돌아가야 했을 만큼 준비가 부족했던 것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죠.

김인아 : 많은 체험 행사들을 하나로 묶어 현재 대기인원과 예상 대기시간을 보여주는 통합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관람객들이 체험행사를 위해 한 시간씩 줄을 서는 불편을 피할 수 있을 거예요. 

김지영 : 제가 다음 행사에 바라는 점은 ‘한방’의 강점을 더욱 살렸으면 하는 것입니다. 먹을거리는 전 국민의 관심사인데요. ‘한방음식 만들기’와 같은 먹을거리 관련 체험행사도 포함하면 좋겠습니다. 

구세라 : 큰 행사였던 만큼 성과와 함께 아쉬움도 많았군요. 쓴 약이 몸에 좋은 것처럼 2010 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의 경험이 앞으로 지역축제 발전에 좋은 약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역취재팀 / 구세라, 김인아, 윤성혜, 김지영, 김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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