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성분 샴푸바 만들기 70대 부부 ‘열공’
[2010제천한방바이오엑스포]

“아들이 마흔이 넘었는데 장가를 못 가고 있어요.”

충북 제천의 한방바이오엑스포 행사장에서 ‘한방 샴푸바 만들기’ 체험에 참여한 70대 노부부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중절모를 쓴 할아버지와 빨간 점퍼 차림의 할머니는 집이 제천이라 엑스포에 구경삼아 왔다가, ‘탈모에 잘 듣는 머리비누’를 만드는 행사가 있다고 해서 귀가 번쩍 뜨였단다. 마흔이 넘은 두 아들이 젊은 나이에 머리가 빠져 고생인데, 그 중 특히 심한 둘째는 아직 결혼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먹는 약, 뿌리는 약 등 온갖 치료에 돈과 시간을 들였지만 별로 효과를 못 봤다고 한다.

“이거 두 방울로 되겠어요? 더 넣어야 하지 않을까?”

▲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는 강사 '황지유(30)씨' ⓒ김지영
강사의 설명에 따라 종이컵에 시약을 넣다가 할머니가 물었다. 성분을 좀 더 강하게 하면 효과가 더 빠르지 않을까 하는 간절함이 보였다. 열다섯 명의 수강생 중 제일 진지한 표정이던 할머니는 기어코 시약을 두어 방울 더 넣는다. 강사 황지유(30)씨는 할 수 없다는 듯 웃고는 한방 샴푸바의 성분을 설명했다.

“여러분이 보시는 액체는 비누 베이스를 녹인 것이고요, 여기에 윤기를 내는 동백기름과 두피를 깨끗하게 해주는 창포액, 각질 제거에 좋은 미생물 배양액인 ‘EM 추출물’을 넣습니다. 이 추출물은 세균으로 생길 수 있는 탈모를 방지하는 효과를 낸답니다. 또 스트레스로 생길 수 있는 탈모를 막기 위해 ‘로즈마리’ 오일을 첨가하는데, 로즈마리는 긴장을 풀어주면서 모발 성장을 촉진하고, 비듬을 방지하는 기능도 합니다.”


이런 성분들 외에 또 중요한 것은 흰머리를 검게 한다는 ‘하수오 분말’이라고 한다. '어찌 머리가 검으냐?'는 뜻을 가진 하수오(何首烏)라는 약초의 뿌리를 갈아서 만든 것이다. 옛날 어떤 사람이 덩굴성 새알 모양 박인 ‘새박’ 뿌리를 먹고 머리가 검어졌다고 해서 새박에 붙여진 다른 이름이 하수오다. 이 성분으로 흰머리가 검어지면 숱이 더 많아 보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 한방 샴푸바 만들기에 들어가는 재료 ⓒ구세라

이런 비누를 고체인 바(bar)로 만드는 것은 액체 샴푸 성분이 직접 머리에 닿으면 잔여물이 남아 탈모를 더 촉진할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문질러 거품을 내서 쓰도록 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여러 재료를 섞어 고체 비누의 모양이 나오기까지 10~15분 정도 걸린다.

▲ 종이컵에 시약을 넣는 참가자 모습 ⓒ김지영

대개 젊은 나이에는 그저 ‘빠지면 또 자라는 것’으로 생각하는 머리카락. 그런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고민’이 될 만큼 심각한 것이 탈모이기도 하다. <2010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의 전문가 설명에 따르면 누구나 하루에 50~100여개의 머리카락이 빠지는데, 이 개수가 지나치게 많으면 심한 탈모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탈모의 원인은 기후나 환경 등 외적인 것과 호르몬 분비나 영양 상태 등 내적인 것으로 나눠볼 수 있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특히 오장육부의 부조화로 탈모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데, 노화가 빠르게 진행돼 흰머리가 많아지면서 탈모가 동시에 진행되기도 한다.

▲ 흰머리를 검게 한다는 '하수오' 분말ⓒ구세라

탈모를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한방 요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머리를 감을 때 한방 성분이 든 샴푸를 쓰는 것도 한 예지만, 농축 한방 성분을 만들어 두피에 직접 바르는 방법도 있다. 동의보감에 따른 민간요법의 하나는 고삼(苦蔘)과 하수오를 활용하는 것이다. 고삼은 콩과의 여러해살이 풀인데, 이를 말린 것 30g을 프라이팬에 노릇노릇하게 볶은 다음 절구에 넣고 곱게 빻는다. 이어 계란 노른자 20개를 프라이팬에 넣고 약간 센 불로 타도록 저으면 노른자의 주성분인 기름이 나오는데, 이 기름에 고삼 가루 한 스푼을 넣고 잘 섞는다. 이것을 잠잘 때 머리에 바르고 다음날 아침 씻어내는 것을 열흘 정도하면 탈모 방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하수오 10g과 석창포 10g에 인삼 서너 뿌리와 물 두 대접을 붓고 30-40분을 끓여 약물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이 약물에 계란 노른자를 섞어 3~4개월 정도 두피에 바르면 새로 자라는 머리카락이 검은 색이 되면서 머리숱이 많아 보인다고 한다.

식이요법을 통해 탈모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모발은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콩, 우유, 해조류, 채소류, 그리고 등 푸른 생선을 먹는 것이 좋다. 술이나 커피, 기름기가 많은 음식 등은 몸에도 좋지 않지만 탈모에도 영향을 주므로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 한방 샴푸바 운영 시간표 ⓒ구세라

지난달 16일 엑스포 개막식이후 한 달 가까이 매일 네다섯 차례 열리고 있는 한방 샴푸바 만들기는 <2010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체험 행사의 하나로 꼽힌다. 이 행사는 오는 16일까지 계속된다. 또 엑스포 행사장내 ‘약초 탐구관’에서는 탈모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초를 직접 구경하고 만져볼 수 있으며, 탈모의 원인과 처방, 탈모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 등의 상세한 정보는 엑스포 홈페이지(http://www.hanbang-expo.org/open_content)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완성된 탈모 해결 한방 샴푸바ⓒ구세라

 

<한방 샴푸바 만들기>
재료(10장 기준):
  비누베이스 1kg, EM추출물 10ml, 한방분말(하수오 분말) 10~15g, 동백유 10ml, 창포액 10ml, 로즈마리 10ml

만들기: 비누 베이스를 중탕한 후 종이컵 등 틀에 붓고, 각 재료를 넣어 잘 저어준 다음 서늘한 곳에서 반나절 정도 건조해 주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샴푸바가 된다. 천연 샴푸바는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건조한 곳에서 보관하고, 10개월 안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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