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토크] 영화 속 언론ⓛ 프로스트 VS 닉슨
이 코너에서는 영화전문잡지 <씨네21>의 이주현 기자와 <단비뉴스>의 이수경 기자가 인터넷 메신저에서 대화를 하며, 또는 영화를 함께 본 뒤 수다를 떨며 영화를 소개한다. 그 가운데 ‘영화 속 언론’은 언론을 소재로 다룬 영화만 집중적으로 조명해보는 시리즈이다. (주의 : 스포일러 있음) <편집자> |
[주현] 님의 말 : 안녕~ 잘 지냈어?
[수경] 님의 말 : 너무 잘 지내서 탈~ㅎㅎ 언니가 추천한 영화, <프로스트 VS 닉슨> 잘 봤어요. 정치 소재라 딱딱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굿굿굿!
대통령 닉슨이 아닌, ‘인간’ 닉슨을 보라
[수경] 님의 말 : 유튜브에 당시 인터뷰영상이 있던데, 미국 뉴스프로그램 사상 최고의 시청률이 나왔대요. 미국 시민들은 통쾌했을 듯.
[주현] 님의 말 : 근데 단순히 둘의 대결 구도로 프로스트의 승리를 보여주려고 한 것 같진 않아. 난 오히려 닉슨의 인간적인 모습을 봤거든. 총 네 번 인터뷰 과정에서 닉슨이란 인물을 정말 촘촘하게 그려내잖아. 프로스트보다 닉슨의 클로즈업이 훨씬 많이 등장하는 것도, 그 사람의 속까지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프로스트와 닉슨의 균형을 잘 맞춘 것 같아.
[수경] 님의 말 : 닉슨이 프로스트에게 인터뷰 전날 전화하는 장면에서 그간 갖고 있던 콤플렉스가 드러나죠. 경제적 사정으로 하버드 대신 휘티어 대학에 간 것, 케네디에게 가졌던 열등감 같은 것들.
[주현] 님의 말 : 아마 닉슨은 그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나온 결정적 대답이 바로~ “대통령의 불법은 불법이 아니다!”
영화 뜯어보기 : 배우와 편집, 리얼리티의 조화
[수경] 님의 말 : 미디어의 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장면이 많았어요. 닉슨과 프로스트가 TV 화면으로 서로를 보는 장면, 레스턴(조사원)이 ‘클로즈업의 축소력’을 얘기하는 부분이 그렇고.
[주현] 님의 말 : 이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이지. 밥 젤닉 ABC 보도국장이 "그(닉슨)는 TV를 알고 있어요"라고 했던 대사도 같은 맥락이고. 미디어의 속성과, 그것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이 영화에 잘 나타나 있잖아.
[수경] 님의 말 : 아, 그리고 레스턴이 닉슨 같은 사람하고는 악수 절대 안 하겠다고 호언장담하다가 바로 포스에 눌려 악수하는 장면 완전 웃겼다는!! ㅎㅎ
[주현] 님의 말 : ㅋㅋ 프로스트가 카리스마 작렬인 닉슨을 처음 만났을 때 그 기에 눌리는 것도! 사실 사전 준비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실제로 만나보기 전까진 그 사람을 잘 모르거든. 닉슨은 주도권을 갖는 방법도 다양하게 썼어. 방송시간은 한정돼 있으니까 혼자 길게 얘기한다든가, 질문요지를 피하고 논점을 흐린다든가~
[수경] 님의 말 : 주연배우들은 이미 같은 내용의 연극에서 2년간 그 역할을 했더라고요. 굿 캐스팅!
[주현] 님의 말 : 특히 ‘프랭크 란젤라’(닉슨 역)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지. 지난해 아카데미 최우수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었어. 안타깝게도 <밀크>의 ‘숀 펜’에게 밀려났지만.
프로스트는 실은 세계 국가원수를 제일 많이 인터뷰한 전설적 언론인
[수경] 님의 말 : 프로스트는 영화에서 연예인 이미지가 강한데, 그건 그가 너무 대단한 인물로 보일까봐 일부러 무능한 부분을 강조한 거래요. 근데 알고 보니 프로스트가 전 세계 국가원수를 가장 많이 인터뷰한 기자더라고!! 2005년까지 BBC 시사대담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다음해 무려 예순일곱에 아랍방송 <알 자지라>에 스카웃 됐죠. 상당히 유능한 언론인 같아요.
한국에선 시도하기 힘든 정치영화, 미국이 부럽다
[주현] 님의 말 : 미국에선 자연스레 대통령이 등장하고, 실제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영화도 많이 만드는데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불가능한 일인 게 안타까워. 21세기 민주사회에서 알게 모르게 검열이 있지.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만 해도 얼마나 말이 많았냐. <경계도시>라는 영화를 보면 제작 피디가 국정원 직원들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받잖아. 그게 현실이지.
[수경] 님의 말 : 한국은 대통령의 과오를 인터뷰하는 건 생각도 못하죠. 거기다 우리는 이런 소재도 드물어요. 미국은 ‘래리 킹 쇼’와 같은 시사 토크쇼가 인기도 많은데, 우리는 정치 토크쇼가 아예 없네요. 재미 없어 시청률 낮을까 봐 기획조차 안 되고. 문제는 그 ‘지루함’이 사실이라는 거지.
[주현] 님의 말 : 그럴 수도. 이 영화만 놓고 보면, 한국에는 프로스트 같은 언론인도 없고, 배짱 좋게 언론을 이용하려는 닉슨 같은 인물도 없지.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들, 얼마나 얘깃거리가 많겠어. 하지만 나오려고 하지 않겠지. 정치인은 이미지가 절반이니까.
[수경] 님의 말 : 우리나라 역사만 보면, 닉슨보다 훨씬 얘기가 ‘버라이어티’할 텐데. 결국 한국에서는 <프로스트 VS 닉슨> 같은 영화에 도전하기 쉽지 않다는 어쩌면 우울한 결론이 나오네요. 흑.
얘기 즐거웠어요. ^-^ 다음 영화는 뭐였더라?
[주현] 님의 말 : 다음에는 <굿나잇 앤 굿럭>을 보자. 나도 얘기 즐거웠어.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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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간 토크쇼 MC 취급을 받던 프로스트(마이클 쉰)는 뉴욕 재입성을 위해, 사임 후 재기를 노리는 미국 전직 대통령 닉슨(프랭크 란젤라)에게 네 번의 인터뷰를 제의한다. 노련한 닉슨의 선방에 당하던 그는 마지막 '워터게이트' 인터뷰에 모든 것을 건다. |
‘워터게이트’ 사건 1972년 6월17일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가 있던 워싱턴 DC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던 5명의 비밀요원들이 잡혔다. 이들은 공화당 소속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재선위원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이 과정에서 전 백악관 보좌관, 닉슨의 법률고문 등 현직 대통령 측근들의 권력남용과 탈세 등 다양한 비리가 밝혀졌다. 닉슨은 그해 11월 재선에서 승리했고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74년 8월 결정적인 증거인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두 손을 들었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탄핵안을 가결했고, 나흘 뒤인 74년 8월9일 닉슨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대통령직을 이어받은 부통령 포드는 곧 닉슨이 재임기간 중 저지른 죄를 모두 사면한다고 발표해 1년3개월간 끌어왔던 워터게이트 사건은 막을 내렸다. |
단비뉴스에서 '신문쟁이, 방송쟁이' 인터뷰 기사를 썼으며, '씨네토크' 연재를 맡고 있다.
문화와 사회, 사람과 맞닿아 있는 모든 것과 소통하는 기자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