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나 국제기구 자료도 출처 없이 쓰면 저작권 침해
[김기태의 저작권 특강 10]

현행 저작권법을 보면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여기서 ‘인용(引用)’이란 ‘다른 저작물의 내용 가운데에서 한 부분을 참고로 끌어다 쓰는 것’을 말하는 것이죠. 인용은 뉴스기사, 칼럼 등은 물론 학술이나 문학 작품 등에도 흔하게 이루어집니다. 학술적으로나 예술적으로 가치를 지닌 저작물이 공표되었다면, 다른 저작자와 독자 등 수용자들이 가능한 한 쉽게 접근해서 그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화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취지에서 저작물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는 것은 저작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당한 범위’ 또는 ‘공정한 관행’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있습니다. 먼저 ‘정당한 범위’에 대해서는 인용되는 저작물의 분량, 인용하는 저작물과의 주종관계 여부, 인용하는 저작물이 피인용 저작물의 시장을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또 ‘공정한 관행’이란 인용되는 저작물이 인용하는 저작물과 구분되는지, 인용되는 저작물의 출처를 명시하였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다음 예문을 살펴봅시다.

<예문 1>
한국 경제, 수출․수입 의존도 G20 1위
(서울=짝퉁뉴스) 아무개 기자 = 우리나라 경제의 수출 및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13일 나타났다. 특히 수출 의존도는 미국의 6배, 수입 의존도는 브라질의 4.5배에 달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3.4%로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고 G20 가운데 최대였다. 누군가의 말처럼 자원이 없고 국토가 좁은데다 자본마저 많지 않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수출과 수입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일궈왔으나 경제 위기 등을 겪으면서 이제 이런 방식도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점을 인식하게 해준다. 따라서 전문가들의 충고대로 서비스업 활성화를 통해 내수 시장을 키우는데 관심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문 2>
한국 경제, 수출․수입 의존도 G20 1위
기사입력 2010-09-13 06:03 | 최종수정 2010-09-13 06:56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우리나라 경제의 수출 및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13일 나타났다. 특히 수출 의존도는 미국의 6배, 수입 의존도는 브라질의 4.5배에 달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협력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들이 최근 공동으로 작성한 ‘G20 주요 경제지표(PIG)’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3.4%로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고 G20 가운데 최대였다.

<중략>

우리나라 수입 의존도는 2005년 30.0%, 2006년 32.5%, 2007년 34.0%, 2008년 46.7%로 수출과 마찬가지로 대체로 증가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정부는 경제에서 수출과 수입의 비중이 각각 40%를 넘어섬에 따라 이대로 방치하면 글로벌 시장에 완전히 종속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고 서비스 부문 육성을 통한 내수 시장 활성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전문 자격사 및 의료.보건 부문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서비스 부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 대외 의존도를 적정 수준에서 유지해나갈 전략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자원이 없고 국토가 좁은데다 자본마저 많지 않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수출과 수입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일궈왔으나 경제 위기 등을 겪으면서 이제 이런 방식도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서비스업 활성화를 통해 내수 시장을 키우는데 관심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예문 1>의 경우에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인용인지, 아니면 기자의 견해인지 분명하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예문 2>의 경우에는 명확한 인용을 통해 어떤 자료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했는지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물론 <예문 1>의 경우도 공익성을 감안해 현실적으로 문제를 삼지는 않겠지만, 원칙적으로 따진다면 <예문 1>은 출처를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G20 주요 경제지표(PIG)>의 내용을 표절한 것이며, 관련 국제기구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정당한 범위’에 대해 살펴보면, 다른 저작물을 자기가 작성하는 저작물에 인용해야만 하는 ‘필연성’이 인정되어야 하며, 양적으로도 피인용 저작물의 분량이 자기 저작물보다 많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자기 저작물의 내용과 인용부분 사이에는 일종의 주종관계가 성립되어야 합니다. 즉, 자기가 창작하여 작성한 부분이 주(主)를 이루고, 그것에 담겨 있는 주제를 더 부각시키거나 주장의 타당성을 입증할 목적으로 다른 저작물의 일부를 종(從)으로서 인용했을 때 비로소 정당한 범위 안에서의 인용이 성립됩니다.

다만, 다른 저작물의 일부라고 하는 것은 논문이나 소설 따위처럼 분량이 비교적 많아서 전체적인 인용이 불필요한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며, 사진이나 그림 또는 시에서처럼 그것의 일부만 인용한다는 게 불가능한 것까지 포함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시 한 편의 일부 구절을 인용해도 충분한 경우에는 일부만 인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요.

다음으로 ‘공정한 관행’이란, 인용부분이 어떤 의도에서 이용되고 있으며, 어떤 이용가치를 지니는가를 따지는 것입니다. 사회적인 통념에 비추어 보아 타당하다고 여겨지는 방법으로 인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인용되는 부분을 자기 저작물과는 명확하게 구별되는 방법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예를 들면, 보도의 자료로 저작물을 인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 자기나 다른 사람의 학설 또는 주장을 논평하거나 입증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인용하는 경우, 역사적 사실이나 경향을 살피는 글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다른 저작물(시, 사진, 그림 등)을 통째로 싣는 경우 등은 바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인용에 있어서는 ‘출처명시의 의무’가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인용부분에 대한 적절한 구분이나 출처의 명시가 부정확하다면 이용자들로서는 그것이 인용인지 창작인지 분간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지요. 다음 기사를 살펴보도록 하지요.

표절논란곡에 저작권료 20억 지급?
기사입력 2010-09-19 13:41

2000년 이후 발표된 노래 중 표절 및 표절 논란이 불거졌던 20곡에 대한 저작권료 지급 현황 조사에서 명확한 기준 없이 20여억 원의 저작권료가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진성호 의원(한나라당)이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음악저작권협회로부터 제출받은 ‘표절논란 곡에 대한 저작권료 지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표절로 법원 판결이 난 MC몽의 ‘너에게 쓰는 편지’를 비롯하여 이효리의 ‘I‘m Back’, ‘그네’, 이승기의 ‘가면’,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 이승철의 ‘소리쳐’, 씨엔블루의 ‘외톨이야’, 지드래곤의 ‘Heartbreaker’ 등 총 20곡의 표절 및 표절 논란곡에 대해 최고 2억 5천여만 원 등 총 20여억 원의 저작권료가 명확한 기준 없이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진성호 의원은 “표절은 남의 창작물을 도둑질하는 행위인데, 표절로 확인이 되었거나, 최소한 표절로 의심받는 곡들에 대해 명확한 기준없이 저작권을 인정하는 저작권료 지급은 부당하다” 면서, “이번 국정감사에서 음원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표절에 대한 문화부의 가이드라인 마련을 강도 높게 촉구할 것이다”고 말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헤럴드경제)

만약에 위와 같은 기사를 다른 언론사 기자가 참조하거나 가져다 쓰면서 <중략> 이후의 부분을 다음과 같이 처리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표절은 남의 창작물을 도둑질하는 행위인데, 표절로 확인이 되었거나, 최소한 표절로 의심받는 곡들에 대해 명확한 기준없이 저작권을 인정하는 저작권료 지급은 부당하지 않을까. 이번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음원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표절에 대한 문화부의 가이드라인 마련을 강도 높게 촉구해야 할 것이다.

얼마나 그 느낌이 달라지는지 금방 알 수 있지요. 따라서 다른 사람의 저작물, 의견을 일부라도 인용할 때는 그 부분에 인용부호를 붙이든가 단락을 바꾸어 본문과는 다른 활자로 표시함으로써 인용부분을 구분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또한 학술관련 전문서적이나 논문에서는 출처로서의 저자명, 책명 또는 논문제목, 발행처, 발행연도, 해당면수 등을 적절한 위치에 주(註) 표시로써 밝히는 것이 통례이고, 이러한 의무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 저작물은 신용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다만, 텔레비전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일일이 출처를 밝히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그럴 땐 프로그램 말미의 엔딩 크레딧 자막에 포함시키는 방식이 무난할 것으로 봅니다.


김기태/
세명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 한국저작권위 표절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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