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기자포럼] ⑫ 건강기능식품의 허실

“비타민 정기적으로 드시는 분, 손 한번 들어보세요.”

국립암센터 명승권 박사가 지난 7일 서울시민청에서 열린 식품기자포럼의 참석자들에게 질문하자 몇 사람이 손을 들었다. 명 박사는 단백질 보충제와 항산화제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을 했다.

“드시는 분만 드시는군요.” 

명 박사의 농담에 웃음이 터졌다. 그러나 그는 바로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거 절대 드실 필요 없습니다.” 

메타분석으로 밝히는 건강기능식품의 참모습

명 박사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명 박사는 통계를 이용해 개별 연구들의 결과를 종합하는 메타분석을 통해 건강기능식품의 효능을 검증하는 작업을 한다.그는 메타분석이 식품회사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임상 연구보다 높은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 근거수준 피라미드 ⓒ 명승권

“관찰연구 단계의 환자-대조군 연구만 해도 실제로 수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요. 예를 들어 대조군을 설정하기 힘들어요. 어떤 그룹이 채소를 전혀 먹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이죠. 실제 건강식품의 효능을 입증했다는 연구들은 대부분 (메타연구보다 수준이 낮은) 환자군 연구에 머물러 있어요. 그것들도 대부분 표본 수도 작고 연구의 질도 낮아요.”

명 박사는 메타분석을 이용한 논문들을 살펴보면 비타민제, 항산화제, 칼슘보충제 등 주요 건강기능식품들의 상대위험도(Relative Risk: 질병의 발생과 위험인자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지표)가 1 정도로 나온다고 한다. 이것은 이런 식품들이 건강 개선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의미다.

노화를 부르는 활성산소, 노화를 막는 비타민

가장 흔한 보충제인 비타민 보충제의 국내 시장 규모는 6천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한국 인구의 약 20%가 비타민제를 복용한다. 미국 비타민 보충제 시장 규모는 약 21조원에 이른다. 미국 인구의 약 50%, 암 생존자의 약 70%가 비타민을 복용한다. 비타민, 항산화보충제 등 각종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는 이유 중 하나는 노화 원인으로 지목되는 활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이다. 

활성산소종은 인체의 대표적인 자유라디칼(free radical)이다. 자유라디칼은 짝 짓지 않은 전자를 가진 분자로 정상세포에서 전자를 빼앗거나 다른 곳에 전자를 주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정상세포의 손상이 일어난다. 활성산소종 역시 정상세포의 DNA나 세포막을 산화 공격하여 암이나, 심혈관질환을 발생시키고 노화를 촉진한다. 

활성산소종이 생성되는 원인은 흡연, 공해, 태양자외선, 음식, 화학물질, 방사선 등으로 다양하다. 정상 세포대사 과정 중 영양분이 에너지로 바뀌는 과정에서 산소는 대부분 물을 형성하지만 일부는 반응성 높은 O2-, H2O2, OH 등의 활성산소종을 생성한다. 

활성산소종과 같은 자유라디칼에 의한 산화적 손상을 막아주는 것이 항산화제(Antioxidant)다. 항산화제는 다른 물질의 산화를 느리게 하거나 막아줘 질병을 예방한다. 음식에 들어있는 천연항산화제로는 비타민C, E와 파이토케미칼(식물성화학물질), 무기질 등이 있다. 이들은 감귤, 수박 등 과일과 당근, 호박 등 채소, 콩류 및 견과류 등에 주로 들어있다. 

최근 수십 년간 전 세계적으로 발표된 관찰역학연구 결과를 보면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암이나 심혈관질환 발생이 20~30%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하루에 다섯 가지 색깔을 가진 다섯 단위의 과일과 채소를 400g 이상 먹을 것을 권장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 평균 393g 정도를 섭취한다. 거기에 더해 보충제를 먹는다.

비타민보충제가 천연비타민을 대신할 수 있을까

하지만 명 박사는 “비타민보충제 섭취는 효과가 아직 입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 복지부 산하 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는 암이나 심혈관질환의 예방을 목적으로 종합비타민 혹은 항산화  보충제 등을 사용하는 게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세계암연구기금과 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는 흡연자가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복용하면 폐암 발생을 높인다며 사용을 금하고 있다. 미국암협회는 암환자가 암 치료 중 비타민이나 기타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은 치료효과를 감소시키는 등 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메타분석 결과들도 이를 뒷받침 한다. 세르비아 니스대 Goran Bjelakovic 교수팀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질적 수준이 높은 총 56편의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 메타분석한 결과 비타민∙항산화 보충제를 복용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사망률이 4%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 식품기자포럼에서 명승권 박사가 강의를 하고 있다. ⓒ박소연

명 박사는 “메타분석 결과 비타민 A나 E, 베타카로틴, 셀레늄과 같은 비타민, 항산화 보충제를 복용하나 안 하나 암 예방효과가 없다”며 “방광암은 그런 것들을 섭취하면 그러지 않는 경우보다 발생 확률이 52%나 높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역시 비타민, 항산화 보충제를 복용해도 예방 효과가 없다.

“비타민C 보충제를 과량으로 복용할 경우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위장관장애, 비뇨기질환, 용혈 등을 유발해 건강에 해가 될 수 있습니다.”

음식으로 영양소 보충하는 게 건강비법 

명 박사에 따르면 비타민 보충제를 1g 정도만 복용해도 이 중 반은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위장관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비타민C의 최종산물인 옥살레이트를 지나치게 섭취할 경우 옥살레이트결석의 위험성이 높아져 비뇨기질환을 유발한다. 글루코스-6-인산탈수소효소 결핍, 발작성 야간헤모글로빈뇨증 등의 환자는 적혈구가 깨지는 용혈현상의 위험성이 증가한다. 

한국영양학회가 제시하는 비타민C 권장섭취량과 상한섭취량은 각각 하루 100mg, 2,000mg(2g)이지만 세계보건기구에서는 하루에 1g 이상 섭취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세계보건기구와 영국 음식표준국(Food Standard Agency)이 권장하는 하루 비타민C 섭취량은 각각 45mg과 40mg이다. 특히 영국은 해가 될 수 있으니 하루에 1000mg(1g) 이상 복용하지 말라고 권장한다. 

“기능식품 복용에 집착하기 보다는 건강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좋은 음식을 섭취해 영양소를 보충하는 게 더 효과적이고 확실한 건강 비법입니다.”

명 박사는 합성비타민인 비타민C 보충제는 과일이나 채소에서 섭취하는 비타민C와 다르며 인체에서 같은 작용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일과 채소의 다른 영양성분이 함께 작용해야 비타민C 복합체 본연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명 박사는 “활성산소는 암, 심혈관질환, 노화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외부 이물질이나 내부에서 발생한 암세포를 죽이는 기능도 있다”며 “항산화제를 복용해 활성산소의 농도가 너무 낮아지면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념을 뒤집은 명 박사의 오메가-3 지방산 보충제 연구

▲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제공한 2011년 건강기능식품 품목별 생산액 ⓒ 명승권

명 박사는 건강기능식품 생산액 3위인 오메가-3 지방산 보충제의 위험성도 함께 지적했다. 오메가-3 지방산은 흔히 심장∙ 및 혈관질환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란드에 사는 에스키모들의 심장∙혈관질환 발생률이 적은 이유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등 푸른 생선을 많이 먹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 것이 1970년대였다. 

그 후로 오메가-3지방산 보충제가 심장∙ 및 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왔다. 1만 명이 넘는 대규모 임상시험도 이루어졌다. 하지만 가짜약인 위약(placebo)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약리학적으로 아무 효과가 없는 위약을 사용한 시험결과가 실제 약을 사용한 결과와 대조를 이뤄야 연구결과에 신빙성이 생긴다. 

위약을 고려한 명 박사의 연구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놨다. 그의 연구팀은 1995부터 2010년까지 15년간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오메가-3 지방산 보충제 효과에 대한 논문들을 모아 메타분석을 했다. 위약을 철저히 사용한 연구만 대상으로 삼았다. 

분석결과 이피에이(EPA)와 디에이치에이(DHA) 등과 같은 오메가-3 지방산 보충제를 먹어도 돌연심장사, 울혈성 심부전, 뇌졸중 등 심장∙혈관질환 발생이나 그에 따른 사망 가능성을 낮추지 못했다. 이 논문은 유명 국제 의학 학술지 <아카이브 인터널 메디신> (Arch Intern Med)>에 실려 화제가 됐다.

명 박사는 “오메가-3 지방산은 일주일에 2회 정도 그것이 풍부하게 든 음식을 먹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오메가-3 지방산이 몸에 좋은 이유는 다른 영양성분과 함께 들어와 작용하기 때문이다. 오메가-3 지방산은 고등어, 연어, 참치와 같은 등 푸른 생선과 호두나 땅콩 같은 견과류 등에 많다. 

연구 결과 무조건 믿어선 안 돼

명 박사는 글루코사민 역시 주의해야 할 건강기능식품 중 하나라고 경고했다. 2011년 한국보건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40세 이상 성인 중 글루코사민을 복용하는 사람은 12%, 먹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30%다. 글루코사민의 한 해 매출액은 약 2800억 원으로 비타민보충제의 절반이다. 복용자 중 77%가 퇴행성관절염 진단을 받지 않았는데도 예방 목적으로 글루코사민을 복용하고 있다. 연골을 이루는 글루코사민과 콘드로이틴이 관절기능 악화 예방에 도움을 줄 거라는 가설 때문이다. 

퇴행성관절염은 연골이 닳아서 관절의 통증과 움직임에 제한이 생기는 질환이다. 실제로 2009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글루코사민과 콘드로이틴의 효과에 대한 37편의 임상시험결과를 종합 분석하자 관절통 감소, 관절기능 향상 등에서 일부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명 박사는 연구 결과를 무조건 신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효과가 있다고 나타난 연구의 대부분이 제조회사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았거나 질적으로 수준이 낮습니다. 글루코사민, 콘드로이틴이 골관절염의 예방이나 관절기능 향상 등의 치료 효과가 있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글루코사민은 조개류, 게, 새우 등 갑각류의 껍데기를 구성하는 키틴을 높은 온도에서 분해해 만든다. 그 때문에 조개류나 갑각류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글루코사민을 섭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게 명 박사의 설명이다. 임산부나 태아도 먹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과량 복용하면 복통, 설사, 두통을 유발할 뿐 아니라 췌장 세포에 손상을 줘 당뇨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 글루코사민은 2012년 3월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서 삭제됐다. 

관절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글루코사민을 복용하는 대신 정상체중을 유지하고 운동으로 근육을 강화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명 박사는 조언했다. 관절염 진단을 받은 사람은 병원에서 효과가 입증된 약물과 물리치료를 병행해 지속적으로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명 박사는 최근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부는 ‘유산균 열풍’에도 부정적이다. 현재 나와 있는 유산균 효능에 대한 임상시험 연구결과는 2000여건이다. 대부분 유산균이나 프로바이오틱스 영양제가 설사를 멎게 하고 헬리코박터 균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했다. 명 박사는 이들 연구결과의 공신력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본다.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의 수(샘플 사이즈)가 몇 안 되거나 연구의 질적 수준도 낮은 게 대부분인 탓이다. 이해관계에 얽힌 연구도 많다. 명 박사가 “연구결과가 있으면 과연 누구한테 펀딩 받았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기형아 1만명 발생한 ‘탈리도마이드의 교훈’ 되새겨야

명 박사는 “우리는 탈리도마이드의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리도마이드는 1957년 독일 그뤼넨탈 제약사에서 입덧 예방을 위해 개발한 약품이다. 1962년 중반까지 독일 등 유럽에서 임신 3개월 미만 초기 임산부에게 처방했다. 입덧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었지만 몇 년 뒤 46개국에서 1만 명 이상의 팔다리가 기형인 아이들이 발생했다. 효능은 있었지만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해 발생한 참사였다.

탈리도마이드 사건 이후 의약품 개발에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임상시험 과정도 더욱 철저해졌다. 반면 시중에 팔리는 건강기능식품은 이런 안전성을 확보하는 과정이 매우 부족하다. 명 박사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식품들은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만약 과학적인 방법으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건강기능식품이 나온다면 저 역시 사용하라고 권할 겁니다. 하지만 그런 식품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2011년 한국기능식품협회의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 시장규모는 3조 6천억 원까지 커졌다. 2012년 국내의약품 생산액의 23%에 이르는 큰 규모다. 정부는 기능성 식품을 관리하기 위해 2002년 8월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을 공포했고 이 법에 따라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범주가 생겼다. 그러나 명 박사는 ‘건강기능식품’의 정의부터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에는 건강기능식품을 ‘인체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거나 생리기능 활성화를 통하여 건강을 유지하고 개선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의약품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단기적인 치료뿐 아니라 예방이나 장기적인 건강 개선도 의약품의 주요 기능입니다.”

명 박사는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등급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질병발생 위험 감소 기능’ 등급이 있기 때문이다. 이 등급을 받은 식품은 의약품과 다를 바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또한 기능성 분야에 ‘기억력 개선’, ‘혈당 조절’같은 항목이 있는 것도 문제라고 한다. 이런 효능이 있다고 인정받은 식품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명 박사는 건강기능식품도 의약품에 준하는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건강기능식품을 의약품의 하위 분야로 두고 철저한 임상 시험을 거쳐 출시하도록 제도를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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