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 장원 김우찬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나를 기소한 검사는 그 한 마디뿐 더 이상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벌금만 물고 나왔을 법한 일이었지만, 세상은 눈 깜짝할 사이 너무도 달라져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촛불을 들고 난리들을 쳤던 거구나, 하는 뒤늦은 깨달음은 부질없는 것이었다. 말 한 마디, 댓글 한 줄도 통제 당하는 무서운 세상이었다.

-헐••• 완전 독재자. 민주주의는 국밥에 말아드셨나? ㅋㅋㅋ

재판정에서, 검사는 내 아이디로 입력된 기사 댓글을 프린트 해 증거로 제출했다. 정부를 비판하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내용에 공감하여 댓글을 달았다. 그리고 구속됐다. 재판정에 와서야 이렇게 잡혀온 사람들이 부지기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댓글 한 줄 달았다고 잡혀간다는 말은 뉴스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뉴스마저 통제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교도소 안에서, 사람들은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죄목을 묻곤 했다. 사실, 물어볼 것도 없었다. 명예훼손, 전기통신법 위반, 업무방해, 공무집행방해, 모욕죄 등등 걸려들어온 죄목은 달라도 결국은 정부에 비판적인 언행을 했거나 집회에 참여하고, 혹은 댓글 한 줄 잘못 달아서 잡혀온 사람들이었다.

"그래, 형씨는 뭘로 들어왔소?"
"'거짓말쟁이 사기꾼, 주어 없는 인간, 쯧쯧쯧•••'이요."
"나는 그냥 '찍찍찍' 세 글자 달았다가 끌려왔어요."
"댁들은 양반이네. 나는 'ㅋㅋㅋ'였다오."

일주일에 한 번 허락된 일광욕을 하며, 사람들은 서로 자신들이 이곳에 들어오게 된 억울한 사연들을 털어놓았다. 하나같이 황당한 사연들이었다. 기사에 댓글 하나 잘못 달았다가 콩밥을 먹게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저마다 한숨을 푹푹 쉬어가며 억울해 하고 있는데, 다시 입구 앞에 줄을 서라는 간수들 목소리가 들려왔다. 각자 방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그때, 한쪽 구석에서 혼자 놀고 있던 수감자 하나가 천천히 걸어오더니 길게 늘어선 줄 맨 앞으로 태연하게 끼어들었다. 그의 등에는 커다랗게 '1'이라는 재소자 번호가 찍혀 있었다. 그의 정체가 궁금해진 나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저 양반이 여기 형무소 1번 수감자야. 형기도 제일 길고. 한 마디로 이거지, 이거."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 재소자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무슨 죄목으로 들어왔는데요?"

노인은 잠시 착잡한 표정으로 하늘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정부 비판 기사에다 댓글을 달았지, 첫 번째로. 그렇게 댓글을 단 기사가 이백 개가 넘는다더군. 그래서 형기도 제일 길어. 아마 이백 년쯤 된다지•••"
"대체 어떤 댓글을 달았기에 형을 이백 년씩이나 살아요?"

노인은 대답 대신 눈짓으로 입구쪽을 가리켰다. 그곳에서는 1번 재소자를 필두로 수감자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나왔다 들어갈 때마다 큰 소리로 자신이 단 댓글 내용을 외치는 게 이곳 룰이지."

입구가 열리고, 간수들은 곤봉을 휘두르며 한 명씩 차례로 들어가도록 채근했다. 그리고 목젖이 찢어져라 큰 소리로 외치는 1번 재소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앗싸! 내가 일등!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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