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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내고향’도 ‘전원일기’ 흉내 내나
[TV를 보니] 방송3사 ‘고향’ 프로그램의 명암
2014년 03월 29일 (토) 20:33:20 이정희 기자 yargomaki@gmail.com

도시인들은 ‘농촌’하면 인심 좋고 정 넘치는 시골을 떠올린다. 그러나 그들 머릿속 농촌 이미지는 대개 실제가 아니라 TV에서 본 농촌 모습일 뿐이다. 방송 3사(KBS MBC SBS)의 농어촌 관련 프로그램 중 최근 방영된 5회분을 모니터링 한 결과도 그랬다.

한국방송(KBS) <6시 내고향>은 24년째 방영되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시청률은 10% 안팎으로 황금시간대 방영되는 예능프로와 비슷한 수준이다. 구성이 비교적 단순한 이 프로그램이 14년째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는 제작 의도에서 알 수 있듯 ‘고향을 떠난 도시인들의 각박한 삶에 위안을 주기’ 때문일 터이다. 문화방송(MBC) <그린실버 고향이 좋다>나 에스비에스(SBS) <네트워크 현장 고향이 보인다>도 비슷한 제작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예능 프로 수준의 시청률 비결은 ‘먹거리’?

   
▲ 리포터가 식당을 소개하고 있다. ⓒ MBC<고향이 좋다> 화면 갈무리

세 프로그램은 짧은 이야기 서너 편을 한 회에 내보낸다. 배경은 주로 마을∙밭∙산∙바다 등인데 한 회에 이런 배경을 고루 다루는 게 보통이다. 방송은 대개 리포터의 마을 체험으로 시작된다. 리포터는 마을에 도착해 밭이나 산에서 농작물이나 버섯을 수확하고, 어촌에서는 수산물을 채취한다. 리포터의 체험은 지역 특산물을 재료로 한 요리를 맛있게 먹으며 끝나는 때가 많다. 저마다 TV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준다는 공익성을 내세운다.

<그린실버 고향이 좋다>는 아예 농촌의 먹거리만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다른 프로그램이 농촌과 관련한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데 견주어 이것은 음식재료의 수확과정, 요리, 효능을 중심으로 방송한다. 수확과정을 보여주는 장면과 리포터가 음식을 맛보는 장면의 시간이 비슷하게 구성된다.

어떤 때는 수확과정을 짧게 편집하고 바로 식당으로 향하기도 한다. 이런 편집은 소비자가 농촌의 본모습보다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방송을 본 한 누리꾼은 “뭔가 늘 똑 같은 프로그램을 보는 느낌이 들고 식상함을 지울 수 없다”고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6시 내고향>과 <네트워크 현장, 고향이 보인다>를 보는 시청자의 반응도 서로 다르지 않다. 방송이 같은 형식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한 누리꾼은 “너무 꾸며낸 듯한 말투와 리액션이 가식적으로 보여 거부감이 들고, CF를 보는 듯해 오히려 불신이 생긴다”고 반응했다.

TV보고 연락하려 해도 ‘시청자 게시판’ 관리도 안 돼

   
▲ 시청자 게시판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 SBS<네트워크 현장 고향이 보인다> 시청자 게시판 갈무리

시청자는 곧 소비자다. 농촌이 도시인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데 농촌 프로그램은 매개체 역할을 한다. 시청자들은 방송에 나온 직판장이나 생산지 등을 궁금해 한다. 방송은 마을 이름까지 소개할 뿐 특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나 업체 상호는 공개하지 않는다. 대신 시청자들은 누리집 메뉴 중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방송에 소개된 농어민들 정보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시청자 게시판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SBS <네트워크 현장, 고향이 보인다> 게시판에는 농어민들 연락처를 문의하는 시청자들 글이 계속 올라왔지만 관리자는 답을 남기지 않았다. 관리자는 무려 3년 전에 6개 답글을 남긴 뒤 게시판 관리에 손을 놓은 듯했다. 방송을 시청한 누리꾼들은 ‘이곳은 왜 답글이 올라오지 않느냐’, ‘기다려도 안 올라온다’, ‘답답하다’ 등 불만 섞인 글을 올렸다.

왜 시청자 게시판이 운영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SBS 관계자는 “외주제작 프로그램이어서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농어민들이 기대를 걸고 방송에 출연해봤자 도시 소비자들과 거래를 틀 가능성은 별로 없는 셈이다.

세 프로그램을 포함한 농어촌 프로그램에 여러 번 출연 경험이 있는 박만구 한국심마니협회장은 “방송 나간 날에는 몇 시간 동안 20~50 통 전화를 받지만 다음 날이면 시청자들 관심이 사라진다”며 방송출연이 시청자와 농민 사이의 지속적 교류 확대로 이어질 것을 기대했다.

TV에서 본 뱃사공이 어디 갔나 했더니…

   
▲ 배를 타고 있는 리포터와 뱃사공. ⓒ SBS<네트워크 현장 고향이 보인다> 화면 갈무리

18일 방송된 <네트워크 현장, 고향이 보인다> 481회는 대구시 달성군의 ‘사문진 나루터’를 관광지로 소개했다. 카메라는 옛날 옷차림을 한 뱃사공과 그가 젓는 배를 타고 유유자적하는 리포터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는데 시청자의 오해를 살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그것은 연출된 장면이어서 실제 관광객들은 그런 체험을 할 수도 없다. 제작진은 25년 전 뱃사공으로 일하던 이를 섭외해 리포터가 배를 얻어 타는 장면을 내보냈다. 달성군청 담당직원 이성원 씨는 “뱃사공은 방송을 위해 섭외한 것이 맞고 실제 관광객이 왔을 때 인력으로 운행하는 것은 힘들다”며 “4월부터는 배에 모터를 달아 운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린실버 고향이 좋다>는 ‘볼락 낚시’ 촬영 현장에서 함께 배를 탄 승객들과 잡음이 일기도 했다. 현장에 있었다는 한 누리꾼은 “제작진이 다른 승객들에게 사전양해도 구하지 않고 촬영했고, 카메라 때문에 배가 원래 코스로 가지 않아 제대로 낚시를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사과문을 남긴 상태다. 제작진의 연출로 방송은 그럴듯하게 나왔지만 현장 상황은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농어촌 미화는 현실 개선에 도움 안 돼  

농어촌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는 향수를 달랜다. 도시인은 특산물 산지에 가보기도 하고 알지 못했던 곳의 여행정보를 챙기기도 한다. 농어민들은 방송 출연으로 수익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농어촌 프로그램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비추는 농어촌은 언제나 희망에 찬 모습이다. 도시인은 ‘순박한’ ‘푸근한’ ‘정겨운’ ‘한적한’ 곳으로 묘사되는 농촌의 영상만을 보고 싶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농어촌이 처한 현실이 과연 그런가?

농어민을 위한다는 프로그램들이 농어촌을 지나치게 미화하는 것은 농어촌 현실을 왜곡해 농어민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고향을 떠난 도시인들의 각박한 삶에 위안을 주는’ 프로그램도 진실에 바탕을 두지 않으면 오래 갈 수 없다. 최장수 인기 드라마였던 ‘전원일기’가 왜 중단됐는지, 그 이유를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다큐가 드라마 흉내를 내서는 안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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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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