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기자포럼] ⑪ 미세먼지, 제대로 알고 대처해야

올 2월, ‘황사마스크’와 구강청결제 판매량이 급증했다. 병원에는 기관지염이나 감기 환자 등이 꽤 늘었다. 반면, 길거리 노점상에는 손님이 뚝 끊겼다. 하늘을 가득 메운 미세먼지 탓이었다. 미세먼지에 따른 대기오염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대기오염으로 사망하는 인구는 연간 300만 명에 이른다. 대기오염이 특히 심한 중국이 40%를 차지한다.

허파꽈리를 공격하는 보이지 않는 먼지들

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10μm보다 작은 먼지다. 대기에 떠다니는 100μm 이하 전체 분진을 통틀어 총부유먼지(TPS, Total Suspended Particulate)라 하는데, 입자 크기에 따라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등으로 분류된다. 입자 크기가 10μm보다 작으면 미세먼지(PM10, Particulate Matte less than 10μm), 2.5μm보다 작으면 초미세먼지(PM2.5)라고 한다. 사람 머리카락의 직경이 보통 60μm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미세먼지가 얼마나 작은지 알 수 있다.

먼지 크기가 중요한 이유는 크기가 작을수록 몸 속 깊숙이 침투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흙먼지, 길 먼지 등 비교적 입자가 큰 먼지들은 우리 몸의 호흡기제가 충분히 걸러낸다. 반면 화석연료가 타면서 발생하는 중금속, 질산염, 황산염 등 미세먼지는 쉽게 걸러지지 않고 허파꽈리까지 들어온다. 허파꽈리는 폐 안에서 가스교환이 이뤄지는 매우 중요한 기관이다. 허파꽈리 내에는 폐포를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막으로 대식세포가 자리하고 있는데, 미세먼지는 이 대식세포를 파괴한다. 미세먼지가 대식세포를 뚫고 폐포 속에 들어가 축적되면 폐포 섬유화가 진행돼 폐 기능이 저하된다. 폐 기능 저하는 폐암이나 심혈관계 질환으로 연결되기 쉽다.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왔다고?

언론은 미세먼지를 두고 중국을 탓한다. 많은 기사가 ‘중국발 미세먼지’라는 용어를 사용해 미세먼지의 출처를 중국으로 보았다. 중국에서 설날인 춘절을 맞아 폭죽이 유행하자 그 탓에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졌다는 등의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 식품기자포럼에서 강연 중인 권호장 교수 ⓒ 박소연

지난 5일 서울시민청에서 열린 식품기자포럼에서 단국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권호장 교수는 미세먼지에 대한 통념에 문제를 제기했다. 명백한 월경성(越境性) 오염물질인 황사와 달리 미세먼지는 그 출처를 중국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발 스모그’, ‘중국발 미세먼지’ 등의 용어가 회자되면서 대기오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는데 이게 사실 양날의 칼입니다. 관심이 높아져 예산을 투입해 대기오염을 해결할 동력은 생겼지만, 문제는 미세먼지를 중국에서 온 것으로만 생각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 한국 주요도시 오염도 추이 ⓒ 권호장

‘중국발 미세먼지’가 왜곡된 용어라는 것은 두 나라의 미세먼지 오염도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최근 통계를 보면 중국 미세먼지 오염도는 여전히 심각한 데 견주어 우리나라 오염도는 감소하고 있다. 2002년 80μg/㎥이었던 서울시 미세먼지 오염도는 2010년 대기환경기준 연간평균인 50μg/㎥ 아래로 떨어져 2012년에는 40μg/㎥ 선까지 내려왔다. 반면 2013년 1월 중국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993㎍/㎥로 최고점을 찍었다.

“미세먼지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미세먼지에 대한 인지도가 앞으로 우리나라 대기정책을 개선하는 데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언론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가 중요하겠죠.”

권 교수에 따르면,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는 일부에 불과하다. 입자가 크고 무거운 황사와 달리 입자가 작은 미세먼지는 장거리 이동이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권 교수는 “미세먼지의 원인을 중국으로 돌리는 것은 사실 왜곡”이라며 “자체적인 대기오염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 엄격한 기준치 마련할 때

정부는 미세먼지 기준치를 마련해 미세먼지를 관리한다. 현재 우리나라 미세먼지 연간기준치는 50μg/㎥다. 1년간 측정한 미세먼지 농도 평균이 50μg/㎥ 이하면 기준치 달성, 50μg/㎥ 를 넘으면 달성 실패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는 연간기준치에 근접해가고 있다. 권 교수는 이제 연간기준치보다는 24시간 기준치를 강조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연간기준치 달성 여부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24시간 기준치에 주목해야 합니다.”

24시간 기준치는 단기영향을 예방할 목적으로 세우는 기준치로, 연간기준치보다 달성하기 어렵다. 현재 지정된 24시간 기준치에 맞추기 위해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100μg/㎥를 초과하는 날이 연중 4일을 넘어서는 안 된다. 권 교수는 “여전히 연간기준치 충족 여부만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지고 있는 24시간 기준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오염 문제, 전방위적 시각으로 해결해야

▲ DPSEEA 모델 ⓒ 권호장

환경부에서는 국민들이 대기오염도 측정치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통합대기환경지수(CAI)를 개발했다. 좋음, 보통, 민감군영향 등 지수에 따라 등급별 행동요령을 제시한다. 문제는 그 행동 지침이 옥외활동 금지, 실외수업 자제 등 원론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이런 개인적인 행동지침뿐 아니라 근본 원인을 총체적으로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보건기구 딥씨 모델(DPSEEA MODEL)을 소개했다. 딥씨 모델은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 문제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고의 틀로, 대기오염 문제를 전방위적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대기오염으로 건강이 나빠졌다는 것은 그 전에 대기오염에 노출되었다는 이야기죠. 대기오염에 노출되었다는 것은 대기오염이 심하다는 뜻이고요. 대기오염이 심하다는 것은 대기오염 물질이 많이 배출되었다는 뜻이고, 대기오염이 많이 배출된 데에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겠죠.”

권 교수는 서울시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서울시 대기오염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서울시에 너무 많은 사람이 산다는 것이다. 이것이 ‘반응을 유발하는 힘’(Driving forces)이다. 사람이 많이 살면 출퇴근 수요가 많고 교통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압력’(Pressures)이다. 대기오염이 심한 ‘상태’(State)는 사람을 대기오염에 ‘노출’(Exposure)시키고, 결과적으로 건강에 안 좋은 ‘영향’(Effects)을 끼치게 된다.

권 교수는 ‘반응을 유발하는 힘’에서 ‘영향’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반응을 유발하는 힘’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구를 분산시켜야 하고, ‘압력’을 줄이려면 버스 전용차선을 만드는 등 대중교통을 활성화해 교통수요를 줄여야 한다.

교통수요와 상관없이 대기오염 상태를 완화할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디젤버스를 천연가스 버스로 바꾸는 식이다. 그러면 달리는 버스의 수는 같아도 대기오염 수치는 낮아진다. 대기오염농도가 같더라도 야외활동 금지, 마스크 쓰기 등의 행동으로 최대한 오염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대기오염에 노출되더라도 항산화제 섭취, 수분 섭취 등을 통해 최대한 그 영향을 줄일 수도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의 노력은 Pressures(압력)와 State(상태)에만 맞춰진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두 과정의 노력만으로 대기오염 피해를 줄이기에는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죠. 앞으로는 큰 틀에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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