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V란 복잡미묘한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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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 : 아하하하. 큭큭큭. 키득키득.

쿠 : 썬, TV좀 그만 봐!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서 혼자 큭큭대고 있는 거니?

썬 : 쿠, 이리 좀 와봐. 이거 정말 재미있어. 글쎄, UV가 홈쇼핑에 나와서 자신들의 음반을 팔고 있지 뭐야. 하하하, 저 진지한 표정 봐!

쿠 : 음..... 예상된 시나리오군!

썬 : 예상된 시나리오?

쿠 : 난 UV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이런 행동을 할 거라 알고 있었단 말이지!

썬 : 이야~ 이야기만 들으면 거의 노스트라다무스급의 예언인걸.

쿠 : 왜냐면 유세윤은 프로듀서로서 욕심을 가지고 UV를 시작했기 때문이야. 팀을 성공시키기 위해 최대한 다양하고 신선한 방식으로 활동할 건 당연한 것 아니겠어?

썬 : 그럴 수도 있겠네. 하지만 나는 UV의 행동들을 전략적이라고 보지 않아. 그냥 자신들이 하고 싶고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을 했을 뿐인데, 그것이 마침 ‘감각적이고, 가벼운 것을 좋아하고, 무거운 것을 거부하는’ 요즘의 신세대 취향과 맞아 떨어져버린 거라고 생각했어. 더 자연스럽잖아?

쿠 : 트렌드를 읽고 영악하게 머리를 굴리지 않았다면 지금의 성공도 없었을 거야. 홈쇼핑에서 음반 판매를 한 것도 그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하고. 홈쇼핑 방송에서 음반을 판매한다는 것도, 내가 볼 때 음반을 사서 듣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썬 : 물론 대중의 기호를 잘 간파한 행동일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단순히 ‘도전’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아. 보통 음반시장에서 음반을 홍보하고 유통시키는 루트와는 다른 ‘무언가’를 하려고 했던 도전 같은 것 말이야.

쿠 : 아! 도대체 UV는 뭐하는 그룹인 거야?! 뭐 때문에 이렇게 사랑받고 있는 거냐고!

아이돌 음악이 자판기커피라면, UV음악은 콜롬비아산 수제커피  

▲ UV의 '쿨 하지 못해 미안해'의 뮤직비디오
쿠 : 나는 UV가 하는 일들이 너무 많다고 봐. 게다가 그 행동들은 특이하잖아. 그 특이한 행동으로 대중의 시선을 끌려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가수로서 승부하고 싶은 것인지 헷갈린다니까? 이들에게 대중의 관심이 쏠린 이유가 단지 UV의 음악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썬 : 독특한 행동들을 많이 하지만, 역시 음악이 좋았기 때문이 아닐까. 정말 듣기 싫은 음악을 사람들이 들어 주지는 않았을 거 같은데. 실력 없이 전략적인 행동들만 내세워서 이정도의 관심을 끌기는 어려웠을 거야. 처음 UV의 ‘쿨 하지 못해 미안해’라는 뮤직비디오가 유투브에 떴을 때, 사람들이 이렇게 리플을 달더라고. “노래가 좋아서 한번 들으면 자꾸 귓가에 맴돈다, 중독성이 있다”고 말이야.

쿠 : 하하. 그건 인정해야겠어. 나도 ‘쿨 하지 못해 미안해’ 듣고 난 후 한동안 그 노래가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나더라고. ‘합의하에 헤어져 놓고 전화해서 미안해~’. 나 같은 경우는 이랬어. UV가 이런저런 행동들로 시선을 끌기에 들여다봤더니 음악까지 좋았던 거야. ‘이 녀석들, 좀 하는데’ 라고 생각하면서 그들의 장난도 유심히 보게 된 거지.

썬 : 응, 현재 아이돌이 가요계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다고 해도 될 만큼, 가요계가 획일적인 모습을 갖고 있잖아. 처음엔 대중이 아이돌에 열광했을지 몰라도 서서히 그들의 같은 모습에 식상한 사람들이 많아졌을지도 몰라. 이런 시점에서 UV의 음악은 대중에게 신선하게 다가갔을거야.

 쿠: 바로 그런 점이 UV가 영악한 프로듀서의 면모를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 우리가 신선하다고 생각하는 그 음악이 사실 전략적인 기획에 따라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는 말이지. 진부한 개그판, 장사 안 되는 음반 시장에서 유세윤만이 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발견한 거야. 그것이 음악과 개그의 결합이란 UV만의 독특한 장르로 나타난 거고.

 썬 : 자꾸 다르게 이야기해서 미안하지만, 난 그들이 먼저 예상 루트를 만들어 놓고 활동했다고는 생각지 않아.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그렇게 느꼈고. 그저 자신들이 좋아하던 장르, 어렸을 적부터 많이 들었던 음악, 좋아하던 가수들... 이 모든 것들이 뭉쳐져서 ‘쿨 하지 못해 미안해’나 ‘집행유애(愛)’ 같은 복고풍 음악이 탄생한 거라고 보거든. 본인들이 90년대 시절 댄스음악을 들어왔고,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런 풍의 음악을 만들었던 건 아닐까? 이런 복고풍 음악들은 지금의 아이돌 댄스음악과는 다르기 때문에 대중은 이를 신선하게 느꼈던 거고.

▲ UV의 두번째 앨범 '집행유애'
UV, 그러다 평판 깎일라!

쿠: 물론 UV가 음악적 능력이 없다는 건 아니야. 똑같은 음악이 널려 있는 음악시장에서 음악으로 사람들의 귀를 끌어당기고, 생기를 불어넣는다는 것은 인정해. 그런데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본다면 말이야, 사실 그들의 음악이 새로운 건 아니거든. 그런 장르의 음악을 UV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UV의 음악만이 신선하다는 이유로 주목받고 있잖아. 그건 UV가 사람들이 원하는 ‘무언가’를 잘 읽어냈기 때문인 거야.

썬 : 어떤 퍼포먼스를 가미함으로써 UV가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드러냈다는 거구나?

쿠 : 얼마 전 UV가 ‘아이돌 자유연애 법안’을 제출하러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에 찾아갔다고 하잖아. 그게 난 좀 장난스러워 보이거든. 법안을 제출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뭔가 보여줬다’에 의의를 둔 것 같다는 거야. UV는 처음 데뷔 때부터 ‘퍼포먼스’에 집중했거든.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눈에 띄기 위해서 점점 더 자극적이거나 흥미로운 행동들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 또 그렇게 해야 사람들도 관심을 계속 가져줄 거고. 그러다보면 음악적인 부분보다는 ‘어떤 걸 보여줄까’에만 주력하게 될 수도 있어. 문광부에 법안을 제출했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생각되고.

▲ '아이돌 자유연애 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찾아간 UV
썬 : 난 오히려 그 다양한 퍼포먼스가 UV의 정체성을 살려주고 있는 것 같아. 기존의 틀에 갇혀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는 것보다는, 이것저것 해보면서 틀을 깨는 것도 의미는 있다고 생각하거든. 법안 제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한 아이돌이 ‘소속사에서 연예금지령을 내렸다’고 말한 걸 듣고 아이돌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법안을 제출했다고 하잖아. 비록 반은 장난일지 몰라도 분명 그 행동에서 ‘속 시원하다’고 느낀 사람들이 있을 거란 말이야. 그리고 이런 행동들이 계속 되다보면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겠지. 내 말의 요지는 그 ‘어떤 걸 보여줄까’라는 부분도 UV의 중요한 모습 중 하나라는 거야.

쿠 : 그런데 난 그런 장난스러운 모습들이 오히려 UV에게 안 좋은 영향으로 미칠 수 있을 거 같아. 대중이 처음 UV음악을 듣고 ‘음악 괜찮네’ 하며 좋은 평가를 했잖아, 이런 좋은 평가들이 UV의 장난스런 행동들로 깎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프로듀서? 예술가? NO, 그냥 UV!

▲ UV는 박대기 기자를 소재로 '박대기송'을 만들기도 했다.
썬 : 어쩌면 이런 행동들을 통해서 UV는 대중에게 음악이란 것이 진지하지 않아도, 조금은 삼류 같아도 그 나름대로 즐길만하단 걸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몰라.

쿠 : 그렇다 하더라도 역시 트렌드를 잘 파악하는 매서운 눈이 없다면 이런 성공은 없었을 거야.

썬 : 난 그저 UV가 자신들의 ‘평소 행위스펙트럼’을 넓힌 것일 뿐이라고 생각해. 그것이 대중에게 잘 먹혀들었던 거고. 지드래곤이 자신의 콘서트장에서 했다던 19금 침대 퍼포먼스를 따라한다거나, 페이크 다큐를 통해 잘나가는 뮤지션 흉내를 낸다거나, 박대기 송을 만든다거나 하는 거 말이야. 그냥 UV는 자신들의 퍼포먼스를 즐기는 거 아닐까? 예술가들처럼 말이지.

 쿠: 예술가라니 너무 크게 보고 있는 거 아냐? 그것보다는 역시 연예시장 트렌드를 잘 파악한 영악한 프로듀서가 더 적절하다니까. 물론 개그적인 면과 음악적인 면의 적절한 조합, 그러니까 웃기면서도 좋은 음악을 선보이는 의외성은 분명히 UV의 가장 큰 매력이야. 그렇지만 UV가 그저 ‘이벤트성 성격이 짙은 팀’이 아니라 음악계에 정말 새로운 시도를 하는 그룹이 되려면 어떤 적당한 입장을 취해야 할 거야. 좀 더 음악적으로 진지한 면을 보여준다든지 하는 모습 말이야.

 썬 : UV의 행동들은 저급해 보이지만 동시에 매력적이잖아. 그래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을 테고. 어쩔 때는 사회를 풍자하기도 하는 것 같고, 또 금기시 된 영역들을 살짝 살짝 건드려주기도 하고..... 이런 UV의 모습이 어떤 부분에선 퍼포먼스를 하는 예술가들과 매우 닮았다고 생각했어. 쿠가 말한 것처럼 진지한 UV도 좋겠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UV가 더 매력적인 것 같아. 아참, UV 해체한다던걸?

 쿠 : 안 돼! 아직 정체를 밝히지도 못했단 말이야. 나 유세윤한테 전화해서 물어볼래! 도대체 정체가 뭐냐고!

 썬 : 앗, 쿠! 제발 진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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