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기자포럼] ⑩ 식품에 대한 오해

2004년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이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모건 스펄록(Morgan Spurlock) 감독이 제작에서 주연까지 맡은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이다. 영화에서 스펄록 감독은 2003년 2월부터 30일간 하루 세끼 맥도날드 음식만 먹으며 자신의 신체 변화를 보여준다. 30일 뒤 그의 몸무게는 11kg 늘었고, 신체 나이는 23.2세에서 27세로 올라갔다. 우울증, 성기능장애, 간질환 등도 얻었다. 영화 개봉 이후 맥도날드는 ‘슈퍼 사이즈’ 메뉴를 없앴다.

간단한 조리 과정으로 완성되는 패스트푸드는 지방과 인공첨가물 등이 많다. 높은 열량에 견주어 비타민과무기질 등 필수 영양소가 부족해 과다 섭취하면 영양 불균형을 가져다준다. 패스트푸드가 비만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당뇨병, 고지혈증 등 여러 질병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패스트푸드의 본고장 미국은 성인 셋 중 하나가 비만으로 세계 1위다.

패스트푸드사의 로고만 봐도 충동성향이 강해진다는 연구가 있을 정도로 패스트푸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널리 퍼져있다. 지난 7월 19일 방송된 <채널A> ‘먹거리X파일’은 석 달 동안 상온에 두어도 멀쩡한 햄버거를 보여줘 시청자들을 격분하게 했다.

패스트푸드에 대한 불신이 상식이 된 이때, 지난 4일 열린 식품기자포럼에서 한국맥도날드 조 엘린저(Joe Erlinger) 대표이사와 최낙언 향료연구가가 반기를 들고 나섰다.

 ▲ 식품기자포럼에서 강연 중인 조 엘린저 한국맥도날드 대표이사. ⓒ 이대용

“지난 몇 년간 맥도날드의 재료와 메뉴에 대한 무수한 오해가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런 오해를 바로 잡고 제품 품질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고자 합니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라는 이니셔티브를 통해 저희는 한국맥도날드가 한국 고객들의 건강을 위해 항상 고품질의 안전한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을 널리 알릴 것입니다.”

품질관리 시스템을 비롯해 자신들의 철학에 대한 맥도날드의 자부심은 상당하다. 1988년 압구정에 한국 첫 매장을 연 뒤 25년간 맥도날드는 크게 성장했다. 한국에는 335개 매장이 운영 중이며 1만5천 명 이상 직원이 맥도날드에서 일한다. 2014년에는 한국 마켓에 1천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모든 게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외식 장소이자 방법이 되고자 노력한 결과이자 일환이다.

엘린저 대표는 QSCV(Quality, Service, Clean, Value)라는 맥도날드의 기본철학을 강조하며 맥도날드 햄버거에 대한 불신이 소비자의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실제로 맥도날드는 고객들에게 높은 품질의 믿을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엄격한 품질관리시스템을 운영한다. 맥도날드 직원들은 삼십분마다 20초씩 손을 씻고 엄격한 식품안전 가이드라인에 따라 식재료별로 다른 장갑을 낀다.

주방 공개를 통해 소비자의 믿음을

맥도날드는 품질관리 시스템을 알리고 소비자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난 6월부터 ‘엄마가 놀랐다’라는 퀄리티 캠페인을 시작했다. 캠페인은 비디오 시리즈를 통해 엄격히 관리되는 식재료와 매장을 공개하고 식재료 원산지와조리과정 등 어머니 고객들이 품었던 질문에 답한다. 소비자는 비디오를 통해 맥도날드가 호주·뉴질랜드산 순쇠고기 패티를 소금과 후추만으로 조리한다는 것과 고객 주문이 들어옴과 동시에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다는 것 등을 알 수 있다.

맥도날드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난 10월 전국 250개 매장에서 고객들이 매장의 식재료 관리 시스템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내셔널 오픈 키친 데이(National Open Kitchen Day)’를 열었다. 어린 자녀를 둔 주부부터 대학생, 중년고객까지 다양한 연령대 소비자가 행사에 참여했다. 맥도날드는 매장투어에서 매장의 주방을 완전히 공개하며 엄격한 조리 절차와 위생적 식품 저장환경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참가자들은 만족도 관련 설문조사에서 10점 만점에 9.1점을 주며 호응했다. 

 ▲ 향료전문가 최낙언씨는 맥도날드가 가져오는 위험과 효능을 소비자들이 과장되게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이대용

맥도날드가 다양한 캠페인으로 식품에 대한 소비자 오해를 풀고자 한다면, 향료연구가 최낙언(48)씨는 그 오해 또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그는 영화 <슈퍼 사이즈 미>를 언급하며 영양학적으로 완벽한 음식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햄버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햄버거를 ‘많이’ 섭취하는 게 문제라는 주장이다. 그는 음식을 선택할 때 어떤 식품첨가물을 사용했는지를 따져보기 전에 얼마만큼 먹을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햄버거 예와 마찬가지로 섭취한 식품 자체보다는 섭취한 총량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식품첨가물은 죄가 없다

그는 또 ‘식품첨가물이 저렴하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쓰인다’는 오해를 지적했다. 합성품은 가격이 비싸 소량으로 제 기능을 할 경우에만 사용돼서 식품용으로 대량 사용되는 원료는 합성물보다 저렴한 천연물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천연물로 만든 식품첨가물도 함부로 사용할 만큼 가격이 낮지 않다는 점을 덧붙였다. 또한 식품첨가물 허용량이 동물실험 결과 전혀 독성을 나타내지 않는 양의 1/100 수준까지만 첨가물 사용이 허용돼 몸에 해롭지 않은 정도로 엄격히 관리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식품첨가물이 식품 성분 중에서 특별한 기능을 하는 물질을 찾아내서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이라며 우리가 정작 모르고 있는 것은 식품 성분의 위해성이 아니라 우리 몸이라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알려는 노력보다 특정식품의 효능과 불안의 과장에 얽매여 있다면서 맛에 이끌려 과식한 것 때문에 우리 몸에 생긴 문제를 다른 곳에서 찾는다고 말했다.

불량식품보다 불량지식이 문제

강연자가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식품을 과학으로 이해하고 문화로 소비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식품을 이해할 때는 ‘유기농’, ‘국내산’ 같은 문화적 요소를 강조하지만 소비할 때는 비타민, 칼슘 등 과학을 말한다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식에 대한 무의미한 성분분석보다 음식이 우리 사회에서 소통과 문화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소비자가 되길 주문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도 과하게 먹으면 탈이 난다. 시력회복과 야맹증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비타민A는 과다 섭취하면 간 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 뼈를 강하게 해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비타민D는 과다 섭취하면 구토, 설사, 메스꺼움 등을 유발한다. 패스트푸드 역시 마찬가지다. 과하게 먹으니 살이 찌고 각종 병에 걸린다.

우리가 먹는 식품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방향이 한 쪽으로만 쏠릴 경우 정작 중요한 것은 외면하게 된다. 섭취한 식품의 총량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최낙언씨 말처럼 온갖 질병의 원인을 한 식품에 돌리기보다는 뭐든 적당히 먹는 식습관이 필요하다. ‘슈퍼’ 많이 먹는다면 ‘슈퍼 사이즈’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 식품기자포럼에 참여한 청중들이 엘린저 대표의 강연을 듣고 있다. ⓒ 이대용

이날 식품기자포럼에 참석한 기자들은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한 참가자는 미국과 다른 한국맥도날드의 영양정보공개 방침에 의문을 표했다. 이에 엘린저 대표는 “영양정보공개가 복잡해 미국과 한국에서 똑같이 진행하기는 어렵다”며 “제품과 재료의 투명성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어떤 참가자는 식품첨가물이 무해하다고 주장한 최낙언 향료전문가와 과연 식품첨가물과 천연물이 동등하게 비교될 수 있는가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오랜 기간 쌓여온 불신이 한 순간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실험이나 언론보도를 통해 부작용이 드러난 패스트푸드나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식품첨가물을 의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다만 불신을 상식으로 생각하기 전에 과연 이 불신이 객관적 사실 위에 만들어진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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