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 해외배낭여행에 억대 예산 지출 청주시는 장기근속자연수에 억대 지출

지방자치단체의 외유성 해외연수가 지탄의 대상이 된지 오래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 제천시의 경우 2013년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모두 48명의 소속 공무원이 배낭여행(체험연수) 명목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여기엔 한 명당 평균 2백 50만원씩 모두 1억 2천만 원의 혈세가 투입됐다. 지난해 42명에 8천 4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된데 비해 인원은 12%, 예산은 43%나 증가했다. 2010년 45명, 2011년 44명 등으로 미세하게나마 줄어들다가 올 들어 다시 크게 늘어났다. 배낭여행에 한 해 동안 1억 넘은 예산을 쓴 충북지역의 자치단체는 광역과 기초단체를 통틀어 제천시가 유일하다.

이 같은 사실은 단비뉴스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충북지역 각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국외여행 현황자료를 입수해서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충청북도 관내 13곳의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2013년에 소속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해외 배낭여행을 보내준 곳은 모두 10곳이다. 이 가운데 제천시를 비롯해 단양군(2012년 34명에 4천 150만원→2013년 36명에 4천 430만원), 보은군(22명에 3천 734만원→20명에 4천 850만원), 증평군(15명에 2천 250만원→17명에 2천 550만원), 충주(11명에 2천 200만원→27명에 4천 800만원), 괴산(0명→18명에 3천 491만원), 충북도(30명에 4천 500만원→40명 5천 983만원) 등 7개 자치단체가 2012년보다 올해 배낭여행 예산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지역 전체 지자체의 올 1월부터 11월까지 공무원 해외배낭여행 예산은 모두 4억 7725만원으로 2012년 4억 7151만원을 이미 초과했다. 

 

▲ 배낭여행은 제천시, 장기근속자 해외연수는 청주시가 단일 시군에서 가장 많이 보내는 것을 알수있다. ⓒ 박병일

문제는 공무원의 외유성 해외여행이 배낭여행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비뉴스가 충북지역 자치단체의 공무원국외여행관리대장을 분석해보니 2013년 1월부터 11월말 현재 모두 1907명이 국외여행을 다녀왔고, 예산은 41억 5417만원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는 배낭여행이외에도 외유성으로 분류할 수 있는 해외여행 유형이 더 있었다. 바로 장기근속자 해외연수와 중견간부(리더) 양성과정 등이다.

 

장기근속자 해외연수의 경우 충북지역 6곳의 자치단체가 2013년(11월 말 현재) 모두 28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관련 예산은 4억 1145만원이 소요됐다. 특히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장기근속자 해외연수는 2010년도에 충북에서는 청주시가 유일하게 실시했으나 그 이후 한두 곳씩 늘어나기 시작해 2013년은 보은군, 음성군, 증평군, 괴산군 등 5개 시군으로 늘어났다. 청주시의 경우 올해 장기근속자 연수에 1억원, 2012년에는 1억 4708만원을 사용해 충북의 기초단체 가운데서는 장기근속자 해외연수라는 명목으로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견간부(리더) 양성과정의 경우 충북지역 12개 지자체가 2013년(11월 말 현재) 모두 2억 7062만원의 예산을 들였다. 지난해 2억 9902만원과 비슷한 규모다. 기초단체 중에는 청주시가 6명에 2천 823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충주시가 5명에 2천 352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중견간부(리더) 양성과정은 말 그대로 간부 공무원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연수 프로그램이 돼야 한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일반 배낭여행과 다를 바 없었다. 단비뉴스가 충북자치연수원의 ‘중견간부양성과정 해외연수(2013.9.30.~2013.10.11)’ 관련 공무국외여행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12일 동안 유관기관 방문은 4차례에 불과했다. 일정 대부분은 두바이, 터키, 그리스, 불가리아의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으로 짜여졌다. 실제 전체 보고서 32쪽 가운데 4쪽만이 방문 기관에 대한 설명이었다. 충북지역 각 지자체 공무원 17명이 참가한 이 해외연수 프로그램의 1인당 소요 예산은 무려 460만 가량이었다.

특히 이 ‘중견간부양성과정 해외연수’는 공교롭게도 음성군이 2013년 10월 3일부터 10월 11일까지 실시한 ‘해외배낭연수’와 일정이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바이에서 쥬메이라 비치, 버즈칼리파를 둘러보고 터키로 이동해 카파도키아에서 데린구유와 우치사르를, 파묵칼레에서 히에라폴리스와 석회봉을, 에페소스에서 신전을 관광하는 경로가 거의 비슷했다. 해외배낭여행, 중견간부양성과정 등 이름은 달리하지만 그 내용은 별 차별성 없이 유명 관광지를 순례하는 것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 외유성 해외 출장을 보내고 있는 공무원들 ⓒ 안전행정부 국외출장 연수정보시스템

이처럼 공무원들의 외유성 해외 출장으로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데다 사후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비뉴스가 국외출장 연수정보시스템(http://btis.mospa.go.kr/)에서 2013년 충북지역 지자체 공무국외여행보고서를 검색한 결과 442건이 확인됐다. 이는 충북 전체 국외여행 건수의 23% 가량에 불과한 수치다. 청주시, 충주시, 청원군의 경우는 단 한 건도 검색되지 않았다. 공무국외여행 규정에는 ‘제출받은 공무국외여행보고서는 안전행정부에서 구축한 정보유통망에 등록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해외 선진문화를 배우겠다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실제 일정이 주로 단순 관광으로 채워진다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피하긴 힘들 것이다. 더구나 귀국 후 연수 보고서조차 제대로 관리, 공유되지 않는다면 공무원 해외연수의 타상성과 적절성은 더욱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충청북도의 2013년도 재정자립도는 34.2%에 불과하다. 전국의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 51.1%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공무원들의 사기 진작도 중요하지만 그 방법이 꼭 해외여행이 돼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이효윤 정책국장은 “공무원 해외 연수는 내부에서 심의가 이뤄지다 보니 관광이 주를 이루는지 여부 등은 외부에서 알기 어렵다. 포상으로 해외연수를 보내는 것도 결국 세금으로 보내는 만큼 시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목적성이 있어야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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