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단비뉴스>는 ‘2013 대한민국 노인보고서’ 시리즈를 마치면서 종합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복지전문가인 주은선(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인터뷰했다. 주 교수는 서울대에서 사회복지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연금개혁과 복지국가 설계 등을 주제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해왔다. 특히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한 후 각종 포럼이나 방송토론, 신문칼럼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주 교수는 <단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노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국가가 지원하고 다양한 돌봄서비스를 통해 사회적 고립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노인의 빈곤율과 자살률이 OECD회원국 중 1위를 기록할 만큼 노년층의 가난과 절망이 심각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에서 노인실태조사를 하면 가장 힘든 문제 1,2위가 ‘경제적 어려움’과 ‘의료 및 건강상의 애로’라는 답이 나온다. 그런 면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문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건강, 의료도 다 돈이 들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자살도 경제적 어려움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왜 특히 노인의 빈곤과 자살이 심각한가. 우리나라는 조세와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부의 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근로시기 동안 근로소득 자체, 즉 시장에서 이뤄져야 하는 재분배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노인들은 고도성장기에 일을 하셨던 분들인데 적절한 분배를 통해 노후를 대비할만한 여건이 안 됐다는 것, 그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노후소득보장제도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미비하다는 것이다. 가령 우리나라 국민연금제도가 88년도에 시작되긴 했는데, 현재 노인들의 30% 정도만 연금급여를 받고 나머지 70%는 못 받고 있다.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들의 급여수준도 낮다. 2007년에 연금급여를 삭감해서 40년 가입시 소득대체율이 60%에서 40%로 떨어지도록 되어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실질 소득대체율이 20%대 초반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인터뷰 중인 주은선 교수 ⓒ 안형준

-독거노인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이들 중 상당수는 빈곤층이다. 혼자 사는 노인이 늘어나는 것은 고령화와 가족형태 변화 등에 따른 불가피한 흐름인가? 고령화가 먼저 진전된 다른 사회와 비교하면 어떤가.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흐름인 것 같다. (단독가구의 증가는) 노인기(期)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아동기 빼고는 전 연령대에 걸쳐서 나타나는 변화가 아닌가 싶다. 결혼도 줄어들고,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사람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노인이 혼자 산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혼자 살면서 고립되는 건 문제다. 

복지시스템이 잘 돼 있는 스웨덴의 경우, 오래 전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시설에 입주시켜 돌보다가 나중에는 자기 집에 거주하면서 지역사회의 서비스를 받는 ‘재가복지’를 활성화했다. 혼자 사는 노인의 고립을 막기 위해 (노인들이 모여 사는) ‘그룹홈’을 운영하기도 하고 ‘서비스아파트먼트’라고 해서 노인들에게 필요한 의료나 물리치료시설, 식당 등을 1, 2층에 모아놓은 아파트 같은 것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요양보험제도에서도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집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그때의 서비스는 주로 ‘요양’과 관련된 것이다. 반면 스웨덴의 경우 집에서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데까지 포괄적인 도움을 준다. 장보기, 요리, 청소, 빨래, 눈치우기 등도 들어가 있다. 이런 서비스를 직업의 안정성이 높은 지방정부 공무원들이 제공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시절에 ‘모든 노인에게 기초노령연금 20만원 지급’을 약속했다가 취임 후엔 ‘소득하위 70%에게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지급’을 결정해 논란이 있었다. 노년층의 생활안정과 건전재정의 균형을 고려할 때 우리의 노령연금제도는 어떻게 개선돼야 하나. 

"기본적으로 우리의 국민연금급여수준이 낮고 앞으로 더 낮아지게 돼 있기 때문에 이런 상태에서는 기초연금을 가지고 어떻게 활용해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우선 국민연금의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을 높여주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할 것 같다.

(국민연금을 포함한)노후소득보장제도의 실질 소득대체율이 적어도 50% 가까이는 돼야 하지 않나 싶다. 250만 원을 벌었던 사람은 125만 원을 받는 식으로, 자기가 근로시기에 벌었던 평균소득의 절반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 정도를 목표로 한다면 기초연금급여수준이 국민연금급여수준을 보충하는 역할을 어느 정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추가적인 뭔가를 도입할 여지가 생긴다. 일단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해서 커버하는 대상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거기서 벗어나는 노인들의 경우에는 추가적인 소득보충을 할 수 있다. 캐나다가 이런 구조다. 보편적인 기초연금이 있고 그 위에 소득비례 연금이 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과 같은. 이걸 통해서 노인들의 소득이 어느 정도 보장되지만, 빈곤한 노인의 경우 이 두 가지 이외에도 저소득노인에게 보완적으로 소득 보장을 하는 연금제도가 붙어 있다. 이 정도로 가는 게 적절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한다면 전체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현재 수준의 국민연금을 각자의 기여에 따라 받게 하는 것이 골격이다. 여기에 국민연금 수입이 없는 빈곤노인을 대상으로 부가적인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다."

▲ 주은선 교수의 주요 저서 <연금개혁의 정치> ⓒ 도서출판 한울

-연금제도 등을 통해 노후소득을 보장하려면 국가재정에 많은 부담이 생길 수 있지 않나. 

"우리의 노령연금 개선에 관해서 많은 사람들이 재정 이야기를 한다. 국내총생산(GDP) 중 몇 퍼센트(%)를 공적인 노후소득보장제도를 위해 쓸 거냐, 즉 사회에서 창출되는 부의 얼마만큼을 노인들을 위한 공적소득보장장치에 쓸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GDP대비 1% 조금 넘게 쓰고 있는 걸로 나오는데 이건 부끄러운 수준이다. 노령화가 많이 진전이 된 경우 사실 돈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많은 나라들이 연금재정 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할 때 GDP의 10~15% 선에서 그 얘기를 한다. 보통 10% 선에서의 억제를 많이 이야기 하는데, 우리나라도 미래 연금재정지출의 1차적인 목표를 GDP의 10% 수준으로 잡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국민연금은 연금 보험료와 이를 통해 조성된 연기금으로, 기초연금은 조세를 통해 조달하는 방법으로 비율을 늘려갈 방법을 고민할 수 있겠다."

-독거노인이 고독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시대를 맞은 일본에서는 고독사도 먼저 문제가 됐는데, 스웨덴 등 서구 선진국에서도 고독사가 사회문제가 된 일이 있나. 있다면 우리가 참고할 만한 그들의 대책은. 

"내가 아는 스웨덴은, 적어도 2000년대 이후에 그런 게 이슈가 됐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이런 일 자체가 없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일단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경우에는 지원 시스템이 굉장히 잘 갖춰져 있다. 그래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이 혼자 사는 경우에는 여러 사람이 빈틈없이 방문해서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고독사하긴 힘들 거 같다."

-노인들의 고독사를 막고 독거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공동주거, 마을공동체, 노인돌보미 등 다양한 대책이 지자체 등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런 대책들을 어떻게 평가하며,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의미 있는 대안들이다. 노인뿐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공공의, 즉 정부의 1차적인 책임이라는 의식을 바탕으로 제도를 추진하면 좋을 것이라고 본다. 민간에게 떠맡기는 식 말고. 시민단체 등 민간에서 이런 노력을 하더라도 1차적인 책임주체가 정부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노인들의 생활비에서 가장 부담스런 지출이 의료비라고 한다. 농촌노인들은 의료시설이 너무 멀리 있어 불편이 크다고 호소한다. 이런 부담과 불편은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의료서비스는 민간이 주가 되고 있다. 그러나 노인의료에 대해서는 민간에 맡기는 대신 공공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한다. 공공보건의료시스템을 확충하는 방법으로 대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보건지소를 늘려야 할지 아니면 다른 어떤 방식이 될지 구체적인 얘기를 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이 부분은 공공의료서비스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도별로 공공병원들이 있는데 노인들이 그곳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통 등) 부가서비스가 지원돼야 할 것 같다."

-치매노인 등을 수용하는 상당수 노인요양시설이 제대로 된 설비와 의료진을 갖추지 못하거나 환자서비스와 관리 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갈수록 이런 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텐데 어떤 대안이 추진되어야 할까.   

"노인요양시설 같은 경우 많이 늘어나긴 했는데 ‘가족사업’으로 많이 하기도 한다.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분들도 있지만 영리를 우선해 접근하는 분들, 예를 들면 노인요양보험에서 돈을 받으면서 서비스를 제대로 안 해주고 규모에 부적합한 인원으로 환자를 돌보게 하거나, 식사의 질, 요양보호사의 낮은 임금 등 이상한 곳에서 돈을 남기는 사람들도 있다.

또 영세한 민간이 하다보면 상당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설비 등의 부분은 소홀히 하기 쉽다. 정부 등 공공부문이 시설운영자로서 직접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반대로 재벌이 나서서 S노인요양원이나, H노인요양원, C노인요양원 같은 이름으로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면 그곳의 품질은 보장된다는 인식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엔 계층간 이용할 수 있는 요양시설의 격차가 커질 수 있다. 

전체 시장에서 서비스의 질이나 투명성 등 기준을 만족시키는 공급자가 적어도 20~30% 이상은 돼야 전체적으로 수준이 올라간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역할을 국가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설비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등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전체 시설의 20~30%는 이런 공공시설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 공공 노인요양시설은 1~2%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인터뷰 중인 주은선 교수 ⓒ 안형준

-퇴직 후에도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노인들이 많은 반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는 경비원, 세차원 등 기존 경력과 무관한 저임금 직종인 경우가 많다.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노인들이 적절한 생산활동을 지속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부담도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공식적인 은퇴연령을 늦추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차적인 일에서 은퇴한 후 2차적으로 들어가는 일자리의 질이 낮아지는 게 문제인데, 그러면 1차적인 일자리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적절하다. 정년을 연장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임금피크제 얘기도 나오는데, 임금피크제를 하는 경우 노동시간을 줄일지 말지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힘을 생각하면 어려운 문제다. 

지금 정부에서 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은 문제가 많은 것 같다. 사업 자체가 보장하는 임금수준도 너무 낮다. 임금이 한 30~40만원 되는 경우도 있어서 임금으로 보기보다 (정부의) 실적용으로 해석될 때도 있다. 노인일자리 사업을 하려면 임금수준이나 생산적인 성과를 내는 방법 등에 관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최근 정년연장이나 노령연금증액 등의 논의에 대해 청년층 일자리 감소나 연금불입부담 증가 등 ‘세대갈등’으로 접근하는 시각도 있다. 이런 세대갈등론은 어떻게 봐야할까.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이 80년대에 높은 청년실업률 때문에 노인의 조기은퇴를 촉진한 적이 있다. 돈을 많이 주고 은퇴시키면서 연금도 크게 깎지 않았다. 하지만 평가는 좋지 않다. 조기은퇴의 결과가 청년들의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년뿐 아니라 전반적인 고용률 확대를 목적으로 한다면 정년 단축보다 노동시간 단축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세계 최장 근로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을 줄이고 정년은 늘리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만일 노인세대가 일찍 은퇴한다면 청년들이 다 부양할 건가. 그보다는 각 세대가 독립적으로 잘 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에스핑 엔더슨은 <미완의 혁명(Incomplete Revolution)>이란 책에서 ”세대간 부양의무가 적을수록 서로 더 빈번하게 돌본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부양’과 ‘돌보는 것’을 분리시켜야 한다. 청년들의 경제적 독립과 마찬가지로 노인들의 경제적 독립도 가능하게 하면서 서로 더 자주 방문하고 돌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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