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만능사회의 체육과외 ① 학교에선 못 해요

입시학원이 학교교육을 대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국 사회. 최근에는 '수행평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 등의 이유로 체육까지 과외를 하는 초중고생이 늘고 있다. 스포츠 기본기를 다지지 못한 채 해외로 간 조기유학생들도 방학 특강을 받으러 온다는 국내 체육과외의 현장을 청년기자들이 찾아갔다.(편집자)

부산 해운대구의 한 중학교 2학년인 이모(14)군은 2단 줄넘기, 농구 드리블(공 몰기), 멀리 뛰기 등 체육과목 수행평가 종목에 따라 ‘맞춤식 과외’를 2년째 받고 있다. 다른 과목들 성적은 최상위권인데 체육 실기가 약한 것을 걱정한 어머니가 체육대학 출신 김모(28)씨에게 특별지도를 요청했다. 이군은 학교수업이 끝난 후 영어, 수학, 컴퓨터 등 이른바 ‘학원 뺑뺑이’를 돌다가 밤 10시가 돼서야 체육 과외를 받는다.

▲ 서울의 한 체육학원에서 초등학생들이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농구 드리블 연습을 하고 있다. ⓒ 이슬비

교습비는 주 2회 각 30분 수업에 월 25만원. 적지 않은 돈이지만 이군의 어머니는 “투자한 만큼 성적이 오르니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이군을 가르치는 강사 김씨는 “학교 체육수업만으로는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개인지도를 부탁한다”며 “체대 동기들도 중학생 체육 과외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선 운동기구와 시설 사용도 어려워 

경남 창원시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노모(19∙ 여·대학생)양도 중고교시절 4년 정도 체육 수행평가가 있을 때 마다 학원을 찾아 ‘단기 과외’를 받았다고 말했다. 특목고를 목표로 공부하던 중학교 때는 체육 성적 때문에 입시에 불리해질까 봐 뜀틀, 허들, 물구나무서기부터 배드민턴, 농구까지 모두 학원에서 배우고 시험을 쳤다고 한다.

“처음부터 체육학원을 찾았던 것은 아니에요. 물구나무서기 시험을 보는 경우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찾아 자세를 배우거나 체육을 잘 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학교에서 시설물 관리를 이유로 체육시간 외에는 허들이나 뜀틀 같은 운동 기구를 창고에서 꺼내지 못하게 하고, 실내체육관도 개방해주지 않아 개인적으로 연습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노양은 기구사용도 자유롭고 강사가 개인지도도 해주는 학원을 찾아 필요할 때마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2~3시간씩 연습했다고 한다. 노양의 어머니는 “2주에 30만원이라는 과외비가 부담스러웠지만, 학교가 할 수 없는 부분을 학원이 대신해주니 오히려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실제로 체육성적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 체육학원에서 수업을 시작하기 전 몸풀기를 하는 모습 ⓒ 이슬비

체육전문학원을 찾는 것은 중고생 뿐 만이 아니다. 서울 성북구 J체육학원의 경우 50여명의 초등생이 방과 후 농구 교실을 찾아온다. 농구를 잘 하고 싶은데 학교에서는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어 학원을 찾는 어린이도 있고, 중장기적으로 학교의 체육 실기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참가하는 어린이도 있다. 이 학원의 김모(46)원장은 “요즘 초등생은 방과 후에 따로 체육 과외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서울에 우리 같은 체육학원이 셀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김해시에서 농구교실을 운영하는 배인호 코치도 “(농구교실에 다니는) 중학생만 30명 정도고, 초등생까지 합하면 150명쯤 된다”고 말했다.

학급당 학생이 30명을 넘는 학교와 달리, 체육전문학원은 보통 10명 이내 그룹 당 체대출신 코치 1명과 보조교사 1명이 투입돼 학생 개인별로 세밀한 지도를 해 준다. J학원의 김 원장은 “몸 풀기 단계에서는 발 바꿔 뛰기 등 기초운동을 충분히 하고, 자칫 지겨울 수 있는 농구 드리블이나 패스 연습 때는 두 개 조로 나눠 시합을 시키는 등 흥미로운 수업이 되도록 신경 쓴다”고 말했다. 이렇게 그룹지도를 받는 경우 일반적인 수강료는 주1회 수업기준 월 10만원 안팎이어서 학부모들도 크게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다고 학원관계자들은 말했다.

▲ 수강생 10명을 두 팀으로 나눠 20분짜리 미니게임을 펼치고 있다. ⓒ 이슬비

축구공만 던져주는 학교, 세심하게 지도하는 학원

지난 8일 저녁 8시쯤 서울 성북구 J체육학원에서 드리블, 패스 등 농구 기본기를 배우던 초등학생 이모(12)군은 “학교에서는 이런 기초훈련을 안 해 주는데, (학원에서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잘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이어진 실전 농구게임에서 코치들이 규칙을 하나하나 설명하며 경기를 진행하자 다른 수강생 김모(12)군도 “학교보다 훨씬 재밌다”며 활짝 웃었다. 배인호 코치의 농구교실에 3년째 다니고 있는 중학생 이모(13)군도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 기본기와 경기요령을 세세하게 배워서 농구실력도 빨리 늘었고 학교 스포츠클럽에서도 활약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경남 김해시의 한 공립중학교에 다니는 이모(13)군은 “체육시간에 선생님이 ‘너희끼리 축구해라’ 하고 공을 던져주시고는 교무실에 들어가시는 경우도 있다”며 “수행평가가 있을 때 외에는 대부분 축구를 하며 체육시간을 보내는데, 다른 종목도 배우고 경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계속)


 * 이 기사는 KBS와 단비뉴스의 공동기획 '청년기자가 간다' 시리즈로 <KBS뉴스> 홈페이지와 <단비뉴스>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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