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의 저작권특강 <8>

▲ 김기태 세명대 교수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1차적인 목적이 있지만,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통해 문화와 관련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공공성’ 또한 배려하고 있습니다. 법에 따라 보호되는 저작물은 보호기간이 지나지 않은 이상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함부로 이용할 수 없는 게 원칙이지만, 저작권 역시 다른 사권(私權)과 마찬가지로 일정 부분에 있어서는 공익적 차원의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뜻입니다.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저작자의 개인적 이익과 사회의 공공적 이익을 조화시키기 위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저작재산권을 제한하면서 저작물의 자유 이용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을 외국에서는 ‘공정이용’(fair use)이라고 합니다.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다음과 같이 모두 14개 조에 걸쳐 저작재산권을 제한하는 유형들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23조 재판절차 등에서의 복제
제24조 정치적 연설 등의 이용
제25조 학교교육목적 등에의 이용
제26조 시사보도를 위한 이용
제27조 시사적인 기사 및 논설의 복제 등
제28조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제29조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공연·방송
제30조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
제31조 도서관 등에서의 복제 등
제32조 시험문제로서의 복제
제33조 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복제 등
제34조 방송사업자의 일시적 녹음·녹화
제35조 미술저작물 등의 전시 또는 복제
제36조 번역 등에 의한 이용

이 중에서 저널리즘 영역과 관련 있는 부분을 살펴보면 먼저 ‘정치적 연설 등의 이용’을 들 수 있습니다. 공개한 법정ㆍ국회 또는 지방의회에서 행한 연설, 공개적으로 행한 정치적 연설을 시사보도에 이용하는 것은 저작재산권 침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 ‘시사보도를 위한 이용’과 관련해 예를 들면, 어느 화랑에 전시 중이던 유명화가의 그림이 도난당했다면  사건을 널리 알리기 위해 도난당한 그림을 텔레비전 뉴스 화면으로 방송하거나 신문 또는 잡지에 사진으로 싣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하겠죠. 또 유명 정치인의 동정에 관한 보도를 하면서 그가 움직이는 화면이나 사진 속에 누군가의 그림이나 기타 저작물이 함께 찍혀 나오는 경우도 문제 삼을 수 없습니다. 음악회에 관한 보도를 하는 과정에서 노래나 연주곡이 들리는 경우 등도 시사보도를 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저작재산권 침해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정치적 연설 등의 이용’에서 공개적으로 행한 정치적 연설, 법정ㆍ국회 또는 지방의회에서 공개적으로 행한 진술이라 하더라도 “동일한 저작자의 연설이나 진술을 편집하여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조항을 두고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이는 베른협약에서 “재판 절차에서의 진술 및 정치적 연설 등의 저작자는 편집저작물을 작성할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한 데 따른 것입니다. 예를 들어, YTN의 시사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돌발영상>은 영향력 있는 인물들의 소소한 발언이나 행동을 집중적으로 모아 풍자 형식으로 편집해서 방송하고 있는데, 이것은 자칫하면 해당 인물(정치인 등)의 저작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인물의 정치적 연설을 편집해서 이용하려면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을 비교하는 형식을 취하거나, 편집하지 말고 통째로 이용하는 것이 저작재산권 침해로부터 자유로운 이용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 이처럼 저작재산권을 제한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저작물 이용의 성질로 보아 저작재산권이 미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
둘째, 공익적인 측면에서 저작재산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
셋째, 다른 권리와의 형평을 위해 저작재산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 것.
넷째, 사회적 관행처럼 이미 행해지고 있으며, 저작재산권을 제한해도 저작재산권자의 경제적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것.

이런 이유들을 한 마디로 종합하면 결국 그 저작물이 문화적 소산이므로 이를 공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취지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저작재산권의 제한사항은 어디까지나 재산적인 권리에만 미칠 뿐, 공표권ㆍ성명표시권ㆍ동일성유지권으로 요약되는 ‘저작인격권’에까지 미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시사보도를 할 때 ‘인용’이 허용된 타사의 기사를 가져다 쓸 수는 있지만, 해당 기사를 취재한 기자 성명과 해당 언론의 제호 및 발행일을 밝혀야 하며, 기사의 내용을 임의로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저작재산권의 제한규정에 해당하는 이용이라 하더라도 이용자들은 ‘공표된 저작물’을 대상으로 삼아야 하며, 저작물에 표시되어 있는 저작자의 실명 혹은 이명을 반드시 명시해 주어야 하고, 나아가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서 내용을 함부로 변형시켜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합니다.

김기태 / 세명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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