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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쇼와 ‘택시’가 만났을 때
[TV를 보니〕6년째 잘 달리는 tvN '현장 토크쇼 택시'
2013년 11월 12일 (화) 15:39:53 박병일 기자 cascadeone@naver.com

택시는 편안함을 제공한다. 가만히 있어도 나를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 운전이라는 수고도 필요 없다. 버스나 지하철과 달리 멈추지 않고 단번에 간다. 어쩌다 택시를 타고 뒷자리에 앉으면 모든 긴장이 풀린다. 택시기사와 부담 없이 수다를 나누다 보면 스트레스가 덜어지기도 한다. 택시라는 공간은 이처럼 친숙하고 편안하다.

   
 ▲  세트장을 떠난 <현장토크쇼 택시>. ⓒ tvN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토크쇼와 택시가 만난다면 어떨까. 방송사 세트라는 인위적인 공간이 아니라 익숙한 공간에서 나누는 대화. 매주 월요일 밤 8시 tvN에서 방송되는 <현장토크쇼 택시>(이하 택시)를 보면 대화가 이루어지는 무대를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택시>가 2007년 9월 첫 방송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편성되고 있는 것만 봐도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한 프로그램이라 볼 수 있다. 지난달 ‘이서진’ 편은 평균 시청률 1.7% (닐슨코리아, 케이블 가입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최고시청률을 갱신했다. 4일 방송된 김민교, 이종혁 편은 평균 0.9%, 분 단위 최고 시청률 1.3%를 기록했다.

말하기 어려운 얘기도 택시 안에서 털어놔

<택시>가 시청자의 사랑을 꾸준히 받는 이유는 아무래도 택시라는 ‘공간’을 잘 활용한 때문이 아닐까. 일반적인 세트가 아닌 독특한 배경으로 눈길을 끈 토크 프로그램으로는 ‘찜질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KBS2의 <해피투게더3>, 출연자와 토크 내용에 맞춰 방송사 밖의 야외나 독특한 실내를 찾아다니는 SBS의 <힐링캠프>가 있다. 공간은 토크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힘이 있다. <해피투게더3>의 찜질방은 출연자들이 내숭 떨지 않고 무슨 이야기든 털어놓을 수 있게 만든다. <힐링캠프>의 확트인 자연 환경 속에선 아무래도 더 진솔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프로그램 전개에서 시청자를 확 끌어당기는 부분이 사실 <택시>에는 없다. 김민교 편도 그랬다. 그는 SNL에서 보여준 자신의 개인기로 분위기를 올린 다음 학창시절과 가족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리고 그와 대학동창인 이종혁이 프로그램 중반에 등장하면서 활력을 넣어주는 것이 이날 방송의 주요 흐름이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장면이나 설정은 없었다. 하지만 택시라는 공간속에서 부담 없이 나누는 이야기 자체가 은근히 재미있었다. 방송국이라는 공간을 벗어나 택시를 타고 가면서 진행자와 눈을 마주보지도 않고 운전기사와 얘기를 나누듯 앞만 보면서 대화하는 구조는 게스트가 편하게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  지난 4일 출연한 김민교와 이종혁은 20년 우정을 보여줬다. ⓒ tvN 갈무리

이날 김민교는 다른 곳에서는 꺼내기 어려웠을 법한 자신의 힘들었던 시절 얘기를 풀어놓았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청자는 택시를 탄 누군가의 대화를 엿듣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시청하게 된다. 덕분에 틀어놓으면 계속 보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굳이 집중하지 않아도, 머리를 쓰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계속 나온다. 자극적인 대화도 없다. 이런 매력 덕분에 시청자들이 <택시>를 꾸준히 보는 것은 아닐까?

독설 없이도 토크쇼가 가능하다는 것 입증

결국 <택시>의 강점은 편안함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겠다. <택시>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나 표현을 굳이 끌어들인다면 오히려 이 프로그램만의 매력은 사라질지 모른다. 게스트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거나 곤혹스럽게 만들어 시청률을 잡으려 든다면 오히려 다른 토크쇼와의 차별성도 사라지게 된다. 이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월요일 밤 8시와 12시는 ‘월요병’을 이겨낸 사람들이 집에 돌아와 쉬는 시간이다. 그 시간에 시청자는 다른 누군가의 인생이야기를 편안하게 들으며 머리를 식힐 수 있다.

자극적인 대사와 독설이 트렌드가 되어가는 요즘 <택시>의 꾸준한 흥행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케이블 채널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유지 된다는 사실이 더욱 흥미롭다. <택시>에서는 김구라가 굳이 독설을 쏟아내지 않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독설은 편안한 대화 분위기를 깰 위험이 있다. 6년 동안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는 <택시> 같은 프로그램이 ‘소리없이 강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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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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