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우수, 이주희

“바바바밥~ 바바바밥밥~” 수영선수 박태환이 춤을 춘다. 식탁에 앉더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한 숟갈 먹으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TV 광고에서 박태환은 ‘엄마가 지어주신 밥맛’이라며 복스럽게 먹는다. 실은 엄마가 지어준 밥이 아니라 전자레인지 버튼을 눌러 제조한 즉석밥이다.

요즘, 밥솥이 아무리 좋아졌다 해도 3분 만에 뚝딱 밥을 만들어내는 전자레인지의 속도를 당할 수는 없다. 1990년대 말 등장한 즉석밥은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정신에 맞아떨어져 급속히 시장을 넓혀갔다. 바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한 현대인에게 일회용 용기에 담긴 즉석밥은 편리하기 짝이 없는 ‘발명품’이었다. 자취생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많이 사는, 편의점의 효자상품이다. 실온 보관이 가능하고, 부패하지 않는 밥. 기업들은 합성보존료를 쓰지 않고, 저온 보관한 국내산 햅쌀로 ‘갓 지은 밥맛’을 내는 데도 성공했다.

문제는 즉석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릴 때 나오는 인체 유해물질, 곧 환경호르몬이다. 전문가들은 즉석밥 용기로 쓰이는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PE)은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환경호르몬 물질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단,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한 번만 돌렸다는 가정이 붙는다.

더 큰 문제는 쓰레기다. 용기에서 나오는 ‘환경 호르몬’은 걱정하면서, 쓰레기로 망가지는 ‘환경’은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 편의점에 가보면, 쓰레기통이 미어터진다. 즉석밥 용기, 컵라면 용기, 나무 젓가락, 플라스틱 숟가락 등 쓰레기가 넘쳐난다. 이 쓰레기는 다 어디로 가겠는가? 가격, 밥맛, 용기의 위험성은 생각하면서 버려지는 용기에 대해서는 ‘불가피한 쓰레기’라고 치부해버린다.

빨리 내 배만 채우고 보자는 이기심이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다. 제아무리 좋은 원료로 만든 편리한 즉석밥일지라도, 오래 뜸을 들여 묵직한 밥그릇에 담아 내놓는 전래의 밥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밥다운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저녁 시간을 자주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아무리 편리함을 추구하는 시대라 하더라도 즉석밥이 어머니의 거룩한 밥상에 오를 수는 없지 않을까? 편리함만 추구하다 보면 자원 낭비와 환경 오염, 그리고 ‘가족의 해체’라는 불편한 진실에 부닥치게 된다. 


* 제목은 수상작으로 발표한 것과 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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