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니] 상류층 하이틴 로맨스 담은 SBS ‘상속자들’

▲ 신데렐라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이틴 로맨스를 보여주고 있는 <상속자들>. ⓒSBS 화면 갈무리

‘카스트 제도’가 존재하는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 연출 강신효, 극본 김은숙)에 나오는 ‘제국고’에는 경영 상속집단, 주식 상속집단, 명예 상속집단 그리고 사회배려자 전형 입학자 간의 차이가 명백히 존재한다. 이곳에서 재벌 2세 김탄(이민호 분)과 가난한 여학생 차은상(박신혜 분)의 사랑이 시작된다. <상속자들>은 상류층 고등학생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며 하이틴 로맨스를 지향한다. 시청률은 10월 31일(수)과 11월1일(목) 방송분이 각각 12.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와 13.1%로 대체로 양호한 편이다.

고교 배경에 간지러운 대사로 이야기 풀어

<상속자들>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새로운 신데렐라 스토리를 보여준다. 경제적 능력에 따라 완벽하게 계급이 나눠진 사회에서 신데렐라인 차은상에게는 제국고 학생들이 모두 새엄마 새언니와 다름없다. 특히 김탄은 차은상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도와주는 완벽한 왕자님이다. 또 최영도(김우빈 분)와 윤찬영(강민혁 분) 등 다른 등장인물도 은상을 도와주거나 관심을 표현한다. 차은상은 나와 비슷한 혹은 못한 처지지만 판타지에 살고 있다. 이는 나도 차은상처럼 행운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지게 하여 시청자의 흥미를 끈다.

▲ 제국고 학생은 처음 본 전학생에게 '무슨 전형으로 전학 왔냐?'고 물으며 계급을 확인한다. ⓒSBS 화면 갈무리

신데렐라 스토리에 등장하는 특유의 간지러운 대사도 연일 화제가 될 만큼 시청자를 자극한다. 최영도는 편의점 앞 간이 테이블에서 자고 있는 차은상에게 “왜 이런데서 자냐, 지켜주고 싶게”라고 말한다. 차은상에게 호감을 느끼는 김탄은 “나 너 좋아해” 라고 고백하는 대신 “나 너 좋아하냐?”라고 묻는다. 그냥 내버려 둬 달라고 말하는 차은상에게 “그럼 지금부터 나 좋아해. 가능하면 진심으로”라고 당당하게 말하기도 한다. 보는 사람이 더 부끄러워지기도 하는 대사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며 시선을 뗄 수 없게 한다.

비현실적 설정이 몰입 방해

드라마의 주된 배경이 되는 제국고는 현실에 존재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공간이다. 돈이든 명예든 누가 봐도 최고인 사람만이 다닐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제국고 학생들은 툭하면 주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의 신분이 남보다 높다는 점을 과시한다. 가상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고등학생이 하는 행동이라고 하기엔 너무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모습은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비현실성은 배우들의 모습에서도 나타난다. 인물이 모두 고등학생이라는 설정 때문이다. 배우들의 실제 나이는 고등학생 나이를 뛰어넘는 경우가 많다. 등장인물을 보면 고등학생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인물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교복을 입고 학교를 거니는 모습이 왠지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캐스팅에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교복보다 사복이 더 잘 어울리는 인물에게서는 고등학생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SBS 화면 갈무리

재벌가 왕자님과 가난한 신데렐라의 사랑이야기가 지겹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같은 이야기라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신데렐라 스토리라는 고전적인 이야기를 고등학생을 통해 풀어나가는 <상속자들>은 하이틴 로맨스라는 새로운 장르를 내세울 수 있을 만큼 분명 신선한 시도다. 로맨스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대사와 설정으로 시청자의 이목을 끌고 있는 <상속자들>의 남은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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