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아르바이트 ③ 다쳐도 호소할 곳 없는 막일꾼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는 하루에 여섯 명 꼴로 사망자가 나온다. 안전보건공단 집계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가 2114명이고 이 중 건설현장에서 사고로 희생된 사람이 절반을 넘는 1383명이다. 인구 대비 산재사망자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0여개 회원국 중 늘 3위 이내에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특히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원인 중 하나로 하청, 재하청이 이어지며 공사대금이 줄어드는 구조에서 비용을 아껴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내기 위해 공기를 무리하게 단축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을 지적한다.

공기 단축하려 쉴 틈 없이 작업 재촉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건설공사장에서 일하고 있는 대학 휴학생 연규완(23)씨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데 쉬는 시간 없이 일에 쫓기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연씨가 보조로 일하는 현장에서 3개월 이상 근무하는 인부들이 작성하는 근로계약서에는 점심시간 외에 오전과 오후 각 30분을 자유롭게 쉴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한다. 작업량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연씨와 함께 서울 강남구의 한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동현(33)씨는 휴식 시간에 사업주가 현장을 순찰하며 “일을 빨리 하라”고 재촉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하루 작업량이 대충 정해져 있는데, 그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 팀 전체가 ‘잘린다’고도 했다. 

“현장에서 말로는 ‘안전하게 일하라’고 하죠. 그런데 공사기간은 언제나 촉박해요.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해 안전벨트 준비하는 건 1분이면 되지만 그 시간조차 팀장 눈치를 봐야 해요. 인부들도 제 목숨 내놓고 싶어서 안전벨트 안하는 게 아니라 빨리 일하라는 독촉 때문에 습관이 된 겁니다.” 

▲ 충북 제천시의 한 건축 공사장. 안전 난간이 설치되지 않은 3층 높이의 가설물 위에서 인부들이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작업을 하고 있다. ⓒ 박다영

안전모와 안전벨트는 제공하지만 현장에서 다급하게 일하다 보면 이를 제대로 착용하고 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관리하는 현장에서는 안전요원이 현장을 순찰하며 감독하거나 매달 안전교육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도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고 이씨는 지적했다. 교육 내용이 안전벨트를 잘 매라, 햇볕에 오래 서있지 마라 등의 하나마나한 얘기들이라는 것이다. 음악활동을 하면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공사장 일을 하는 이씨는 며칠 전 조례시간에 “근로 환경이 열악하고 위험요소가 많으니 안전은 각자 지키라”고 훈계하는 소장의 말에 화가 났다고 한다.  

사고 나면 노동자 개인의 ‘안전불감증’ 탓으로 

“절대 개인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잖아요. 자동차 안전벨트 매기를 의무화하는 것처럼 정부나 업체가 나서서 규제해야죠. ‘일 하는 환경이 이 정도니 나머지는 알아서 챙겨’라는 말은 구조적 문제에는 손을 대지 않고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거죠.” 

▲ 충북 제천시의 7층짜리 상가 건물 신축 공사장. 안전 난간이 없이 비계(임시 가설물)가 설치돼 작업자들의 안전은 물론 보행자와 통행 차량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 ⓒ 박다영

여러 건설현장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이모(36)씨는 올해 초 한 대형상업시설 건축현장에서 감전사를 목격했다. 

“공사장 지하 보일러실 배수펌프가 멈췄어요. 물이 발목까지 차올랐는데 전기가 차단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전기 차단하는 게 우선인데, 사장은 인부들에게 당장 고무장화 신고 들어가서 (펌프를) 고치라고 했습니다. 결국 30대 초반의 한 인부가 들어갔다가 감전사 당했어요. 그런데도 사장은 개인이 안전을 소홀히 했다고 핑계를 댔고, 나중에 어떤 법적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또 허리 안전벨트 하나에 의지해서 높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작업이 있었는데, 아무도 안 하려하자 일당 1만원을 더 준다고 회유해 한 명을 올려 보냈다가 결국 사망사고가 난 경우도 봤다고 이씨는 말했다. 그런데 그 때도 모든 책임을 노동자 개인의 ‘안전불감증’ 탓으로 돌렸다는 것이다. 이씨는 특히 현장관리자들이 상황을 잘 모르는 아르바이트 학생들에게 위험한 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돈 벌려다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으니, 무리한 요구를 받을 땐 그냥 집에 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계속)


학비와 생활비 등의 경제적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짧은 기간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고위험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숙련 임시직인 '청년 알바'는 작업장 안전조치가 허술한 여러 산업현장에서 가장 쉽게 사고에 노출되고, 종종 목숨을 잃기까지 한다. 이처럼 위험한 아르바이트의 실태를 청년기자들이 생생한 현장체험과 심층취재를 통해 파헤치고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 이 기사는 KBS와 단비뉴스의 공동기획 '청년기자가 간다' 시리즈로 <KBS뉴스> 홈페이지와 <단비뉴스>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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