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에 호러 버무린 ‘주군의 태양’
[TV를 보니: 9.23~29]

▲ 호러를 바탕으로 새로운 로맨틱 코미디를 보여주고 있는 <주군의 태양> ⓒSBS 화면 갈무리

‘귀신’은 눈에 보이지 않은 채 우리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미지의 존재다. 그런 귀신이 ‘주군’과 ‘태양’을 만나면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에스비에스(SBS) 수목드라마 <주군의 태양>(연출 진혁, 극본 홍정은, 홍미란)은 로맨틱 코미디와 호러를 결합한 ‘로코믹호러’라는 장르를 표방하며 새로운 귀신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귀신을 직접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여자 주인공 ‘태양’(태공실, 공효진 분)과 귀신보다 돈을 더 무서워하는 남자 주인공 ‘주군’(주중원, 소지섭 분)이 보여주는 사랑이야기도 재미있다. 시청률도 높다. 동시간대 1위다. 지난 달 25일에는 18.4%, 26일에는 19.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다양한 귀신 통해 사회문제 다루기도

<주군의 태양>에 등장하는 귀신이 무섭지 않은 이유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어서다. 첫사랑 소녀를 기다리는 귀신부터 남편의 배신에 복수하고 싶은 귀신까지. 이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듣고 있노라면 귀신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연민의 대상이 된다. 귀신 이야기는 때때로 연민을 넘어 사회문제까지 담아낸다. 여자로 살고 싶었던 남자 귀신 이야기로 성적 소수자 문제를 다루고, 귀신에 씌운 인형 이야기를 통해 아동학대 문제를 짚기도 한다.

▲ <주군의 태양>은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귀신을 통해 보여준다. ⓒSBS 화면 갈무리

에피소드 형식으로 등장하는 다양한 귀신 이야기는 매회 기대감을 높이며 시청자의 흥미를 돋운다. 그러면서 극의 전체 흐름을 담당하는 주요 등장인물의 이야기에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가득하다. 주중원이 어린 시절 겪은 납치사건이나 태공실이 귀신을 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된 사연은 극 후반부를 향할 때까지 수많은 복선을 제시하며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러한 요소는 끊임없이 긴장감을 유발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며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익숙하고 편안한 로맨틱 코미디의 두 얼굴

<주군의 태양>은 ‘로맨틱 코미디’의 단골 흥행코드를 담고 있다. 재벌 남자와 가난하지만 캔디 같은 여자의 사랑 이야기는 진부한 고전적 설정이다. 이는 쇼핑몰 킹덤의 사장 주중원과 고시원 총무인 태공실을 통해 구현된다. 주중원이 위험에 빠진 태공실을 구하다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설정도 그동안 수많은 드라마에서 봤던 그대로다.

홍정은, 홍미라 작가는 전작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특정 어구를 반복하는 기법을 되풀이 하고 있다. <최고의 사랑>에서는 ‘극뽁(극복)’을 <환상의 커플>에서는 ‘꼬라지하고는(모양새하고는)’을 끊임없이 되뇌더니 <주군의 태양>에선 주중원이 습관처럼 ‘꺼져’라는 말을 내뱉는다. 앞서 만든 드라마에서 봤던 요소가 반복되면, 드라마의 분위기가 익숙하게 느껴지고 내용도 쉽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익숙함이 지나치면 지루함을 유발하기도 한다. <주군의 태양>이 전달하는 가슴 떨리는 설렘은 마치 밥을 먹는 일처럼 상투적인 느낌을 준다. 

▲ 차희주(한보름)와 쌍둥이 자매 차한나(황선희)의 비밀은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다. ⓒSBS 화면 갈무리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답습하면서 거기에 호러를 더했을 뿐인데도 <주군의 태양>은 시청자를 붙들어 두는 데 성공하고 있다. 지난 달 26일 방영분에서도 주중원 납치사건의 주요인물인 차희주(한보름)와 쌍둥이 자매 차한나(황선희)의 비밀이 하나 둘 드러나면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했다. 태공실과 똑같이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새로운 인물로 배우 이천희가 등장한 부분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상투적인 흥행코드를 차용해서 높은 시청률을 얻는 이런 드라마, 신선함이나 완성도 면에서 1% 부족한 채 높은 대중성을 얻는 이런 드라마를 어떻게 봐야 할까? TV드라마는 그저 쉽게 한번 즐기고 버리는 대중 상품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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