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다큐 2부] 사이, 유기농 펑크포크의 길을 가다

지난 14일 제천 중앙시장 옥상무대. 악기소리, 노랫소리가 떠들썩하다. 이날 저녁 열리는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의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 밴드를 만나기 위해 찾은 출연자 대기실. 사이 씨와 팀원들은 서로 떨어져 지낸 탓에 연습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긴장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툭툭 농담을 던지고 장난도 친다. 괴산에서는 못 봤던 얼굴도 있다. 밴드 멤버들이 하나같이 독특하다. 

사이 밴드가 리허설을 할 차례다. 표정을 보니 뭔가 석연치 않다. 이런 저런 의견들을 나눈다. 어쨌든 리허설은 그렇게 끝났다. 공연까지 남은 시간은 세 시간, 그들은 무대에서 내려와 시장으로 향한다. 장난도 쳐보고, 주전부리로 배도 채우고, 함께라면 언제나 즐거운 사이 밴드다.

웃고 즐기는 사이, 팀의 리더인 사이 씨는 슬슬 공연이 걱정되기 시작한 모양이다. 하지만 멤버들은 천하태평이다. 공연이 시작될 때까지 연습장이자 거리공연 무대로 택한 곳은 시장 옆 계단. 사람들은 가던 길을 잠시 멈췄다. 그들을 위해 열심히 노래를 부른다. 

오후 7시, 그룹 ‘유기농 멜랑꼴리’의 무대로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 본선이 시작됐다. 드디어 사이 밴드의 차례. 늘 그렇듯 편안하게 자신들만의 무대를 만들어 낸다. 각양각색, 실력 있는 팀들의 무대가 이어졌다.

시상식이 시작됐다. 긴장감이 감돈다. 모든 팀들이 뛰어난 기량을 보여줬기 때문에 우승자를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1등 사이 밴드!” 뿌듯하다. 그러나 일등을 했다는 것에 그리 감격하진 않는다. 일등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단지 음악이 좋아서 기타를 잡은 그였다. 어쨌든 올해 안에 좋은 음질의 앨범을 선물하겠다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흐뭇하다.  

많은 가수들이 자신의 음반 저작권을 지키려 한다. 엠피쓰리(MP3) 다운로드를 달갑지 않아 하고, 불법 복제를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사이는 다르다. 자신의 노래를 듣고 싶어 앨범을 사는 이들에겐 고마워하고, 돈이 없는 사람들에겐 그냥 불법복제해서 듣도록 권하기도 했다. 앨범 판매량? 음악가로서 유명세? 이런 것들은 그가 노래를 하는 이유에 포함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기에 그는 오늘도 ‘카주’를 입에 물고 ‘우크렐레’를 연주한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유기농 펑크포크 정신’의 핵심인지도 모른다.


■ 기획의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는 행사로 우승자에겐 기획사에 관계없이 음반 제작 기회를 주고 음악활동을 위한 여러 지원도 한다. 이 대회 우승팀인 ‘유발이의 소풍’이나 ‘제 8극장’은 이미 인디음악계에서는 알아주는 실력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대회에 참가한 여러 팀 중 ‘유기농 펑크포크’의 창시자라는 '사이'의 사연과 일상이 궁금했다. 그가 어떤 음악을 하고 있고, 무슨 꿈을 꾸는지 그의 음악 세계로 들어가 본다.

■ 시놉시스

‘일등’, ‘남들처럼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싫었다. 그래서 그는 2006년 겨울, 무작정 시골로 들어갔다. 경남 산청을 거쳐 충북 괴산. 그는 450만원으로 집을 만들고, 비닐하우스와 비료를 사용하지않는 유기농 농사도 지었다. 수확량은 늘 마을에서 꼴찌, 그래도 그러한 삶이 즐겁다. 
 
'슈퍼백수' '유기농펑크포크의 창시자' '얼굴근육가수' 등 여러 별명을 가지고 있는  ‘사이’. 시장 거리, 물 흐르는 계곡 등 그가 자리 잡는 곳은 어디든 연습실이 된다.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에서 일등하고 싶지 않냐”라는 질문에 그는 쉽게 답하지 못한다. 일등보다는 제대로 된 음반을 만들고 싶은 게 그의 유일한 꿈이다. 

■ 기획 : 김화영

■ 촬영 및 편집 : 이태희, 김화영

                
                        ▲ 김화영                                        ▲  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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