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자격심사 등 파동 겪은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그동안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지난해 4·11총선의 최대수혜자로 부상했다가 비례대표 부정경선 파문을 거치며 ‘진보 분열의 핵’으로 추락했다는 지적을 받는 통합진보당. 이 정당의 비례대표로 의회에 진출한 뒤 ‘종북’ 논란과 자격심사 파동에 휘말리며 시련의 세월을 보낸 김재연(34)의원은 지난달 30일과 5월 28일 두 차례에 걸친 <단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억울하게 낭비한 시간’을 안타까워했다.

'위대한 진출' 이후 부닥친 통진당의 위기

“저는 (북한 추종세력을 일컫는) ‘종북’이 아닙니다. 학생 때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활동도 하고 국보법(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전과가 있긴 하지만 제가 종북이라고 딱히 몰릴 이유가 없어요. 그런데도 종북, 간첩으로 낙인찍고 공격하더군요. 무서웠습니다.”

김 의원은 지난 2012년 통진당의 ‘위대한 진출’이라는 청년 비례대표 선발 프로그램에서 당원들의 선택을 받아 비례대표 3번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그 전에는 한국외국어대학교의 단과대 총학생회장, 민주노동당의 학생대표 등 ‘운동권 대학생’으로서 반값 등록금 운동 등에 적극 참여했다. 김 의원은 통진당의 부정경선 파문과 당내폭력 사태를 겪은 후 보수진영으로부터 ‘종북’, ‘빨갱이’ 등의 공격을 받았고 지난 3월에는 같은 당 이석기 의원과 함께 국회윤리위원회의 국회의원 자격심사에 회부되기도 했다. 당내 부정경선에 연루됐다는 이유인데, 김 의원 등은 ‘검찰 수사결과 무혐의로 나왔는데도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마녀사냥에 나선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국회는 아직 이 문제의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김재연 의원의 모습. ⓒ 최선우

“선배 의원들에게 많이 화나고 실망했습니다. 정치에선 힘이 없으면 받아들여야 하고 그게 맞는 거라고 하더군요. 젊으니까, 여자니까, 통진당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후배 정치인에게 해선 안 될 말이죠. (야당 정치인들이) 함께 정의로운 목소리를 내줘야 하는데, 오히려 새누리당 의원들 중에서 ‘자격심사 해당 안 되는 거 안다’며 복도에서 만나 미안해하는 분도 있었고요.” 

진보매체 외면 속에 계속된 '낙인찍기'

부정경선 의혹이나 당내 폭력사태와 관련해 김 의원은 직접 언론에 노출되는 횟수가 적었고 속 시원하게 대중 앞에 나와 해명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본인은 이런 지적에 길게 한숨을 내쉬며 억울해 했다. 나오라는 곳은 다 나가고 자진해서 인터뷰 요청도 했지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고. 가장 당혹스런 경험은 지난해 6월 에스비에스(SBS)의 심야뉴스프로에 출연했을 때였다고 한다. 생방송이 시작되자 사전에 전혀 의논하지 않은 질문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혹시 주사파인가’ 하는 첫 질문부터 천안함사건, 국가관 등과 관련한 공격적인 질문이 이어져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나중에 들으니 ‘저 빨갱이년 왜 불렀냐’고 방송국에 엄청나게 전화가 걸려왔다고 하더군요. 지난 1년간 제게 적극적으로 인터뷰를 요청한 곳은 <월간중앙>이었고, 오히려 진보매체들은 절대 제 목소리를 실어주려고 하지 않았어요.”

<월간 중앙> 2012년 8월호는 ‘종북 리더십으로 대중적 진보정치 못 한다’며 자신의 발언취지와 다른 제목을 달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세한 얘기를 실어줘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고 김 의원은 말했다. 그는 통진당 사태 당시 대다수 언론사가 이미 해명된 사실에 대해서까지 경쟁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며 과도하게 공격했고, 진보단체나 언론들도 통진당과 선을 그어 종북공격에서 벗어나려는 듯 이런 흐름에 동조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경향신문> 등 일부 언론사는 지난 3월 기자칼럼 등을 통해 “김재연 의원이 자격심사를 받을 이유가 없다”, “사태가 여기까지 이른 데 언론의 책임도 크다”는 등의 사과성 보도를 하기도 했다.

▲ 지난 9일 대선정치공작 사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 촉구를 위해 1인 시위에 나선 김재연 의원. ⓒ 통합진보당 공식 홈페이지

이런 풍파 속에 국회에서 1년 넘는 시간을 보낸 김 의원은 ‘청년 대표’인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다하기 위해 지금 몸과 마음이 바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심혈을 기울이는 대표적 현안은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줄 수 있도록 국가장학금 제도를 개혁하는 것과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개선하는 일이다. 또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금지법이 얼마 전 발의됐다가 기독교계의 반발로 철회됐는데 이를 다시 관철하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국가통계를 투명하게 작성, 공표하도록 통계청의 독립성을 높이는 문제도 통계법 개정안 발의를 통해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탐사언론 <뉴스타파>가 고발한 조세피난처 문제와 관련해서는 ‘역외탈세 방지를 위한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선박, 미술품 등 국외 고가자산도 신고대상에 포함시키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모든 정당이 노동자를 위한다고 하지만) 직접 현장에 나가 노동자 등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통합진보당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그래서 의원실 책상에 앉아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집회 현장 등에서 보낸다고 한다. 지난달 20일에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현대차 희망버스’에 몸을 실었고 지난 10일을 포함 최근 여러 차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규탄 범국민대회에서 촛불을 들었다. 이렇게 현장에서 밤낮 없이 뛰고, 진심을 다해 입법 활동을 하다보면 통진당에 대한 오해와 불신도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 이 기사가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불필요)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