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나 혼자 산다‘, 남자 혼자 보여줄 게 더 있을까
[TV를 보니: 5.20~26]

영화배우, 방송인, 가수 등 겉보기엔 화려한 직업을 가진 그들도 알고 보니 너무 평범했다. 혼자 밥 먹고, TV 보고, 청소하고, 가끔 음주를 즐기는 그저 그런 여섯 독신남의 모습은 옆집에 사는 총각과 아저씨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이들의 그저 그런 삶에 시청자들이 관심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 24일 방송한 문화방송(MBC) <나 혼자 산다>는 시청률 8.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한국방송(KBS) <사랑과 전쟁2>(6.2%)와 에스비에스(SBS) <땡큐>(5.4%)를 제치고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1인가구 시대’ 공감에 먹거리도 한몫

▲ MBC <나 혼자 산다> 에필로그. ⓒ MBC 갈무리

지난 24일 <나 혼자 산다>는 여섯 연예인 독신남이 어떻게 혼자서 밤을 보내는지를 보여줬다. 영화배우 김광규는 전화 사주에 연연하며 무료함을 달랬고, 가수 김태원은 적적함을 지우려 TV를 켜놓은 채 잠자리에 들었다. 개그맨 노홍철과 영화배우 이성재는 각각 찜질방과 영화관에서 시간을 보냈고, 가수 서인국은 20년 지기 친구 집들이에 참석했다. 그들은 홀로 집에 있을 때나, 다른 사람과 같이 있을 때나 어쩔 수 없이 외로워 보였다.

<나 혼자 산다> 출연진을 일컫는 ‘무지개 회원’들은 대한민국 1인 가구 453만 명의 생활을 집약해서 보여준다. 혼자가 더 편하다고 외치고 싶겠지만 순간순간 밀려오는 외로움과 서글픔을 피할 수 없는 게 싱글의 숙명.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출연진의 일상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시청자 조모씨는 프로그램 게시판에 ‘늦은 시간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이성재씨에 공감했다’ 며 ‘특히 서인국씨가 느낀 군중 속의 고독이 더 슬퍼 보였다’는 시청 소감을 남겼다.

<나 혼자 산다>에 나오는 음식도 시청자의 공감을 증폭시키는 좋은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주에도 방송인 노홍철이 먹던 버블 호떡과 가수 데프콘이 애타게 찾던 마늘 치킨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보살펴 주는 사람이 없는 집에서 감기로 몸 져 누운 데프콘이 아픈 몸을 이끌고 마늘 치킨을 사러 직접 돌아다니는 장면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에게 마늘치킨은 보약과 똑같은 의미를 가졌기 때문이다.

▲ 아픈 몸으로 마늘 치킨을 사러가는 데프콘과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는 이성재. 혼자남에게 음식은 주린 배를 채우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 MBC 갈무리

영화배우 이성재는 혼자 밥 먹는 사람의 고충을 잘 보여줬다. 둘 이상 함께 먹지 않으면 이상하게 여기는 게 우리의 식사문화다. 동행 없이 식당을 찾는 수모(?)를 피하려고 그는 할 수 없이 편의점을 택했고 불닭면과 삼각김밥을 흡입하며 허기를 채웠다.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음식은 식욕을 충족하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누구와도 마주 하지 않고 혼자 때우는 한 끼엔 어쩐지 공허함과 가여움이 묻어난다. 유명한 사람이라도 우리와 별 다를 게 없는 혼자남의 모습이 시청자의 호응을 받는 이유를 밝혀주는 또다른 대목이다.

‘다큐형 예능’ 소재 고갈이 걱정

▲ 자연스런 출연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관찰 예능이 뜨고 있다. ⓒ MBC 갈무리

출연진을 엿보는 관찰형 촬영방식도 <나 혼자 산다>를 인기 반열에 올리는 데 한 몫 한다. 더벅머리를 한 채 바닥에 널린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는 서인국. 집 안 구석을 쓸고 닦는 깔끔한 데프콘. 게임과 피규어에 열광하는 키덜트 취향의 이성재. 다른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집 안 곳곳에 설치된 24시간 무인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긴다. 그들은 여기에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설정 없는 일상적인 발언과 행동이 소소한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KBS <인간의 조건>, MBC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 등 요즘 잘 나가는 예능 프로그램이 모두 다큐 형식을 빌린 관찰 카메라를 동원하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으로 무장한 출연진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 혼자 산다>도 이같은 예능 판도의 대세에 올라타는 데 성공한 셈이다.

이 프로그램은 ‘1인 가구’를 내세워 지금까지는 재미를 본 경우다. 그러나 남자 혼자서 보여 줄 수 장면이 얼마나 더 다양하게 나올지가 문제다. 이성재의 애견 에페가 도망가거나 데프콘이 배탈을 겪는 것처럼 때때로 발생하는 돌발 상황이 매번 일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을 기다릴 수만 없어서 지금껏 다양한 상황연출을 시도했다. 서로의 집을 방문하기도 했고 홀로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했으며, 일부 회원은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을 만나기도 했다. 이런 인위적인 설정이 아직은 큰 거부감을 주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통할지는 의문이다.

▲ 다양한 상황 속 에피소드를 풀어내고 있는 <나 혼자 산다>. ⓒ MBC 갈무리

그들의 일상이 공감에서 진부함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소재를 찾는 섬세한 시선이 필요하다. 기러기 아빠인 김태원과 이성재가 해외에 있는 가족과 재회하는 장면이 벌써 떠오른다. 노총각들에게 만남을 주선하는 일도 예상이 된다. ‘1인 가구’ 시대를 맞아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는데 거기엔 억지가 끼어들지 않아야 한다. <나 혼자 산다>가 계속 싱글족의 공감을 이끌며 오래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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