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수다다', 심야편성 충분히 활용하라
[TV를 보니: 5.13~19]

▲ <금요일엔 수다다>의 두 진행자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영화 평론가 이동진. ⓒSBS 화면 갈무리

에스비에스(SBS)가 <접속 무비 월드>(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방영)의 한 코너였던 ‘영화는 수다다’를 <금요일엔 수다다>란 새 이름으로 독립시켰다. ‘영화는 수다다’는 작은 코너에 불과했으나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의 날카로운 비평과 입담으로 주목을 받았었다. 방송 시간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이어질 정도로 마니아층의 사랑이 두터웠다. SBS가 이걸 놓치지 않고 이동진과 김태훈을 진행자로 내세워 영화정보 프로그램을 신설한 것이다. 지난 19일(토) 새벽 1시에 첫 전파를 탔는데 ‘영화는 수다다’의 명성에 견줘볼 때 뭔가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배우 불러다 놓고 영화 이야기엔 소홀

첫 코너 ‘그들 각자의 영화관’에서는 최근 개봉한 영화 <미나 문방구>의 주연배우 최강희와 봉태규가 나와 그들의 영화인생, 최근 활동,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다 풀어놓으려다 보니 다소 산만하게 느껴졌고, ‘영화는 수다다’에서 이동진과 김태훈이 보여준 입담도 살아나지 않았다. 영화 개봉을 전후해 주연배우를 모셔왔으면 개봉작에 얽힌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는 게 보통인데 그 부분을 놓친 점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 코너의 목적과 개연성이 떨어지는 소품은 시청자에게 혼란을 준다. ⓒSBS 화면 갈무리

30분 동안 영화 <미나 문방구>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영화 전반에 대한 소개도 없이 촬영장에서 생긴 에피소드를 나열하고, 영화 속에 나오는 불량식품을 갖다놓고 추억을 되새기기도 했다. 이 코너의 원래 콘셉트는 ‘내 인생의 영화’를 공개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 짐작된다. 그런데 최근 개봉작의 주연배우가 출연했으니 이야기가 중심을 잃고 헤맬 수밖에. 코너의 성격을 분명히 하든가, ‘영화는 수다다’에서 그랬듯 영화에 대해 제한 없이 수다를 제대로 떨도록 해서 토크의 맛을 제대로 살렸으면 어떨까 싶었다.

장황한 배우 소개…기존 영화프로그램과 차별점 적어

두 번째 코너는 특정 배우의 인생을 영화와 함께 풀어내는 ‘우리가 사랑한 그 배우’. 첫 주인공은 장국영이었다. 뭔가 새로운 내용이 소개될까 기대했는데 영화정보 프로그램에서 수차례 다뤘던 내용을 종합하고 반복하는데 그쳤다. 장국영의 죽음에 관한 의혹이라든가 그가 출연한 작품에 관한 다양한 정보는 기존 영화정보프로그램이나 잡지의 것을 넘지 못했다. 장적룡, 강대위 등 낯선 홍콩 배우들 이름이 같이 언급됐지만, 이들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없어 불친절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한 배우를 입체적으로 다루려면 시간을 더 할애해야 했다. 초점을 좁혀 배우의 어떤 측면에 집중하거나, 차라리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주목할 만한 배우나 신인 배우를 소개하는 것이 어떨지.

▲ 시청자도 방송을 보며 함께 웃을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SBS 화면 갈무리

마지막 코너 ‘영화를 읽어주는 남자’에서 시청자들이 궁금해 할만한 ‘별점 시스템’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를 속 시원히 풀어낸 점은 신선했다. 별점이 유성영화의 등장과 함께 탄생했다는 사실 등 다른 프로그램에서 얻기 어려운 영화정보가 담겨 있었다. 시청자가 영상으로 직접 질문하고 이동진이 답하는 형식도 정보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 '영화의 별점'에 관한 새로운 정보는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SBS 화면 갈무리

기존 제작방식 답습할 필요 없다

천만이 넘는 영화가 일 년에 세 편 이상 등장할 정도로 영화를 향한 대중의 사랑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동진은 오프닝에서 “영화에 관한 이야기들은 점점 더 얄팍해져만 가고 작아져만 가는 그런 시대가 되고 있다”고 했다.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참여는 커지고 있지만 갈수록 영화를 둘러싼 논의는 더 피상적이 되고 있는 현 추세를 지적한 말일 터이다. 12년 역사의 영화전문잡지 ‘무비위크’가 폐간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금요일엔 수다다>는 새벽 1시에 방영되는 심야 프로그램이다.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는 자유로운 편성 시간대이다. 흥행 보다 내용의 깊이로 승부해야 한다. 영화를 제대로 다뤄야 한다는 말이다. <금요일엔 수다다>의 제작진은 보통 시간대의 프로그램 제작방식을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이동진과 김태훈이 가진 영화에 대한 진정성과 지식을 맘껏 발산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주기만 하면 된다. 그래야 더 많은 마니아층의 호응을 받을 수 있다. 무대 디자인이나 진행방식에서도 더욱 독특하고 신선한 실험을 감행할 필요가 있다. 검증된 코너를 프로그램으로 만든 만큼 <금요일엔 수다다>가 그 기대와 가능성을 배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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