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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장옥정, 볼거리는 많지만
역사적 인물에 허구 덧입히기, 비현실적 설정 지나쳐
[TV를 보니:4.15~21]
2013년 04월 25일 (목) 11:29:37 김성숙 기자 sungsook@danbinews.com

   
▲<장옥정, 사랑에 살다>로 사극에 도전한 김태희. ⓒSBS 화면 갈무리

영화와 TV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던 장희빈이 김태희의 얼굴로 돌아왔다. 지난 8일 첫 방송된 에스비에스(SBS)의 새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패션 디자이너에서 왕의 후궁이 되는’ 여인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미녀의 아이콘’ 김태희가 연기하는 장희빈은 어떤 모습일지, 시작부터 대중적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장옥정>은 이 관심의 불씨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1회 시청률 11.3%(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기준)에서 2,3회로 갈수록 점점 떨어지더니 지난 16일 4회에서는 7.0%로 가라앉았다. 15,16일 동시간대 방영된 한국방송(KBS2) <직장의 신>이 5회 13.4%, 6회 14.2%, 문화방송(MBC) <구가의 서>가 3회 13.6%, 4회 15.1%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극과 사극 사이의 흐릿한 경계

<장옥정>의 제작진은 1회 방송을 시작하기 전 “이 드라마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으나 등장인물과 사건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픽션화 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거쳐 만든 정통 사극이 아니라 허구의 이야기로 재구성한 드라마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사실 요즘 제작되는 사극은 대부분 허구적 요소를 많이 가미하고 있다. 그러나 <장옥정>의 문제는 허구적 요소가 역사물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했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장옥정은 친구와의 대화 등에서 현대극과 다름없는 말투를 구사하고 신분이 높은 사람에게는 사극투의 대사를 한다. 상황에 따라 현대극과 사극 말투를 오락가락 하는 모습은 시청자가 드라마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된다.

   
▲한복 패션쇼를 보는 것과 같은 다양한 의상과 장신구는 눈을 즐겁게 한다. ⓒSBS 화면 갈무리

‘한복 디자이너’로 일하는 장옥정이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부용정에서 연회를 여는 장면은 ‘현대적 재해석’이 지나쳐 작위적인 느낌을 주었다. 장옥정은 옷을 선보이는 기생들에게 오늘날의 디자이너와 마찬가지로 세심하게 포즈를 주문하고, 기생들은 패션모델들처럼 ‘런웨이’를 걷는다. 옷을 유심히 살펴보는 고객들의 모습도 요즘 패션쇼의 한 장면과 겹친다. 보는 내내 ‘과연 조선시대에 저런 일이 있었을까’하는 의구심이 떠나지 않았다. 허구의 이야기라도 개연성 있게 만들어야 시청자가 빠져들 텐데, 이질감이 큰 장면이었다. 

형형색색의 한복과 액션연기로 눈은 즐거워

물론 <장옥정>의 화려한 볼거리는 시청자의 눈을 즐겁게 한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한복과 장신구들은 감탄을 자아낸다. 장옥정이 궁에서 급히 세답방(빨래와 다림질 하는 곳)을 찾는 장면에서 흩날리는 옷감을 보여준 연출도 인상적이었다. 남자배우들의 액션연기도 돋보인다. 나중에 숙종이 되는 이순(유아인 분)과 동평군 이항(이상엽 분)이 무술을 단련하는 과정이나 이순이 자신을 해치려는 괴한들과 대적하는 역동적인 모습은 사극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부분이었다. <장옥정>은 이런 장면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그러나 이 모든 볼거리도 역사적 개연성 부족 탓에 빛이 바랜다. 

   
▲소품을 돋보이게 하는 화려한 연출은 극적인 효과를 준다. ⓒSBS 화면 갈무리

긴장감을 높이려는 설정이 지나친 것도 문제다. 장옥정은 끊임없이 위기에 빠진다. 고리대금업자들은 빚을 갚으라며 부용정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갑옷 연구를 시작한 장옥정은 이항과 함께 군사 훈련을 보러 가던 길에 괴한의 습격을 받고 물에 빠진다. 우연히 이순의 비밀군사기지에 들어가게 된 장옥정은 이순의 훈련 길에 따라나섰다가 도적의 습격을 받고 또다시 위험에 빠진다. 누군가의 습격을 받아 위험에 빠진다는 설정이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등장인물이 위험에 빠지는 설정은 극의 긴장감을 높이지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 억지스럽게 느껴져 효과가 반감된다.

   
▲같은 위기의 반복은 긴장감이 아니라 지루함을 남긴다. ⓒSBS 화면 갈무리

드라마 초반에 이야기 전개를 위해 마련하는 장치가 어쩔 수 없이 작위적일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현대적 소재를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맞춰 재구성할 때 조금 더 개연성 있게,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함으로써 시청자가 느끼는 어색함을 줄일 필요가 있다. <장옥정>은 앞으로 이순이 왕이 되고 왕권 강화를 위해 분투하는 과정, 그리고 장옥정이 궁에 들어가 중전자리를 놓고 벌이는 갈등 등을 본격적으로 그려내게 된다. 시작 단계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순발력 있게 고쳐나가면서 이야기 자체의 힘과 시각적인 강점들을 잘 살려나간다면 현재의 부진을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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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숙 기자]
단비뉴스 전 영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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