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 토크 SBS '땡큐‘, 시청자 흡인력 높일 재구성 절실
[TV를 보니: 4.1~7]

영화 <비포 선라이즈>는 유럽횡단 열차에서 만난 미국 남자 제시와 프랑스 여자 셀린느의 이야기다. 무턱대고 내린 비엔나에서 의지할 사람은 상대 뿐. 생경한 도시는 둘 사이의 벽을 허물었고, 낯선 거리를 걸으며 나눈 둘의 교감은 사랑의 감정을 싹틔웠다. 여행은 때로 이처럼 신비한 힘을 발휘한다. 가족, 친구에게 말할 수 없었던 가슴 속 사연까지 길동무에게 하나 둘 꺼내게 만든다.

▲ 지난 5일 청산도로 여행을 떠난 SBS 토크 프로그램 <땡큐>. 리처드 용재 오닐이 '섬집 아기'를 연주하고 있다. ⓒ SBS 화면 갈무리

에스비에스(SBS)가 지난달 1일 첫 방송한 <땡큐>는 출연자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토크(좌담) 프로그램이다. 배우 차인표가 여행팀을 이끄는 대장 역할을 맡고 평소 방송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명사와 연예인 등이 낯선 곳을 함께 다니며 이야기를 나눈다. 첫 만남의 어색함이 여행을 통해 친밀감으로 바뀌는 과정은 시청자의 흥미를 끌 만하다. 출연자들이 풀어 놓는 아프고 슬픈 기억도 솔깃하게 다가온다. 

‘불금’에 어울리지 않는 단조로운 분위기

▲ 6년의 공백기를 가졌던 심정을 고백하는 백지영. ⓒ SBS 화면 갈무리

지난 5일 방송에서는 범죄심리분석가(프로파일러) 표창원 박사와 비올라 연주자 리처드 용재 오닐, 가수 백지영이 나와 각자의 굴곡진 인생사를 솔직하게 들려줬다. 부모님의 다툼을 보고 자라 분노 조절을 하지 못했다는 표 박사와 3년 전 신경 손상 마비로 우울증을 겪었던 용재 오닐의 이야기는 안타까움을 불러 일으켰다. 불미스런 사건으로 6년의 공백기를 가졌고 소속사 부도로 재기에도 어려움을 겪었던  백지영의 눈물 고백은 화려함 뒤에 감춰왔던 고통을 헤아리게 했다. 하지만 시청자의 호응이 그리 뜨겁진 않았다. 이날 시청률은 5.0%(이하 AGB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전 주 대비 0.4% 포인트 올랐지만 동 시간대 프로그램 중 최하위였다.

경쟁 프로그램인 한국방송(KBS)의 <사랑과 전쟁>(같은 날 시청률 8.5%)은 고정 시청자층이 워낙 탄탄하고 문화방송(MBC)의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9.3%)는 웃음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높다. 케이블 채널에서도 오디션(경연) 프로최강자로 꼽히는 엠넷(Mnet)의 <보이스코리아2>(2.5%, 케이블가입자 기준)가 음악 매니아층을 단단히 붙잡고 있다.

<땡큐>가 부진한 이유는 이렇게 쟁쟁한 경쟁프로그램들의 존재와 함께 편성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땡큐>가 방영되는 시간은 ‘불타는 금요일(불금)’의 밤 11시 20분. 잔잔한 음악과 고요한 풍경이 주조를 이루는 <땡큐>의 느린 호흡은 금요일 심야시간에 시청자들을 한 시간 동안 붙잡아 두기엔 너무 단조로운 느낌이다.

출연자끼리 웃고 즐기는 여행에서 벗어나야

▲ 표창원의 송판 격파 장면. ⓒ SBS 화면 갈무리

스튜디오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진행되는 <땡큐>는 여행지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도 담아내는 등 출연진과 일반인의 경계를 가르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표창원의 격파 시범, 백지영의 생일파티 장면 등은 출연자끼리 웃고 즐기는 ‘그들만의 여행’처럼 비쳤다. 토크 프로그램도 스토리의 흐름이 중요한데 <땡큐>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일화)를 단순하게 나열하는데 그쳤다. 내용이 연결되지 않으니 시청자가 몰입하며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에피소드 곳곳에 복선을 깔아서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다면 시청자가 토크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땡큐>의 여행이 출연진만의 경험으로 끝난다면 프로그램의 생명력은 길지 않을 것이다. TV 앞에 앉은 시청자들이 마치 함께 여행하는 것처럼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진행자 차인표가 이야기를 연결시키는 방법을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 또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3~4명의 출연자 숫자도 2명 정도로 조정하면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몇 가지만 보완한다면 여행과 이야기를 버무린 새로운 형식의 토크프로그램 <땡큐>가 마음의 위로를 얻고픈 금요일 밤 시청자를 더 많이 끌어당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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