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임의 한방 이야기] 50만원까지 지원, ‘고운맘카드’ 모르시나요

‘고운맘카드’의 ‘고운맘’은 ‘고운 엄마’라는 뜻일까? 아니면 저출산 시대에 임산부는 마음이 곱다는 뜻, 아니면 임신한 몸매가 아름답다는 뜻일까? 어쨌든 고운 작명과 달리 ‘고운맘카드’가 한방의료기관으로 확대된 지 열흘이 지났으나 그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인 듯하다. 임신 사실이 확인되면 출산 관련 진료비를 지원하는 ‘고운맘카드’는 2008년부터 시행돼 오다가 4월1일 한방의료기관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그러나 충주한방병원의 경우 수많은 내원자 가운데 이 카드를 활용한 사람은 11일까지 한 명도 없었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임신 중 구토, 임신 초기 출혈, 산후풍 등의 질환으로 한의원과 한방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루 6만원으로 한정됐던 진료비 제한도 풀려 임신 1회당 50만원 이내, 다태아(쌍둥이)는 70만원 이내까지 지원받게 된다. 한방의료기관에서 ‘고운맘카드’로 지원받을 수 있는 질환과 한방치료의 효과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산모와 태아를 보호하는 건강한 신호- 입덧

ⓒ 대한한의사협회
입덧은 임신초기 산모가 대부분 경험하는 것으로 한의학에서는 ‘임신오조’라고 한다. 보통 임신초기 6-8주에 시작되어 16주에 없어지지만 임신기간 내내 이어지는 이도 있다. 갑자기 특정 음식 냄새가 싫어지고, 구역감을 느끼고, 음식물을 구토하기도 하는 입덧은 병이라기보다 생체의 자연적인 방어작용에 가깝다. 태아가 음식에 포함된 독소에 노출될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에 엄마에게 사인을 보내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심한 입덧으로 영양상태가 불량해진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한방에서는 메슥거리는 느낌과 구역감을 가라앉히기 위해 주로 침치료를 하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효과를 인정한 태아와 산모에게 가장 안전한 치료법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산모의 비위기능을 보강해주고 태아의 유산을 방지하기 위해 한약을 사용하기도 한다.

입덧이 심할 때는 공복상태를 피하기 위해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어야 하고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먹는 것이 좋다. 탈수를 예방하기 위해 자주 물을 마시고 입덧의 원인이 되는 냄새가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임신 중에는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기 쉬워 속쓰림을 느낄 수 있는데 이때는 반듯이 눕는 것보다 옆으로 눕는 자세가 도움이 된다.

임신 전보다 날씬하고 건강하게- 산후 비만관리

ⓒ 대한한의사협회
출산 후 산모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다수 여성의 ‘평생친구’인 다이어트다. 연예인들은 출산 후 임신 전보다 더 날씬하고 아름답게 컴백하지만, 산모들은 ‘아줌마 몸매’를 피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출산 후 과도한 체중 변화로 우울감이 생기기도 하며, 고혈압이나 정맥류 등 합병증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하지만 출산 후 몸의 변화가 활발한 상태에서 올바른 체중∙체형관리를 한다면 출산 전보다 더 날씬하고 건강해지는 역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산후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출산 전부터 체중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표준체형 산모의 경우 12-13kg 범위에서 체중이 증가하는 것이 적당하다. 시기별로는 임신 1-3개월에 1kg, 4-7개월에 5kg, 8-10개월에 6kg의 증가가 적당하며, 임신초기에는 150 kcal의 열량을, 중기 이후에는 300 kcal의 열량(바나나 2개와 두유 1팩)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태아 몫까지 2인분을 먹는다는 고정관념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출산 후 체중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시기는 산후 6개월까지이며 이 시기를 놓치면 체중감량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산후비만의 한방치료는 출산 직후부터 2개월까지는 산모의 몸을 보하는 동시에 오로 및 부종을 빼는 것을 목표로 약물 위주 치료를 하고 2개월부터는 일반적인 한방 비만치료를 적용한다.

또한 임신 때문에 앞쪽으로 틀어지고 벌어진 산모의 골반도 교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산후 골반교정으로 요통, 골반통, 어깨 및 무릎의 통증까지 예방이 가능하여 ‘체형’과 ‘통증’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산후 골반교정 시기는 출산 직후 6주에서 6개월이 최적기이며 자연분만의 경우 4주부터 가능하다.

으슬으슬 관절에 ‘바람이 분다’- 산후풍

ⓒ 대한한의사협회
서양의 산모들은 출산 후 찬물로 샤워하고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산모들은 혹시 산후풍에 걸릴까 봐 푹푹 찌는 더위에도 따뜻한 온돌방을 마다하지 않는다. 산후풍은 인종적, 지리적 차이에 따라 주로 동아시아 산모들에게 발생하며 서양의학에는 없는 개념이다. 이것은 출산 혹은 유산 후에 몸에 바람이 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며, 일종의 냉증으로 관절통, 시림, 저림, 오한, 피로감 등 산후에 발생하는 모든 불편감을 의미한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이런 증상이 갱년기까지 지속되며, 갱년기 이후에 재발하기도 한다.

산후풍은 산모의 기혈이 허약한 경우, 출산 후 냉기에 노출된 경우, 부적절한 산후 조리를 한 경우에 발생하며 정서적 갈등이나 스트레스가 원인이 될 수 있다. 일단 산후 불편감이 발생하면 한방 치료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산모의 상태에 따라 기혈을 보하며 산후풍 증상을 치료한다. 산후에 당장 특별한 불편감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몸의 어혈 및 부기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손상된 기혈을 회복하기 위한 산후조리용 한약을 복용하는 것이 산후풍 예방에 도움이 된다.

만약 산후조리 기간에 으슬으슬한 오한감이 들면서 손발이 저리거나 관절이 쑤시는 산후풍 초기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따뜻한 차나 미역국을 먹고 몸을 따뜻하게 하여 전신에 땀이 촉촉이 나게 한다. 가벼운 정도면 이 정도 조처로도 도움이 된다. 더불어 충분한 휴식과 알맞은 영양관리, 정서적인 안정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임신초기에 출혈이 있거나 조기진통이 발생하면 태아를 안정시켜주고 유산을 방지하는 한방 치료를 ‘고운맘 카드’를 사용하여 받을 수 있다.

아득한 옛날부터 임산부를 도운 한의학

‘고운맘카드’의 한방의료기관 사용 확대와 관련하여 임신 중 한약 복용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발생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7일 ‘한약은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을 방치하는 수준을 넘어 위험에 빠트리는 행위’라며 한약에 대한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외국 논문을 인용하여 임신부의 한약 복용이 태아의 두뇌발달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주장했으며 임산부의 한약 복용을 장려하는 정부의 정책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한방부인과학회는 지난달 28일 성명서를 통해 ‘임신 중에 사용되는 한약들은 이미 과학적 근거와 역사적 근거를 통해 유효성이 인정되었고, 국가 보건의료 관련 법규에서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과학적 연구를 통해 유전적 독성과 간독성이 없는 한약과 처방들을 검증하여 임상에서 선별하여 투여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의학은 수천 년 전부터 임신 중에 발생하는 각종 질환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치료해왔다. 특히 독성이 있는 한약재들은 ‘임신금기약’이라 하여 산모에게 처방하지 않으며 모유수유중 부작용 우려가 있는 한약재도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한을 가이드라인에 맞추어 사용하고 있다. 최근 중금속과 잔류농약으로 한약재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한의원과 한방병원에서 사용하는 모든 한약재는 약사법에 의해 허가 받은 업소에서 엄격한 품질검사를 통과한 것이어서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다.

* 앞으로 <단비뉴스>에 ‘한방 이야기’를 조곤조곤 풀어놓을 이정임은 한의사이며 현재 세명대 부속 충주한방병원에서 전문의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재학생이기도 한 그는 한국 최초로 한의학에 뿌리를 둔 의료∙건강 전문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편집자)


*이 기사가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을 눌러주세요.(로그인 불필요)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