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컬투 시사현안 ‘열공’하고 산만한 구성은 정리해야
[TV를 보니:3.18~24]

지난 해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종합편성채널들이 재미를 본 ‘시사토크’를 지상파가 새롭게 포장해서 선보였다. 개그콤비 컬투(정찬우, 김태균)가 시사문제를 다루는 문화방송(MBC) <컬투의 베란다쇼>가 지난 18일 첫 전파를 탔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밤 9시 25분에 30분씩 배치한 편성은 매우 이례적이다. ‘정보와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과감하게 ‘베팅’을 한 셈이다. 그러나 첫 주 시청률은 평균 4.62%(AGB 닐슨, 전국기준)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 프로그램에 녹아들지 못하는 컬투. ⓒ <컬투의 베란다쇼> 화면 갈무리
가장 큰 문제는 진행을 맡은 컬투라고 할 수 있다. 시사에 유머를 엮어내는 진행자로서 두 사람은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 도입부의 짧은 콩트를 제외하고는 서경덕 교수에게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듣는 단순한 역할에 그쳤다.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파고들며 시끌벅적하게 웃음을 끌어내는 컬투 고유의 힘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이 주제에 대해 깊이 이해하지 못한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따금씩 주제와 상관없는 농담으로 대화의 흐름을 깨는가 하면 설명하는 전문가를 멍하니 바라보는 모습도 보여준다. 이는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하고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산만한 비디오에 깊이 없는 분석 아쉬워

▲ 에피소드 마다 제작진의 힘든 모습을 VCR에 삽입한다. ⓒ <컬투의 베란다쇼> 화면 갈무리
복잡한 사안을 시청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비디오(VCR)도 무리하게 재미를 더하려다 맥락이 끊기는 일이 잦다. 2화 ‘사인(sign)의 품격’편에서 작가가 장관 내정자의 사인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풀어낸 부분이 특히 그랬다. 이는 마치 ‘우리 이만큼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제작진의 하소연을 보라는 것 같았다. 시청자로서는 불편하고 시간이 아까운 느낌이었다.  

▲ 21일 방송되었던 4회 ‘담뱃값 전쟁’ 편. 담뱃값 인상에 대한 표면적인 찬반 의견을 풀어내는데 그쳐 아쉬웠다. ⓒ <컬투의 베란다쇼> 화면 갈무리
또 사회적 이슈를 알기 쉽게 정리하려는 시도는 대체로 피상적 접근에 그쳤다. 21일 방송된 4회 ‘담뱃값 전쟁’ 편은 최근 국회에 발의된 담뱃값 인상안을 다루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싼 우리나라의 담뱃값 현황과 인상안에 대한 찬반입장을 평면적으로 비교했다. 간접흡연의 심각성을 근거로 담뱃값 인상에 찬성하는 의견과 흡연권 보장을 들어 반대하는 의견이 상식선에서 대비됐을 뿐 깊이 있는 분석을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담배소비세 같은 간접세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져 조세의 재분배기능을 왜곡한다는 지적 등은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

컬투 강점 살리려면 철저한 배경지식 갖춰야

<컬투의 베란다쇼>는 프로그램 포맷(형식)의 변화에 걸맞는 출연진의 준비와 치밀한 구성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앞으로 이 프로가 자리를 잡으려면 무엇보다 컬투가 사회 현안에 대해 진지하게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탱크를 잘 몰았던 사람이라고 해서 작동법도 익히지 않은 채 덜컥 전투기 조종간을 잡는다면 제대로 비행을 할 수 있겠는가. 방송 소재가 되는 시사현안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필요한 배경지식을 갖췄을 때 컬투의 ‘자유자재 개그’가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제작진 역시 새로운 포맷에 걸맞게 구성과 세트(무대장치) 등의 종합적 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VCR을 단순 취재보고가 아닌 리포팅 형식으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 아직 프로그램에서 뚜렷한 역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탤런트 김정난을 리포터로 내보내 현장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전하도록 하는 것도 신선한 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산만한 구성도 곁가지를 쳐내고 핵심만을 간추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트도 너무 복잡한데, 뚜렷한 개성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보다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 골든타임에 편성되고도 5% 전후의 낮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컬투의 베란다쇼>. 반전의 기회는 찾아올까. ⓒ <컬투의 베란다쇼> 공식 웹사이트
편성시간은 30분이지만 프로그램 사이의 광고 등을 빼면 순수 방송시간은 20분 남짓에 불과하다. 이 짧은 시간에 시사현안을 어떻게 다루어야 더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을지 깊은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집과 세상을 이어주는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베란다’를 간판으로 내세운 시사토크쇼. 이륙 첫 주 저공비행했던 <컬투의 베란다쇼>가 여러 아쉬운 점들을 적극 보완하면서 차츰 고도를 높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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