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의 저작권특강 <7>
서평 보도자료 그대로 옮겼다면 출판사ㆍ언론사 ‘공동저작권’

▲  김기태 세명대 교수
지난 호에서는 ‘기사의 대부분이 정치·경제·스포츠·연예계의 현실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분석과 전망의 근거로서 취재 분야의 전문가와 연예인의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사의 저작자가 기자와 더불어 여러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곧 인터뷰한 내용을 직접 인용하거나, 간접으로 인용하더라도 인터뷰 상대방의 표현에 별도의 창작적 표현이 추가되지 않는 한, 그 부분에 대한 저작권은 인터뷰에 응한 사람에게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뜻이었지요. 그러므로 인터뷰를 근거로 한 기사의 경우에는 전체 기사를 인터뷰 상대방이 대답한 부분과 그 밖의 부분으로 나누고, 전자의 경우 인터뷰 상대방이 실제로 대답한 내용과 기사의 표현이 어느 정도 유사한지, 그리고 다른 부분이 있다면 별도의 창작성을 인정할 정도로 표현의 변경이 있었는지의 여부를 살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기사는 어떻게 될까요?

최근 특정 신문사가 몇몇 출판사들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부분에 대해 손해배상을 하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일간지 북섹션에 소개된 신간 서평기사를 해당 출판사에서 임의로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지요. 이에 대해 출판계에서는 문제가 된 서평기사 대부분이 출판사에서 신간과 함께 보내준 보도자료의 내용을 그대로 베낀 것이나 마찬가진데 신문사에서 저작권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일부 출판사에서 보낸 보도자료와 서평기사를 비교해본 결과 출판사의 주장에 일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동저작물성’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두 사람 이상이 작성한 저작물로서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것’을 가리켜 ‘공동저작물’이라고 규정합니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저작물에는 그것을 작성한 주체가 하나인 경우, 즉 단독저작의 형태가 대부분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저작자가 여럿인 경우도 있습니다. 공표된 도서를 예로 들면, 저작물을 작성한 저작자의 유형에 따라 흔히 ‘저(著)’ 또는 ‘지음’, ‘역(譯)’ 또는 ‘옮김’, ‘편저(編著)’ 또는 ‘엮음’ 등의 단어가 따라붙곤 합니다. 순수한 창작인가, 아니면 다른 언어로 옮긴 것인가, 또는 다른 사람이 작성한 여러 편의 저작물 중에서 가려 뽑아 그것을 엮어 새로운 저작물을 작성하였는가 하는 점을 기준으로 한 것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저작물이라고 하더라도 만약에 저작자가 한 명이 아닌 두 명 이상이라면 저작자의 표시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즉, ‘공저(共著)’ 또는 ‘공역(共譯)’, ‘공편(公編)’ 등이 그것인데, 이런 경우의 저작물을 일단 ‘공동저작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저작자가 둘 이상인 저작물이라고 하더라도 그 성질을 살펴보면 사뭇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여러 사람이 같이 작성했지만 각각의 저작자가 각자 작성한 부분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가 하면, 어떤 경우에는 하나의 저작물 속에서 누가 어디까지 작성하고 어디까지 손대지 않은 것인지 알 수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저작권을 행사함에 있어 그 권리의 주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기는데, 이런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공동저작물에 관한 정의규정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보도자료를 근거로 작성된 서평기사라면 보도자료를 작성한 출판사와 서평기사를 작성한 기자(언론사)의 공동저작물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기왕에 보도자료를 보냈다는 점에서 그것을 기자가 이용한 것 자체를 출판사가 문제 삼을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기사를 가져다 썼다고 해서 이를 저작권 침해로 공격하는 것 역시 권리의 남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보도자료를 참고한 것 자체가 공동저작물로서의 요건이 되는 건 아닙니다. 말 그대로 참고만 했을 뿐, 기자가 나름대로 생각하고 판단한 내용을 위주로 기사가 작성되었다면 당연히 언론사의 단독 저작물이 되는 것이지요. 어쨌든 보도자료를 내는 곳이 비단 출판계만은 아닐 것이므로 이러한 분쟁의 소지는 폭넓게 잠재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선 출판계와 언론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서평기사에 대한 이용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거듭 살피건대, 그것이 시사보도에 불과할지라도 저작권은 발생합니다.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뉴스도 저작권법 보호를 받습니다>라는 소책자를 발간하고, 뉴스 저작물의 저작권을 홍보한 적이 있습니다. 이 책자에 따르면, 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재단에 저작권을 신탁한 54개 매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뉴스 저작물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뉴스 저작물을 업무에 사용 중인 1,605개 정부ㆍ공공기관 및 기업체 중 1,512곳(94.2%)이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저작권자의 피해액은 뉴스기사 건당 1년 사용료 10만원을 기준으로 414억 원에 달했다고 분석했는데요. 이처럼 정부나 공공기관의 뉴스 저작권 인식은 극히 낮은 수준입니다.

결국 어느 기관에서 홈페이지에 비영리 목적으로 관련 뉴스기사의 전문을 올리면서 기사의 출처를 밝힌 것은 물론이고 기자의 동의까지 구했더라도 이 기관은 해당 언론사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됩니다. 뉴스기사의 저작권자인 언론사와 이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개인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앞서 살핀 것처럼 개인이나 단체에서 작성한 보도자료를 원문 그대로 기사화한 경우, 언론사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로 이동하는 ‘단순 링크’나 원하는 정보로 직접 연결되는 ‘직접 링크’ 방식으로 뉴스를 게재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가 아닙니다. 아무쪼록 뉴스 저작물을 합법적으로 이용하려는 노력이 각계각층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김기태/ 세명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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