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까지 살 청년들, 지식보다 지혜를 쌓아야
[세계와 나] 오종남 서울대 교수

지난 번 칼럼에서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을 ‘세계화’보다 지구가 마치 한 마을처럼 된 ‘지구촌시대’로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지구촌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붕어빵으로는 안 된다’고 강조했죠. 여기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질문이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나?’가 될 것입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21세기 지구촌시대의 특징 중 하나는 ‘어느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속도로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대학 4년간 공부한 학문을 전공이라고 하기엔 미흡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학 4년 동안의 공부를 사회에 나가서 활용할 기본 교양을 쌓는 과정으로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운동으로 치면 특정 종목에 대한 실력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기초체력을 양성하는 기간으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대학 생활동안 교양을 충분히 쌓고, 고등학교 시절 입시 준비 때문에 미처 읽지 못한 책도 보고, 봉사활동도 하고, 아르바이트 경험도 하고.......그리고 공부는 평생에 걸쳐 더 해야 할 것입니다.

21세기의 또 다른 특징은 이제 더 이상 한 인간의 능력이 영어 수학 등 제도권 교육기관의 학력만으로 평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각자가 가진 재능을 얼마나 잘 발휘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가치가 정해진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각자가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해서 다른 사람과 차별화하는 것’이야말로 지구촌시대를 사는 최선의 전략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학생을 영어 수학 등 공부 잘 하는 사람으로 기르고자 하는 ‘붕어빵 교육’으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개인적인 얘길 잠깐 하겠습니다. 저는 1975년 대학을 졸업하고 행정고시 17회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습니다. 당시 함께 행시에 합격한 사람은 100명이었습니다. 그로부터 3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딱 두 사람만이 아직 공무원으로 남아 있습니다. 물론 공무원을 그만 두고 난 후 모두가 집에서 놀고 있지는 않습니다. 어떤 이는 공기업의 대표로 일하고, 서울대학교를 비롯해서 대학의 총장으로 봉사하고 있는 분도 여럿 있습니다. 또 국회의원이 되어 정계로 진출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일단 현직을 떠나 상대적으로 한가하게 지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것은 제 동기 17회만의 경우가 아닙니다. 공직을 시작한 후 30 여년의 세월이 지나면 장관을 지냈건 혹은 중간 간부에서 끝났건 일단 현직을 떠나 첫 번째 인생을 마무리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우리 세대가 90세 이상 산다고 할 때 앞으로 적어도 30년 이상 삶이 남아 있는데 벌써부터 할 일도 없고 소득도 없는, 소위 ‘무노동 무임금’이 시작되었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면 누가 현역 이후의 인생, 즉 ‘제 2의 인생’을 의미 있고 보람 있게 지내게 될까요? 현직에 있는 동안 자신의 고유한 능력을 계발하고 노력하면서 제 2의 출발에 대한 준비를 차근히 한 사람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남과 차별화하는 노력’이야말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길입니다.
 
저는 서울대학교에서 주로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강의의 요체는 ‘글로벌시대에 살아남는 법’입니다. 첫 시간에 ‘나이 50이 되었을 때 나의 비전(My Vision at the age of 50)’ 이라는 과제를 주고 한 학기 동안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될 강의를 한 후 마지막 시간에 각자 발표를 하게 합니다.

이런 수업을 하는 이유는 지금의 청년들이 대부분 100살 이상까지 살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나이 50은 인생이라는 마라톤의 반환점을 도는 시점입니다. 그 시점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이 어떨 것인지 미리 그려 보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훨씬 더 계획적인 인생설계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모두 자신이 나이 50이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일까 한 번 그려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번 진지하게 시도해 볼 만한 일입니다. 그 나이에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때 남이 갖지 못한 ‘나만의 경쟁력’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을 생각하면서 오늘을 열심히 살 필요가 있습니다.  
 

▲ 오종남 서울대 교수(전 IMF 상임이사)
한 가지 덧붙일 것이 있습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이 차이가 인생의 성공과 실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남에게 호감을 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야말로 조직에서 살아남는데 중요한 경쟁력이며, 성공적인 인생의 밑천이 됩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이제는 ‘지식’보다 ‘지혜’, 즉 인간관계의 바람직한 원리를 터득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소 품위가 떨어지는 걸 감수하고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싸가지 있는 사람이 되자’는 것입니다. ‘붕어빵’ 경쟁에서 벗어나 ‘싸가지’, 즉 ‘싹수’가 있는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 그것이 100년 인생의 성공 열쇠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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