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만만’과 ‘헤이헤이헤이’ 닮은 첫 방송 시청률은 1위
[TV를 보니: 2.18~24]

▲ 콩트는 진부한 질문을 재미있게 해주는 장치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3MC(신동엽, 김희선, 윤종신)의 연기력이다. ⓒ SBS 화면 갈무리

‘강심장’이 건넨 바통(계주봉)을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가 안전하게 이어받았다. 화요일 밤 11시에 새로 편성된 에스비에스(SBS)의 종합오락프로그램 화신(연출 신효정)은 지난 19일 첫 회에서 신동엽, 김희선, 윤종신 등 화려한 방송경력의 세 진행자(MC) 만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이날 방송은 10대부터 50대까지 각 연령대 별로 실시한 설문조사의 1위 결과를 출연자들이 맞히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질문은 ‘여자와 말싸움에서 이기는 신의 한수’와 ‘선배는 좋자고 하는데 후배에겐 부담이 되는 행동’ 등 생활밀착형 주제였다. 어떤 대답들이 나올지 시청자도 귀가 쫑긋해졌다. 정답을 찾는 과정에서 이수근 은지원 김종민 전현무 등 ‘웃기는’ 출연자들이 보여준 다양한 돌발행동이 재미를 더했다. 첫 방송 시청률이 8.4%(이하 AGB닐슨 전국기준)로 동시간대 1위가 됐을 만큼 성공적인 출발이었다. 지난 1월 시작한 동시간대의 한국방송(KBS2) 프로그램 <달빛 프린스>(3.5%)를 가볍게 제쳤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프로에서는 ‘옛 프로그램의 향기’가 너무 진하게 느껴졌다.

▲ 2000년 초반 인기를 끌었던 '신동엽 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왼쪽)와 '야심만만'(오른쪽) ⓒ SBS 화면 갈무리

‘신동엽표 꽁트’와 생활밀착형 설문조사 눈길

화신은 방송을 위해 10만 명을 표본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그 결과로 답안의 순위를 가리는 ‘랭킹쇼’를 만들었다. 이는 2003이후 약 6년 간 한국 미혼남녀 1만 명의 생각을 설문조사해 방송소재로 활용했던 <야심만만(SBS)>과 비슷한 것이다. 조사대상만 다를 뿐 게스트와 MC가 순위를 맞히는 것, MC가 힌트를 주는 방식도 거의 흡사했다. 정답을 못 맞히면 강풍을 맞는 벌칙까지 복사판이었다. 비록 시청률은 높았지만 ‘자사 프로그램의 복제’라는 눈총을 면하기 어렵다.

화신에는 콩트와 토크쇼도 등장했다. 랭킹쇼를 하기 전 ‘문제의 발견’ 코너에서 진행자들과 게스트들이 질문을 콩트로 재미있게 풀어내는 부분은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배우인 김희선과 꽁트의 달인 신동엽은 물론 가수 윤종신이 선보인 천연덕스런 연기도 그럴 듯했다. 질문에 따라 무대가 회전하며 배경이 바뀌는 부분도 공들인 티가 났다. 하지만 이 포맷도 <신동엽, 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SBS)를 연상시켰다. 신동엽의 능청스런 꽁트 연기는 여전하고 상대역이 배우 김원희에서 김희선으로 바뀐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요약하면 과거 SBS 예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두 프로그램을 버무려 화신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 대국민 설문조사를 통해 '소통'한다는 프로그램의 취지가 '야심만만'과 동일하다. ⓒ SBS 화면 갈무리

‘옛 프로그램 비빔밥’ 넘어서는 고유의 색깔 찾아야

그래서 첫 방송에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앞날이 마냥 낙관적이진 않다. 시청자의 관심과 애정을 이어가려면 ‘자가 복제’ 수준의 모방에서 벗어나 프로그램 고유의 개성과 색깔을 찾아야 한다. 또 신동엽을 중심으로 MC들이 콩트는 잘 이끌었지만 토크 부분에서는 역할분담이 잘 되지 않았다는 문제도 보였다. 지난해 12월 종영한 <고쇼>(SBS)역시 상황극으로 매회를 시작했던 토크프로그램인데, 주진행자인 배우 고현정과 보조진행자인 윤종신, 정형돈, 김영철의 역할분담이 분명하지 않아 어수선한 인상을 주었다. 화신이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토크를 이끌어가는 진행자들 사이의 교통정리가 시급해 보인다. 2회 이후에는 더 흥미로우면서도 안정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화신'만의 특별함을 볼 수 없어 안타깝다. ⓒ SBS 화면 갈무리


* 이 기사가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불필요)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