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천만 돌파, 그들은 이렇게 보고 있다

▲ <7번방의 선물> 한 장면. ⓒ (주)화인웍스, (주)CL엔터테인먼트

올해 첫 천만 관객 영화다. 지난해 한국영화는 두 편의 천만 관객 영화를 배출했고, 이는 곧 총 관객 수 1억 명 돌파라는 경사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2013년 첫 천만 관객 영화가 나왔다. <7번방의 선물>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월 23일 개봉했으니 약 1개월 만이다. 영화 입장에서 보면 여러모로 경사다. '착한 영화'를 지향해왔던 이환경 감독의 설욕이기도 하고, 2012년 <내 아내의 모든 것> <광해, 왕이 된 남자>로 흥행킹의 가능성을 보였던 류승룡이 또 한 번 승점을 올렸다는 의미도 있다.

관객의 반응은 이미 증명됐다. 이 시점에서 짚어볼 만한 것은 천만 관객을 돌파한 이 영화를 바라보는 영화계 내·외부의 시각이다. 더불어 흥행 코드도 살펴봤다.  

① <7번방의 선물> 흥행요인 - 마케팅 편

우선 이 영화의 홍보·마케팅을 담당한 흥미진진에 물었다. 홍보를 총괄 진행한 이시연 실장에 따르면 첫 번째 요인은 배우들의 연기였다. 류승룡의 연기 변신을 비롯해 조연들의 조합이 훌륭했다는 의견이었다.

"류승룡의 바보 연기와 한 영화에선 좀처럼 모이기 어려운 조연의 활약이 돋보였다고 생각해요. 정진영, 오달수, 정만식, 박원상, 김정태, 김기천의 조합이 좋았죠. 물론 신파 코드 혹은 눈물을 중심으로 한 영화로 볼 수 있지만, 깔끔하게 갔던 거 같아요. 감독님과의 합도 좋았고요.

오랜만에 전 세대가 볼 수 있는 영화가 등장했고, 명절과 시기가 맞았던 것도 주효했던 것 같아요. 또한 눈물에 대한 관객의 바람?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가 시기와 잘 맞아떨어졌죠. 마케팅 전략으론 저희끼리 정한 게 '눈물을 감추자'였어요. 극 초반에는 웃음이 크니까, 그걸 밀고 간 거죠. 눈물은 관객의 몫이라는 생각에 웃음을 강조한 마케팅이 주효한 게 아닌가 보고 있어요."

② <7번방의 선물> 흥행요인 - 투자·배급 편

▲ <7번방의 선물> 한 장면. ⓒ (주)화인웍스, (주)CL엔터테인먼트

이번엔 투자 및 배급에서의 흥행요인이다. <7번방의 선물>을 연출한 이환경 감독은 <각설탕>(2006), <챔프>(2011)에서 동물과 인간의 따뜻한 감정을 담아냈다. 감독의 데뷔작인 <그놈은 멋있었다>를 제외하면, <7번벙의 선물>은 정말 오랜만에 동물이 아닌 사람을 다룬 작품이다.

애초 <12월 23일>이라는 제목으로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돌 때, 신진 투자·배급사인 뉴(NEW)는 과감하게 참여를 결정했다. 이제야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이 영화를 두고 투자 직전까지 고민했던 다른 회사도 있었다. 투자·배급을 총괄한 장경익 이사는 <오마이스타>와의 통화에서 "사실 흥행에 대해 따로 분석하진 않았다"며 "공감대 형성, 그리고 다 함께 뜨거운 국민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들지 않았나?"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500만 관객을 바라보고 거기에 맞게 전략을 짜고 있었어요. 홍보 역시 크게 가자고 했죠. 개봉 첫 주부터 터지는 걸 보고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천만 그 이상을 바라보는 시기가 됐네요.

일단 시나리오 자체가 좋았어요. 이환경 감독님의 전작 <챔프>의 결과가 안 좋았다고 해도, 만듦새에 대한 믿음이 있었죠. 좋은 시나리오는 곧 성공한다는 믿음도 있었고요. 촬영을 끝내고 내부 시사를 진행하면서 확신했어요. 저희 회사 사상 최고 평점이 나왔거든요. 5점 만점에 4.4였어요. 이후 여러 번 내부 시사를 했는데 4.3 밑으로 떨어지질 않았죠."

▲ ⓒ 화인웍스

③ 영화 <7번방의 선물> 외부의 시선은?

지금까지 내부의 분석을 들었다. 이쯤에서 <7번방의 선물>을 두고 영화계의 시선이 여러 갈래였음을 덧붙인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이 영화의 흥행은 분명 축하할 일이지만, 흥행 요인 분석에는 상반된 시각도 있었다.

지난해 류승룡을 흥행킹 반열에 올린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제작사인 영화사 집에 연락했다. 이유진 대표는 <오마이스타>와의 통화에 흔쾌히 응했다.    

"감동적인 소재와 배우의 좋은 연기가 흥행요인 아닐까요? 영화로 웃고 웃을 수 있는 부분을 극대화한 거 같아요. 또 아역 배우를 잘 만들어낸 것 같아요. 예승이 역을 한 친구가 참 잘해냈는데 영화에 어린아이가 나오면 감동이 배가 되죠. <과속스캔들>에 왕석현이 있었듯, <7번방의 선물>엔 갈소원이 있었던 거죠. 덧붙여, 류승룡에 대한 관객의 호감도가 최대치일 때를 잘 잡아낸 것 같아요."

직접 의견을 밝힌 이유진 대표 외에 익명을 부탁한 한 홍보 관계자는 이번 흥행에 대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는 "기본적으로 잘 만든 영화였기에 흥행할 수는 있었지만 영화의 승리라고만 하기보단 어쩌면 대중의 승리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직업상 주로 극장에 있다는 그는 "평소 영화를 잘 보지 않던 세대가 이 영화를 보려고 난리였다"면서 "분명 완성도 이상으로 크게 흥행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분명한 건 한국영화가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까지 동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7번방의 선물>과 함께 액션 블록버스터 <베를린>, 남성 느와르 <신세계> 그리고 로맨틱 코미디 <남자사용 설명서>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유난히도 긴 올 겨울이지만, 영화 시장만큼은 봄날이 오는 듯하다.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 이선필 기자가 <오마이스타>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 이 기사가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불필요)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